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는 유럽 여행지 중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나라이다. 하지만 물가도 저렴하고 인프라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저비용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가장 추천하는 나라이다. 국토 면적이 한국의 30배가 넘는데, 인구수는 한국보다 약 천만 명이 적다. 인구 밀도가 낮은 만큼 도시마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따라서 내가 가본 폴란드의 여러 도시 중, 꼭 가봐야 할 크라쿠프 여행 코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역사적 배경, 입장료 및 가는 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내가 추천하는 폴란드 크라쿠프 여행 코스
내가 폴란드를 가고자 마음먹은 계기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꼭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가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가 크라쿠프이다. 하지만 생각 외로 볼거리가 많은 도시여서 나는 이곳에서 2주간 머물렀다. 이곳은 폴란드의 옛 수도이기도 하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폴란드에서 유일하게 전쟁의 피해를 받지 않은 도시이다. 가장 중심인 구시가지 광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중세 광장 중 하나이다. 한적한 도시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직물 회관과 성 마리아 성당,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광장이 둘러싸고 있다. 광장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플리마켓이 열리는데,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기념품을 구입하기에 좋다. 수 세기 동안 왕이 거주했던 공간인 바벨 성은 크라쿠프의 랜드마크이다. 11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지만 화재로 인해 재건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 양식이 추가되면서 두 가지 양식이 혼합된 특별한 성이 되었다. 바벨 성에서 내려다 본 비스와 강변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다. 만약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갈 예정이라면, 그전에 카지미에시 지구와 오스카 쉰들러의 에나멜 공장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카지미에시 지구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유대인들의 거주 공간이었다. 전쟁 동안 이곳에 거주하던 유대인의 90%가 나치에 의해 학살되었다. 이곳은 아직 그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서, 크라쿠프의 다른 동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에서 만남의 장소를 의미하는 '시나고그'를 볼 수 있는데, 유대인들이 예배나 교육 등을 하던 회당이다. 그 외 퓨전 레스토랑, 특별한 기념품 가게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에나멜 공장 박물관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 속 주인공인 오스카 쉰들러가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해 실제로 운영했던 공장이다. 참고로 오스카 쉰들러는 이곳에서 무려 1100여 명의 유대인을 구했다. 이곳은 세계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므로, 만약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벨리치카 소금 광산을 가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서는 소금으로 만들어진 성당과 동굴, 터널 등을 볼 수 있다.
2.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보여주는 곳, 아우슈비츠 수용소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독일식 발음이고, 폴란드어로는 '오시비엥침'이라고 발음한다. 현지에서는 아우슈비츠를 알아듣지 못하니, 폴란드식 발음을 미리 숙지하고 가야 한다. 이곳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나치가 운영한 강제 수용소이다. 1940년 설립 당시엔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한 장소였으나, 점점 학살 수용소로 변모했다. 처음엔 1개로 운영되다가 비르케나우, 모노비츠 수용소가 추가되어 총 3개로 운영되었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중부 유럽의 중심인데, 유대인을 모으기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하여 이곳에 수용소를 지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엔 유대인만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폴란드인, 전쟁 포로, 집시, 장애를 가진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수용되었다. 나치는 끔찍하게도 이러한 사람들을 사회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간주하였고, 이곳은 대규모 학살인 홀로코스트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나는 영화나 책, 수업을 통해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가서 보니 더욱 참담했다. 박물관에는 수용소와 관련된 모든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입구에 전시된 수십만 개의 신발, 가방 등 소지품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들은 이곳에 수용되는 줄 모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옷과 신발, 가방을 들고 왔다고 한다. 3개의 수용소 중 비르케나우는 직접적인 학살이 자행되던 곳이었으며, 수백만 명의 희생자들이 가스실에서 희생되었다. 이곳은 대량 학살을 실행하고 범죄의 흔적을 빠르게 지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곳에서는 학살뿐만 아니라, 요세프 멩겔레에 의한 생체 실험, 노동 등 끔찍한 학대가 이루어졌다. 더욱 끔찍한 일은 학살을 시행하고 처리하는 일을 유대인 수감자에게 시켰다는 것이다. 나치는 그들을 '존더코만도'라고 불렀다. 그들은 가스실 청소부터 시신을 옮기는 일, 화장하는 일 등을 담당했다. 추후 전쟁이 끝난 후 나치의 만행이 전 세계에 드러났고, 1947년에 폴란드 의회가 이곳을 박물관으로 보존하기로 결정하였다.
3. 크라쿠프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는 법, 입장료 정보
크라쿠프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까지는 버스나 기차로 갈 수 있다. 기차의 경우 약 3900원으로 저렴한 편이나, 기차역에서 매표소까지는 도보로 20분 떨어져 있다. 또한 다른 지역을 경유해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버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버스는 약 8000원이며, 현장 매표소 앞에 바로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크라쿠프로 돌아올 때에는 버스 내렸던 곳에서 탑승하면 되고, 티켓은 기사님께 직접 구입하면 된다. 참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장료는 무료인데,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미리 예약하지 못했다면, 영어나 폴란드어로 진행하는 유료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거나 현장에서 발권을 해야 한다. 영어 가이드 투어는 신청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 금방 매진되는 편이다. 이곳은 관람객이 항상 붐비는 곳이어서 시간별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현장 발권 또한 쉽지 않다. 그러므로 최소 한 달 전에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한 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현장 발권을 해야 한다면, 최소 오전 7시 반 전에는 도착해서 줄을 서야 한다. 예약 시간은 제1수용소 기준이며, 입장할 때 티켓과 여권을 보여주면 된다. 여권을 챙기지 않아 입장을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가기 전에 여권을 잊지 말고 꼭 챙겨야 한다. 제1수용소 관람 후 제2수용소인 비르케나우까지는 셔틀버스를 타면 되고,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이곳엔 아직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가 없으나, 가이드북을 판매하기도 하고, 한국 여행사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미리 구입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이곳은 월 별, 시즌 별 운영 시간 및 무료입장 가능 시간이 다르니, 미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게 좋다.
폴란드의 문화 수도라고 불리는 크라쿠프는 전쟁의 아픈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또한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려준 역사적인 장소이다. 만약 수용소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책 '아우슈비츠 문신가'를 꼭 보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을 더 깊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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