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첫 유럽 여행지는 이탈리아였다. 처음 자유여행을 계획한 만큼,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 이후 2번 더 이곳을 여행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자유여행 코스와 커피 문화, 쇼핑 리스트를 추천하고자 한다.
1. 내 생애 첫 유럽 여행, 이탈리아 자유여행 코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 제국의 중심지이자, 유럽 문화의 핵심인 나라이다. 만약 여행할 수 있는 일정이 일주일 이내로 짧다면, 이곳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만큼 꼭 가봐야 하는 도시와 관광지가 많기 때문에 최소 10일 이상은 계획해야 한다. 나는 이 나라를 3번 여행했는데, 일정이 모두 2주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도시들이 있으며, 여행하는 동안 시간이 넉넉하지 않고 촉박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탈리아 자유여행 코스는 입국, 출국하는 도시가 같을 경우와 다를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2가지이다. 첫 번째는 로마로 입국, 출국을 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로마로 입국해서 밀라노에서 출국하는 경우이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경우를 추천한다. 입국, 출국하는 도시가 같을 경우,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다. 또한 처음 여행한 도시는 여행이 끝날 무렵 항상 아쉬움이 남기 때문에, 마지막 날 하루 정도 남겨 놓는 것이 좋다. 이럴 경우엔, 로마-피렌체-베네치아-로마 코스를 추천한다. 각 도시별로 며칠씩 머물지는 여행 일정에 따라 달라진다. 로마에는 꼭 가봐야 할 명소가 많기 때문에 최소 3일을 추천한다. 하루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을 다녀와야 하며, 그 외 콜로세움, 판테온, 트레비 분수 등 관광 명소를 다녀오려면 최소 3일이 필요하다. 바티칸은 개별적으로 입장할 수 없고, 투어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 또한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하루를 모두 투자해야 한다. 만약 남부 투어를 다녀오거나, 근교인 아시시, 티볼리를 갈 예정이라면 5일 이상을 계획해야 한다. 로마에서 피렌체까지는 기차로 약 2시간 소요된다. 일정이 촉박하다면 피렌체는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지만, 우피치 미술관, 보볼리 정원 등 예약이 필요한 곳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최소 2일은 머물러야 한다. 만약 더 몰 아웃렛을 방문할 예정이거나, 시에나, 친퀘테레 등 근교 소도시를 여행하게 되면 피렌체에서 최소 4일을 머물러야 한다. 피렌체에서 베네치아까지는 기차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베네치아는 2일 이상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는 산 마르코 광장, 리알토 다리 등 본섬의 주요 관광지를 다녀오면 된다. 또한 다음날엔 부라노 섬, 무라노 섬을 다녀오면 된다. 이렇게 일정을 빠듯하게 계획하면 2일이면 충분하고, 천천히 본섬을 둘러보고 싶다면 3일 정도 머무는 게 좋다. 출국하기 전에 로마를 다시 방문하면, 하루 정도 머무르면서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곳을 방문하면 된다. 또한 여행 도중 구입하지 못한 기념품을 사는 것도 좋다. 로마에서 각 도시에서 봤었던 대부분의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2.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
16세기 초,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커피가 처음 도입되었다. 그 이후 로마, 베네치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커피숍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커피숍은 정치 및 사교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가 급속도로 발달하게 된 계기는, 에스프레소 기계의 발명이다. 19세기 말 밀라노에서 루이지 베르토네에 의해 세계 최초로 에스프레소 기계가 개발되었다. 이 기계로 커피를 빠르게 추출할 수 있었고, 강한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에스프레소가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부터 곳곳에 커피 바가 생기기 시작하였고,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하루에 두세 잔씩 커피를 마신다. 그들은 아침에는 주로 우유가 포함된 카푸치노나 카페라테를 마시거나, 에스프레소에 소량의 우유를 더한 카페 마키아토를 즐긴다. 오후에는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오후에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이상하게 여긴다. 참고로 커피 양이 한국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여행 중 하루에 두세 잔씩 커피를 즐겨도 부담스럽지 않다. 하루에 바에서 수시로 커피를 즐기는 만큼, 커피 가격은 한국보다 약 50% 이상 저렴하다. 에스프레소 1잔 기준, 1유로~1.5유로이다. 이곳에서는 더운 여름날에도 차가운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 한국에서 즐겨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한다면, 'caffe freddo'를 요청할 수 있지만, 뜨거운 에스프레소에 얼음 몇 개를 넣어주는 정도이다. 요즘은 로마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관광객들의 수요에 따라 아이스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찾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커피 바에서는 두 종류의 가격을 제시하는데, 카운터의 바에서 서서 마실 경우 'banco', 테이블에서 앉아서 마실 경우 'tavolo' 가격이 적용된다. 