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테오티우아칸의-태양의-피라미드-모습

 멕시코는 마야, 아즈텍 문명의 중심지로, 오래된 역사와 문화, 다양한 음식으로 인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는 약 두 달간 이곳을 여행했는데, 멕시코시티 근교인 테오티우아칸을 다녀온 후기와 죽은 자들의 날 축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다녀온 후기

 멕시코 테오티우아칸은 마야, 아즈텍 문명 이전에 존재했던 고대 도시이다. 수도인 멕시코시티와 가깝기 때문에 당일치기 여행으로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멕시코시티 북부 터미널에서 버스로 약 1시간 20분 소요되며, 가격은 편도 68페소이다. 이 도시가 지어진 시기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원전 300년 경에 형성되어 서기 7세기 경 멸망할 때까지 번영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특히 최고 전성기였던 450년 경에는 인구가 무려 20만 명이었다고 추정되는데, 시틀레 화산의 폭발로 그 주변 도시인 쿠이쿠일코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멕시코 지역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한다. 주변의 도시에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었으나, 쿠이쿠일코의 지배 계급을 중심으로 도시는 빠르게 안정화되었다. 테오티우아칸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강력한 왕권 정치가 아닌 귀족들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였다는 점이다. 이 시기 다른 문명 도시들과는 달리 1인 군주에 대한 건축물이 남아 있지 않다. 이곳은 특히 석조 건축 기술이 발달하였는데, 이집트의 피라미드와는 또 다른 형태의 피라미드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이 고대 도시의 가장 큰 길이자 번화가였던 '죽은 자의 거리'를 중심으로, 동쪽 끝엔 '태양의 피라미드', 북쪽 끝엔 '달의 피라미드'가 있다. 각각 태양의 신과 달의 신을 숭배하는 신전의 역할을 했으며,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제물을 바치는 등 제사와 종교 의식을 치르던 장소였다. 특히 가장 유명한 명소인 태양의 피라미드는 높이가 약 63m로, 이곳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가장 높이 올라가면 이곳의 전경의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달의 피라미드는 이곳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건축물이다. 인신 공양 후 희생자들을 묻는 장소이기도 했기 때문에, 무덤 확장을 위해 무려 6번 이상 개축 공사를 했다고 한다. 깃털 달린 뱀의 신전이라고 불리는 케찰코아틀 사원은, 이곳에서 3번째로 큰 피라미드이다. 6층 계단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층 벽면에 깃털 달린 뱀의 형상들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다. 죽은 자의 거리는 약 4km로, 피라미드와 궁전, 주거지 등을 연결하는 핵심 도로였다. 단순히 도로의 의미를 넘어, 이 도시의 종교적, 사회적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이곳을 2월 중순에 방문했는데, 내부엔 그늘이 없고 햇빛이 강해서 굉장히 더웠다. 참고로 화장실은 내부에 없고, 매표소가 있는 입구에만 있다.

2. 대표 축제인 '죽은 자들의 날'

 멕시코의 대표 축제이자 가장 큰 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은, 가족이나 친구,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면서 명복을 비는 날이다. 영화 '코코'를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기일에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며, 사뭇 경직된 분위기로 망자를 추모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축제의 형태로 추모를 한다. 이 축제는 고대 문명인 아즈텍, 마야 문명에서 유래되었다. 고대 멕시코 사람들을 죽은 사람들이 현실 세계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특히 아즈텍 문명에서는 죽음의 신 '미크틀란'이 통치하는 세상이 있다고 믿었는데, 이로 인해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사후 세계로 떠나는 것을 도와주는 의식을 올렸다. 망자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고, 그들이 떠나는 길을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즐거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도왔다. 그 이후 스페인의 통치를 받으며 기독교의 '모든 영혼의 날'과 결합되어 오늘날 멕시코의 대표 축제로 발전하였다. 이 축제를 위해 마을 공동체나 집집마다 망자를 위한 제단을 만든다. 고인의 사진을 올려놓고,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들을 차려놓는다. 멕시코의 국화인 마리골드로 제단을 장식하는데, 꽃이 그들의 영혼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혼을 환영하기 위한 초를 켜두면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축제 기간에는 멕시코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축제를 즐긴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한 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망자를 추모한다. 특히 이 기간 중에는 '카틀리나' 분장을 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만화가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로, 이 나라에서는 죽음을 아름답고 유쾌하게 표현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활용된다. 여행자들도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직접 제단을 만들어보는 행사를 포함하여 다양한 공연, 퍼레이드가 열린다. 참고로 2025년에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므로, 멕시코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 시기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죽은 자들의 날'은, 현실에서의 죽음이 사후 세계에서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여기며, 그들의 영혼이 항상 우리와 함께 있음을 나타낸다.

3.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들

 멕시코는 고추를 재배하기 좋은 기후이기 때문에, 고대 아즈텍 문명 때부터 고추로 만든 향신료를 즐겨 먹었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다. 전 세계에서 미식의 나라로 손꼽히기 때문에, 여행 중에 전통 음식들을 많이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타코가 빠질 수 없다. 타코는 아즈텍 문명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옥수수로 만든 얇은 빵인 토르티야에 채소들을 넣어 먹었다. 스페인 통치 이후, 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와 소스를 추가해서 먹었으며, 지역마다 여러 형태로 변형되었다. 타코는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이와 비슷한 음식으로 엔칠라다가 있다. 엔칠라다는 스페인어로 매운 소스로 덮여있다는 의미이다. 타코와 마찬가지로 옥수수 토르티야에 각종 재료를 넣고 매운 소스를 추가한 후 롤처럼 말아서 먹는 음식이다. 과카몰리는 아보카도를 주재료로 만든 전통 소스이다. 으깬 아보카도에 고수, 라임, 양파 등을 넣고 섞어서 만들며, 주로 튀긴 옥수수 토르티야 조각에 얹어 먹는다. 멕시코 여행 중 과카몰리 만들기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평소에 고수를 못 먹어서 고수를 넣지 않았는데, 오히려 고수를 넣은 과카몰리가 더 맛이 좋았다. 고수를 넣으면 특유의 향은 나지 않고, 아보카도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부리토는 커다란 토르티야에 고기와 야채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 소스를 넣고 말아서 먹는 음식이다. 엔칠라다와는 모양과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부리토의 뜻은 스페인어로 작은 당나귀를 의미하는데, 당나귀의 짐처럼 다양하고 많은 재료를 넣어서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소스인 몰레도 이곳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특별한 음식이다. 다양한 향신료에 초콜릿을 넣고 진하게 끓여 낸 소스이며, 주로 고기에 뿌려서 먹는다.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호불호가 있다. 그 외 전통 음식인 옥수수 반죽에 고기, 고추 등을 넣어 바나나 잎에 쪄서 먹는 타말, 튀긴 토르티야 위에 각종 재료를 얹어 먹는 찰루파 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멕시코를 역사, 문화, 자연을 모두 갖추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고,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는 곳이므로, 꼭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