네팔-스와얌부나트-불교-사원의-모습-계단을-오르면-보이는-3개의-황금-불상

 네팔은 불교와 힌두교가 공존하는 나라로, 다양한 불교 사원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보우더나트, 스와얌부나트, 룸비니는 꼭 방문해야 할 불교 성지로 손꼽힌다. 이곳에서는 웅장한 스투파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명상과 수행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 중 네팔의 불교 사원인 이 세 곳을 직접 방문하여 다양한 경험을 했으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보우더나트-세계 최대의 불교 스투파

 보우더나트(Boudhanath)는 네팔 카트만두에 위치한 거대한 불교 스투파로, 티베트 불교의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투파(Stupa)는 불교에서 부처님의 사리나 경전을 봉안하는 반구형의 기념 건축물로, 이는 깨달음과 우주의 질서를 상징한다. 신자들은 스투파를 돌며 기도를 올리는 '코라(Kora)' 수행을 통해 공덕을 쌓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참고로 한국어 표기법에 따라 '보우다나트'가 적합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우더나트'로 발음한다. 이 나라에는 많은 불교 사원이 있지만, 보우더나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신성한 장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높이 약 38m, 지름 약 100m에 달하는 이 스투파는 네팔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불자들과 여행자들에게 깊은 영적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보우더나트는 카트만두 중심지에서 약 11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차량으로 약 30~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나는 카트만두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이곳에 가까워질수록 티베트 불교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고, 거리 곳곳에 경전이 들어있는 수행 도구인 마니차(기도 바퀴)와 종교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에 따르면 기원후 5세기경 한 힌두교 여성이 왕에게 스투파를 세울 수 있도록 허락을 요청했다고 한다. 왕은 그녀의 신실한 마음을 인정해 소원을 들어주었고,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이 건축물을 완성했다. 이후 14세기 무굴 제국의 침략으로 일부가 훼손되었지만, 16세기에 다시 재건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곳은 단순한 종교적 기념물이 아니라, 티베트에서 네팔로 망명한 많은 불자들에게 영적인 안식처가 되어 왔다. 1959년 중국의 침공 이후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네팔로 피신했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이곳 주변에 정착했다. 그 덕분에 이곳은 현재 티베트 불교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며, 사원 주변에는 전통찻집,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불교의 우주관을 반영한 독특한 건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스투파는 거대한 흰색 반구형 돔 위에 황금색 첨탑이 올라간 형태로 되어 있으며, 꼭대기에는 네 방향을 응시하는 부처님의 눈이 그려져 있다. 부처님의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상징하며,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눈 아래에는 '우라(Ura)'라고 불리는 네팔 문자 ‘1’이 코처럼 그려져 있는데, 이는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타낸다. 이것을 둘러싸고 있는 둥근 경로는 '코라(Kora)'라고 불리며, 순례자들이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기도를 올리는 곳이다. 이 코라 주변에는 수많은 마니차(기도 바퀴)가 설치되어 있어, 신자들은 이를 돌리며 불경을 암송한다. 나도 현지인들과 함께 세 바퀴 돌면서 소원을 빌었는데, 조용히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 중 하나는 저녁 무렵 보우더나트를 방문했을 때였다. 낮 동안은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해가 지면서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승려들이 하나둘씩 촛불을 밝히며 기도를 시작했고, 공기 중에는 향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나도 한쪽에 앉아 그 장면을 바라보며 조용히 명상을 해 보았는데,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오직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주변에 있는 티베트 찻집에서 버터티(Butter Tea)를 마셔본 경험도 기억에 남는다. 버터티는 이 지역에서 즐겨 마시는 차로, 찻잎을 우려낸 후 야크 버터와 소금을 넣어 만든다. 처음에는 짭조름한 맛이 낯설었지만, 한두 모금 마시다 보니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곳에서 만난 한 노승이 '차를 천천히 마시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수행의 일부'라고 말해 준 것이 인상 깊었다. 세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경험은 이곳 근처의 작은 서점에서 경전을 구입했던 일이다. 가게 주인은 나에게 간단한 불교 철학을 설명해 주었고, 나는 관심이 생겨 짧은 문구가 적힌 책을 한 권 샀다. 가게를 나서며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여행 중에도 이 메시지를 계속 되새기게 되었다. 보우더나트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다음과 같은 팁을 참고하면 좋다. 아침 이른 시간이나 저녁 무렵이 한적하고 분위기가 더욱 신비롭다. 사원 방문 시 노출이 심한 옷은 피해야 한다. 현지 신자들과 함께 스투파를 돌며 기도를 올리는 경험을 해보자. 이 주변에는 티베트 불교 사원과 전통찻집이 많으니, 시간을 내어 들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사원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 명상을 하며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욱 의미 있는 방문이 될 것이다.

