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피렌체근교-친퀘테레의-베르나차의-풍경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보다는 한적한 소도시 여행을 더 선호한다. 토스카나주에 위치한 피렌체는 근교에 한적하고 아름다운 소도시가 많은 편이다. 피렌체에서 일정이 3일 이상이라면, 하루는 근교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따라서 내가 가본 곳 중, 피렌체 근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여행지 3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중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 시에나

 토스카나주에 위치한 시에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옛 중세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피렌체에서는 기차나 버스로 갈 수 있고 약 1시간 소요된다. 시에나 기차역은 중심지에서 도보로 약 15분 떨어져 있어, 시내 중심부에 바로 내릴 수 있는 버스를 타는 게 편리하다. 피렌체 역 맞은편에 위치한 버스 터미널에서 표를 구입한 후 탑승하면 되는데, 왕복 티켓을 구입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나 역시 왕복 티켓을 구입했으나 시에나에서 갑자기 버스가 파업했다. 그래서 피렌체로 돌아오는 티켓은 사용하지 못했다. 날짜가 적혀있지 않고 언제든 탈 수 있는 티켓이지만, 일정이 촉박한 여행자인 우리의 경우엔 오늘이 아니면 다시 탈 수 없다. 그러므로 꼭 편도 티켓을 구입하고, 돌아올 때에는 탑승 직전에 티켓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에나에 내리면, 가장 먼저 캄포 광장까지 천천히 걸어보자.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 좁은 골목,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내가 중세 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시에나의 가장 중심인 캄포 광장은 반원형의 조개 모양으로, 경사가 있어서 로마 시대 원형 극장의 효과를 준다. 이곳에서는 광장 경사로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잠시 커피 한잔하는 것을 추천한다. 광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시에나 시청, 푸블리코 궁전과 만지아 탑이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이 든다. 광장 중심에는 16세기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가이아 분수가 있다. 가이아 분수가 캄포 광장의 역사적, 문화적, 미적 중요성을 더 높여줬다고 할 수 있다. 광장에서는 1년에 2번, 7월과 8월에 '팔리오 디 시에나'라고 불리는 경주마 대회가 열린다. 그 외 시에나 대성당과 산 도메니코 성당은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에나 대성당은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잘 접목되어 있어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산 도메니코 성당은 이곳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곳인데, 성녀 카트리나를 모시는 성당이다. 시에나는 피렌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고, 하루면 충분하므로 피렌체 근교 필수 여행지 중 가장 유명하다.

2. 해안가 절벽의 알록달록한 5개의 마을, 친퀘테레

 리구리아주에 위치한 친퀘테레는 해안가 절벽에 위치한 마을로, 이탈리아어로 '5개의 마을'을 의미한다. 5개 마을은 리오마조레, 마나롤라, 코르닐리아, 베르나차, 몬테로소로 구성되어 있다. 피렌체에서는 기차로 갈 수 있고,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서쪽에 위치한 라 스페치아 역에 내린 후, 마을 기차를 타고 5개 마을로 갈 수 있다. 라 스페치아까지 가는 직통 기차는 하루 2~3회 정도 운행되는데, 피사를 경유해서 가는 기차 편이 더 다양하다. 그래서 피사와 친퀘테레는 함께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5개 마을을 다 둘러보고 싶다면, 친퀘테레 패스를 구입하면 된다. 가격은 시즌, 요일별로 다르며, 약 4만 원이다. 친퀘테레 패스는 무제한으로 마을 기차를 탑승할 수 있고, 화장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합리적이다. 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마을인 몬테로소는 모래 해변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철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수영을 하고 해수욕을 즐긴다. 친퀘테레에서 숙박을 할 예정이라면,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몬테로소를 추천한다. 베르나차는 5개의 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온라인상에서 많이 보이는 친퀘테레 대표 사진들은 대부분 베르나차이다. 알록달록한 마을이 해안 절벽을 따라 모여있어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코르닐리아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인데, 마을까지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계단식 포도밭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나롤라는 작은 마을이지만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가 유명하다. 가장 남쪽에 위치한 리오마조레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를 따라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하루 만에 모든 마을을 둘러보기 힘들다면, 몬테로소와 베르나차만 다녀와도 충분하다. 성수기 시즌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여행하기 힘드니, 피렌체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3. 성스럽고 여유로운 소도시, 아시시

 움브리아주에 위치한 아시시는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성인 중 한 명인 성 프란체스코의 출생지로, 여행자와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도시이다. 피렌체에서 기차로 약 2시간~2시간 30분 소요되며, 로마에서 출발해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다. 근교 여행지라고 하기에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꼭 가봐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도시이기도 하다. 아시시 기차역에 내리면,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내리는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성 프란체스코 성당과 가까운 올드타운 입구에서 내리는데, 이곳에 내리면 상당한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가장 높은 곳에 내린 후 천천히 도시를 감상하며 걸어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아시시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성 프란체스코 성당은, 프란체스코 성인의 유해가 있는 곳이다. 성당을 건축하기 전에는 감옥이 있던 장소였는데, 그로 인해 지옥의 언덕으로 불리다가 성당이 세워진 후 천국의 언덕으로 불리고 있다. 성당은 특이하게 2층 구조로 되어 있고, 성 프란체스코의 생애를 28개로 나누어 만든 프레스코화가 가장 유명하다. 이것은 이탈리아 회화의 거장인 조토의 작품으로, 산타 키아라 성당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산타 키아라 성당은, 프란체스코 수녀회를 만든 성녀 키이라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외 산 루피노 대성당은 아시시의 첫 주교 루피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아시시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기도 하다. 이곳은 성 프란체스카와 성녀 키아라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만약 아시시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로카 마조레에 가면 된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중세 요새인데, 주변의 시골 마을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실 내가 아시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도시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코무네 광장을 중심으로 골목 사이를 걸어 다니기만 해도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대도시를 벗어나 여유로움과 소도시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탈리아는 소도시만의 독특한 매력이 강한 나라인 것 같다. 시에나와 친퀘테레, 아시시는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면, 꼭 한 번쯤 방문해 봐야 할 여행지이다. 피렌체에서 하루만 시간을 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으니, 여행을 계획할 때 이 도시들을 고려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