테이블에서 앉아서 마실 경우엔 자릿세와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 비싸다. 여기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의 커피숍 문화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머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장소보다는 커피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대부분 바에 서서 커피를 마시고 빠르게 떠난다. 따라서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은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여행 중 커피를 마시며 오랜 시간 동안 쉬고 싶다면,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숍을 가는 것이 좋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커피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많이 늘려가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고 싶은 관광객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은 것이다. 나는 2024년 9월에 마지막으로 이곳을 여행했는데, 로마 중심가의 스타벅스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참고로 이 나라의 여름은 40도를 육박할 정도로 덥다. 하지만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커피 바에 에어컨을 비치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시원한 공간에서 원하는 만큼 편하게 머무르다 갈 수 있는 이러한 유형의 커피숍이 인기 있는 것이다. 커피 맛을 즐기고 싶다면, 로컬 커피숍을 가는 것을 추천하지만, 쉬는 장소를 원한다면 대형 프렌차이즈 숍을 추천한다. 커피 바에 가면, 먼저 주문을 하고 커피를 즐긴 후, 떠나기 전에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문 후 영수증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커피를 다 마신 후 바리스타에게 주문한 음료를 말한 후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3. 꼭 사야 할 쇼핑 리스트 추천
이곳에서 꼭 사야 할 쇼핑 리스트 중 내가 가장 추천하는 것은, 커피와 관련된 제품이다. 커피의 본고장답게 이탈리아에는 100년이 넘은 커피숍들이 많은데, 그곳에서 원두를 구입할 수 있다. 요즘은 커피 캡슐과 인스턴트용 스틱 커피, 드립 커피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쇼핑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모카포트는, 물이 끓을 때 생기는 증기를 원두에 통과시켜 에스프레소와 같은 농축된 커피를 추출하는 제품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모카포트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그 외 포켓 커피라고 불리는 일회용 에스프레소도 선물하기 좋다. 이탈리아 초콜릿 브랜드인 페레로로쉐와 합작하여 초콜릿이 들어있는 커피도 있으며, 맛도 훌륭하다. 토스카나 지역은 품질 좋은 가죽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피렌체에 가면 거리 곳곳에서 가죽 공방을 볼 수 있는데, 전통적인 가죽 공예 기술로 만들어 품질이 좋고,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작은 열쇠고리는 10유로 내외로 가격이 비싸지 않으며, 디자인이 다양해서 선물하기에 좋다. 그 외 가방, 지갑, 신발, 벨트, 옷 등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 기념품으로 구입하기 좋다. 참고로 피렌체의 가죽 시장에서는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값싼 가죽으로 만든 질이 낮은 제품이 많다. 가격이 저렴하다면 하나쯤 구입해도 괜찮지만, 비싼 가격을 요구한다면 이곳이 아닌 가죽 공방에서 구입하는 편이 낫다. 여행을 다녀와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 준 것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제품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였다. 피스타치오 함량이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며, 최소 40% 이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식료품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슈퍼마켓의 PB 제품도 품질이 뛰어나다. 한국에서는 비싼 트러플 제품도 이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특히 트러플 오일, 소스, 소금은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제품이 많기 때문에 선물하기에도 좋다. 트러플의 고급스러운 풍미와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품질 좋은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모데나 지역의 발사믹 식초,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면, 올리브오일 등도 추천한다.
이탈리아는 여러 번 여행해도 지겹지 않은 곳이다. 역사적인 관광 명소와 지중해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으며, 세계 3대 미식의 나라답게 맛있는 먹거리 또한 넘쳐난다. 올해 이탈리아 자유여행을 계획했다면, 방문하는 도시마다 여러 커피 바에서 커피 맛을 비교해보자. 또한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으로 캐리어를 가득 채워오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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