2. 스와얌부나트-원숭이 사원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

 스와얌부나트(Swayambhunath)는 네팔 카트만두 서쪽 언덕에 위치한 대표적인 불교 사원이다. 사원 곳곳에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녀 ‘원숭이 사원(Monkey Temple)’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여행자들에게 특별히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네팔 불교와 티베트 불교가 공존하는 신성한 장소로,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지역은 원래 거대한 호수였으며, 그 중앙에서 신비로운 연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고 한다. 보디사트바 마녜주리(Manjushri)가 칼로 언덕을 가르고 호수의 물을 빼내자, 연꽃이 자리했던 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자리가 바로 현재의 스와얌부나트가 되었다. 이러한 전설 때문에 ‘스와얌부(Swayambhu)’라는 단어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현재 이곳은 불자들에게 중요한 순례지이며, 수많은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카트만두 시내에서 약 3km 떨어져 있으며, 도보나 택시를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나는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사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가파른 365개의 계단이 압도적인 인상을 주었다. 이 계단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야 스투파에 도착할 수 있는데, 올라가는 길목 곳곳에서 원숭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관광객들을 흥미롭게 바라보거나 장난을 치며 물건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나는 한 손에 물병을 들고 있었는데, 순간 방심한 사이 원숭이가 재빠르게 낚아채 가 버렸다. 그 순간은 당황스러웠지만, 주변 사람들도 같은 경험을 했는지 웃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간혹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심한 장난을 치거나 위협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스와얌부나트 스투파는 전형적인 불교 형태를 따르면서도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흰색 반구형 돔 위에 황금색 첨탑이 올려져 있으며, 이 첨탑은 1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13층 구조는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13단계를 상징한다. 꼭대기에는 작은 우산 모양의 금속 장식이 올려져 있으며, 이는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것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 중 하나는 사원의 한쪽에서 승려들이 의식을 치르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였다. 그들은 커다란 북과 나팔을 연주하며 특유의 낮고 깊은 목소리로 불경을 암송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 소리에 집중했다. 문득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신앙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장소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은 스와얌부나트 정상에서 바라본 카트만두 계곡의 전경이었다. 사원은 해발 1,400m 높이의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꼭대기에 오르면 카트만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나는 계단을 올라오느라 지쳤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모든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붉은 지붕이 빼곡한 도심과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산맥의 실루엣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하늘이 붉게 물드는 광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나는 그곳에 앉아 한동안 멍하니 풍경을 감상하며 이 순간을 온전히 즐겼다. 세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경험은 사원 근처에서 만난 한 현지 스님과의 짧은 대화였다. 나는 이곳의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스님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이곳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불교 철학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는 '모든 것은 변하고, 집착을 내려놓을 때 평온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와닿았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몇 가지 장소를 꼭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사원의 중심인 스투파를 둘러싼 마니차와 불교 경전이 새겨진 돌벽은, 깊은 신앙심이 깃든 공간이다. 또한, 스투파 주변에는 여러 개의 작은 불교 사원이 있으며, 특히 '하라티 마타 사원(Harati Mata Temple)'은 현지인들에게 중요한 신전이다. 이곳은 전염병을 치료해 준다는 전설을 지닌 여신을 모시는 곳으로, 많은 신자들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불교 미술품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독특한 기념품을 구입하기에도 좋다.

