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행을 하며 전 세계 다양한 명소를 다녀왔다. 그중 특별하게 기억에 많이 남고, 인상 깊었던 곳들이 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세계 명소인 페트라, 타지마할, 앙코르와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요르단의 페트라
페트라는 요르단의 남부에 위치해 있는 고대 도시이다. 이 지역은 산악 지형으로 둘러싸여 있어 농사에 필요한 물을 저장하기 유리했기 때문에, 기원전부터 인류가 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에 페트라와 같은 고대 도시가 만들어진 시기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기원전 6세기 경 유목민이었던 나바테아 민족이 건설했으며, 나바테아 왕국의 수도로 번영을 누렸다고 전해진다. 나바테아 왕국은 무역의 전략적 요충지로 발전을 이루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아면서 더욱더 번영을 이루었지만, 그 이후 자연재해와 잦은 침략 전쟁으로 인해 쇠퇴하였다. 이곳은 외부인의 접근이 힘든 사막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도시였다. 이곳에 살고 있던 유목민인 베두인들은 페트라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다. 그러다 1812년, 스위스의 탐험가인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가 무슬림으로 무장한 후 베두인들과 친해졌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페트라는 세상에 알려졌다. 이곳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명소인 이유는, 건설된 지 2천 년이 넘었지만 보존 상태가 최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사막에 있어 베두인 외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점, 높고 험준한 산악 지형이 바람과 비를 막아준 점을 꼽는다. 페트라로 향하기 위해서는 좁고 긴 협곡인 알 시크를 통과해야 한다. 길이가 무려 1.2km에 달하며, 붉은 사암으로 된 벽에 새겨진 고대 조각들을 볼 수 있다. 이 길을 지나면 재물의 궁전이라고 불리는 알 카즈네가 나타난다. 알 카즈네는 페트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건축물인데, 아직 이곳의 용도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나바테아 왕의 무덤, 또는 제사를 지내는 신전 등으로 추측하고 있다. 높이는 약 40m이며, 붉은 사암 벽면을 조각하여 만든 건축물로, 고대 나바테아 왕국의 석조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보니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웅장해서 압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알 카즈네를 지나면, 약 8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로마 극장과 여러 개의 왕의 무덤을 볼 수 있다. 모든 건축물들이 거대한 암석 덩어리를 깎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주변 사막의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또한 이곳은 수도 시스템이 발달되어 있었는데, 사막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따라서 건물마다 수로를 연결하고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이는 오늘날의 수도 시스템과 비슷하다. 나는 10월 초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여름이 아니었음에도 굉장히 더웠다. 사막 기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가 뜨지 않는 시간에는 쌀쌀한 편이다. 되도록이면 무더운 여름철은 피하고,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인도의 타지마할
인도 아그라에 위치한 타지마할은,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건축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사실 무굴 제국의 5대 황제였던 샤 자한이 그의 아내인 뭄타즈 마할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만든 묘소이다. 17세기에 약 22년에 걸쳐 페르시아, 프랑스, 오스만 제국 등 주변국에서 수많은 기술자들과 자재를 가지고 와서 만들었으며, 그 당시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가받는다. 타지마할을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이유는 고귀함과 순수함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정문인 다르와자를 지나면, 차르바그라고 불리는 타지 정원을 볼 수 있다. 정원의 끝은 타지마할의 핵심인 흰 대리석 영묘이다. 타지 정원은 가운데 물을 중심으로, 완벽한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다. 정원 가운데는 포토 스폿이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흰 대리석 영묘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참고로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이곳에 서서 영묘를 바라보면, 타지마할의 주요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모든 건축물과 정원이 좌우 완벽한 대칭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점과, 물을 활용하여 반사된 이미지를 표현했다는 점,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들로 당시 건축 기술을 표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명소인 영묘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높이가 약 73m, 길이는 300m이다. 가운데 돔을 중심으로 좌우로 대칭인 4개의 기둥과 돔들이 차례로 있고, 석조 아치 기법과 대칭구조의 집약체로 평가받는다. 좌우 기둥들은 바깥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다. 이는 지진 등 자연재해로 무너질 경우, 영묘의 파손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되었다. 건물 내부에는 샤 자한과 그의 아내인 뭄타즈 마할의 공동 묘가 있으며, 내벽에는 꽃, 식물, 아랍 구절 등 섬세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이곳은 신성한 곳이기 때문에 신발을 신고 입장할 수 없으며,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또는 매표소에서 신발에 씌울 수 있는 비닐을 제공받을 수 있다. 종교적인 장소이기도 하므로,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옷을 입는 것이 예의이다. 건물 내부에서는 촬영이 제한되는 구역이 있으며, 플래시를 켜서는 안 된다. 영묘 좌측엔 모스크가 있다. 이곳 또한 무굴 제국의 건축학적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내부에는 뭄타즈 마할의 시신을 영묘로 옮기기 전에 잠시 안치했던 방이 있다. 외부에는 흰 돔들과 아름다운 연꽃 문양 장식들로 꾸며져 있다. 반대편엔 대칭 구조를 위해, 이 모스크와 동일한 건축물인 미흐만 카나가 있다. 다만 대칭 구조를 표현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이기 때문에, 특별한 역할은 하지 않는다.
3.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캄보디아 앙코르에 위치한 사원인 앙코르와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이곳은 12세기 초, 크메르 제국의 왕인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지어졌으며, 무려 30년에 걸쳐 건축되었다. 처음엔 힌두교 사원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캄보디아의 국교인 불교 사원으로 변화하였다.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국기에도 그려져 있는 명소이다. 이곳은 밀림 숲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으나, 프랑스 출신의 앙리 무오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안타까운 사실은, 잦은 전쟁으로 인해 수십 개의 유물이 소실되었고, 사원 전체의 약 70% 이상이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 조금씩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훼손 정도가 심각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곳은 사원 본체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해자, 해자 바깥쪽으로 긴 외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자 둘레의 길이는 무려 5km, 폭은 190m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해자 서쪽에는 사원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있다. 외벽의 길이는 1km가 넘고, 높이는 4.5m에 달한다. 사각형의 기둥들이 줄지어 있고, 회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외벽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천장과 기둥에 장식되어 있는 문양이다. 힌두교와 불교의 여신으로 불리는 압사라의 웃는 모습과 아름다운 연꽃 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중앙 사원은 3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갈수록 높아진다. 중앙에 있는 5개의 탑은 신들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수미산의 5개의 봉우리를 의미한다. 이곳엔 부조 장식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데,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부조 장식은 수많은 신들의 탄생 신화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등을 표현한다. 종교적인 의미가 큰 곳인 만큼, 복장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데,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만약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투어를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 또한 투어를 신청했는데, 캄보디아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하지 않아서 개별적으로 이동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투어를 신청하면, 앙코르와트뿐만 아니라 영화 '툼레이더' 촬영지인 타 프롬 사원과, 바욘 사원이 위치한 앙코르 톰, 코끼리 테라스 등을 함께 다녀올 수 있다. 참고로 동남아 지역의 기후 특성상, 매우 습하고 갑자기 비가 오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우산이나 우비를 꼭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요르단의 페트라, 인도의 타지마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는 내가 가 본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명소들이다. 특히 요르단의 페트라는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버킷 리스트에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와 종교, 문화 유적에 관심이 많다면, 이 세 곳은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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