3. 룸비니-부처님의 탄생지에서 얻은 깨달음

 룸비니(Lumbini)는 네팔 남부에 위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로, 부처님(고타마 싯다르타)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불자들에게 성스러운 순례지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곳은 불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가 방문한다. 나는 네팔을 여행하며 이곳을 찾았고, 이곳에서 단순한 관광이 아닌 깊은 깨달음을 얻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룸비니의 역사는 2,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룸비니 동산은 기원전 563년경 샤카족의 왕비인 마야데비가 아들을 출산한 장소이다. 그녀는 카필라바스투에서 친정으로 가는 도중 이곳의 아름다운 숲에 들러 쉬다가 살라 나무 아래에서 왕자를 낳았고, 그 아이가 훗날 깨달음을 얻어 석가모니 부처가 되었다. 이곳에는 이를 기리는 마야데비 사원이 있으며, 사원 주변에는 석가모니의 발자취를 남긴 것으로 여겨지는 돌판과 고대 석조 유적이 남아 있다. 특히, 아소카 왕 기둥(Ashoka Pillar)은 기원전 3세기에 인도의 아소카 왕이 이곳을 방문한 후 이곳이 부처님의 탄생지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기념비적인 유적이다. 나는 이 기둥을 직접 보며, 2천 년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기도를 올렸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꼈다. 이곳은 카트만두나 포카라에서 버스나 비행기로 갈 수 있다. 나는 포카라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약 8시간 정도 걸렸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꽤 긴 여정이었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네팔의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버스 컨디션이 좋지 않고, 비포장도로가 많기 때문에, 멀미에 취약하다면 비행기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 도착하니, 다른 네팔 도시와는 전혀 다른 한적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은 신성한 장소인 만큼 상업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조용한 사원과 넓은 정원들이 펼쳐져 있었다. 룸비니의 중심에는 마야데비 사원이 있다. 이곳은 소박한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에는 석가모니가 태어난 장소를 나타내는 유적이 보존되어 있다. 나는 맨발로 사원 안으로 들어가 돌로 된 부처님의 탄생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주위에는 부드러운 불빛 아래에서 기도를 올리는 승려들과 신자들이 있었고, 내부는 깊은 평온함이 감돌았다. 나는 그곳에 앉아 조용히 명상을 하며, 이곳이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 시작된 곳임을 실감했다. 마야데비 외에도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건립한 불교 사원들이 있다. 나는 티베트, 태국, 미얀마, 독일,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사원을 방문했는데, 각국의 건축 양식이 반영된 독특한 외관을 보니 마치 작은 불교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독일 사원의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와 태국 사원의 화려한 황금빛 불상들이 인상 깊었다. 룸비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 중 하나는 ‘평화의 불꽃(Flame of Peace)’을 본 순간이었다. 이 불꽃은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으며, 불자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나는 이곳에서 한 현지 승려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평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동안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내면의 평온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마야데비 사원 근처에는 부처님의 어머니가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연못이 있다. 나는 연못가에 앉아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았다. 주변은 너무나 조용했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존재하는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떠나기 전, 명상 수업에 참여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나는 지도자의 안내를 따라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평소에는 쉽게 집중하지 못했던 나였지만, 이곳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깊은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순간이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룸비니에 간다면, 마야데비 사원과 아소카 왕 기둥은 꼭 가봐야 하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건립한 불교 사원들도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둘러볼 가치가 있다. 또한, 평화의 불꽃과 명상 센터도 방문하여 이곳만의 고요한 분위기를 온전히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보우더나트, 스와얌부나트, 룸비니는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네팔의 대표적인 불교 사원이다. 세 곳 모두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장소이며, 네팔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