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는 호주 대륙의 서쪽 끝에 자리한 도시로, 여유로운 일상과 청명한 자연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동부에 위치한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이곳을 방문하면 그 고요함과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나 또한 이 도시를 다녀온 뒤 서호주만의 감성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도시와 자연,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여행 경험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서호주에 위치한 퍼스의 매력적인 여행지 4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프리맨틀과 로트네스트 아일랜드
퍼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프리맨틀(Fremantle)과 로트네스트 아일랜드(Rottnest Island)는 꼭 들러야 할 대표적인 명소이다. 두 곳은 각각 고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퍼스 시내에서 대중교통이나 페리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2025년 현재, 로컬 투어와 자전거 도로, 친환경 운영 방식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프리맨틀은 퍼스에서 전철로 약 30분 거리의 항구 도시이며, 1829년 설립된 서호주 초기 식민지 유산을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감옥이 있다. 감옥 투어는 현지 가이드의 해설과 함께 진행되며, 영국에서 유배된 죄수들의 삶과 건축 당시의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여행자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장소이다. 역사적인 장소이지만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어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프리맨틀 마켓(Fremantle Markets)도 꼭 들러야 할 명소이다. 1897년부터 이어져온 이 전통 시장에서는 지역 농산물, 수공예품, 길거리 음식 등을 만날 수 있다. 주말에는 거리 공연도 자주 열려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호주산 유기농 비누와 수공예 귀걸이를 구입했고, 푸드코트에서 '클램 차우더'를 맛봤는데 따뜻하고 고소한 맛이 인상 깊었다. 시장 주변에는 로컬 카페도 많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이곳에서 페리를 타고 약 30분이면 도착하는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청정 자연과 다양한 해양 생태계가 공존하는 섬이다. 차량이 전면 통제된 친환경 섬으로, 여행자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대여해 섬을 둘러본다. 섬에는 60개 이상의 해변과 20개 이상의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다. 섬 안에서는 잘 정비된 순환 자전거 도로를 통해 주요 명소를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토종 야생동물인 쿼카(Quokka)이다.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귀여운 표정으로 유명하며, 2025년 현재도 섬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단,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나는 쿼카가 다가오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자연 속에서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해변 중에서는 The Basin이 가장 인기 있는 스노클링 명소이다. 얕고 잔잔한 파도, 맑은 바닷물 덕분에 초보자도 부담 없이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나도 이곳에서 여러 해양 생물을 관찰하며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섬 중앙에는 작은 카페와 숍, 수영장, 박물관 등이 모여 있는 메인 정착촌(Main Settlement)이 있으며, 대부분의 자전거 렌털 서비스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Pinky Beach와 그 위에 자리한 배서스트 등대(Bathurst Lighthouse)는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언덕을 올라가면 에메랄드빛 바다와 붉게 물드는 석양이 한눈에 들어오며, 퍼스 여행 중 가장 낭만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나는 이곳에서 간단한 도시락을 먹으며 석양을 감상했고, 그 시간은 지금도 가장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 페리는 2025년 현재 기준으로 퍼스 시내(Barrack Street Jetty) 또는 프리맨틀(B-Shed, Northport Terminal)에서 출발하며, 요금은 왕복 기준 약 60~80호주달러 선이다. 계절별로 페리 스케줄이 다르니, 공식 웹사이트에서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성수기에는 매진될 수 있으므로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프리맨틀과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각각 역사와 자연의 매력을 보여주는 퍼스의 대표적인 여행지이다. 프리맨틀에서는 서호주의 과거를 마주하고, 예술과 커피의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로트네스트에서는 쿼카와의 만남, 해양 스포츠, 그리고 청정 자연 속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퍼스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 두 곳을 일정에 꼭 포함시켜보기를 권한다.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2. 킹스파크에서 시내 전경 감상
퍼스에는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도심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위치한 킹스파크(Kings Park and Botanic Garden)이다. 이곳의 면적 약 400헥타르로,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 넓다. 또한 도시 중심에 위치한 공원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이곳은 서호주 고유 식물들이 모인 식물원,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사적 기념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퍼스를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이다. 킹스파크는 1872년 설립되었으며, 본래 '퍼스 파크'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이후 1901년, 영국의 에드워드 7세 국왕을 기리기 위해 '킹스파크'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2025년 현재 이 공원은 자연 보호와 교육,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연간 약 600만 명이 찾는 인기 여행지이다. 공원 내에는 세계 2차 대전과 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스테이트 워 메모리얼(State War Memorial)이 자리해 역사적 의미 또한 크다. 기념비 주변은 시내와 스완강을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망 명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시내 중심지에서 도보로 약 15~20분 거리에 있다. 도보 외에도 무료 시내버스(CAT)나 935번 일반 버스를 타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공원 내에는 무료 주차장도 마련돼 있어 차량 이용도 가능하다. 나는 엘리자베스 키에서 천천히 걸어 올라갔는데, 도심의 고층 빌딩과 점점 멀어지는 시야 속에서 자연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인상 깊었다. 킹스파크에서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스테이트 워 메모리얼 전망대이다. 이곳에서는 시내 전경과 스완강, 멀리 사우스 퍼스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특히 일몰 무렵에 방문하면 붉게 물든 하늘과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나도 해 질 녘 이곳에 앉아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퍼스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이었다. 공원 내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로터리 룩아웃(Rotary Lookout)이나 라이플 레인지 전망대(Rifle Range Lookout) 등은 비교적 한적한 포인트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나는 평일 오전, 식물원이 있는 보타닉 가든 구역을 중심으로 걸었다. 길을 따라 서호주 고유 식물에 대한 설명 판이 설치되어 있어 자연을 배우며 산책할 수 있었다. 특히 9월부터 11월까지는 야생화 시즌으로, 다양한 토종 꽃이 만개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Lotterywest Federation Walkway를 추천한다. 이곳은 숲 위 약 16미터 높이의 공중 산책로로, 나무 위를 걷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준다. 로터리 웨스트 페더레이션 워크웨이 중간에는 시내와 스완강을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걷는 내내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이 길 위에서 벤치에 앉아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퍼스의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평일 오전이라 더욱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공원 중앙에는 Aspects of Kings Park라는 디자인 숍이 있다. 이곳에서는 서호주 지역 작가들이 만든 수공예품, 문구류, 패브릭 제품 등을 판매한다. 선물용으로 적합한 아이템이 많아 필자도 지인에게 줄 기념품을 구매했다. 공원 내 카페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커피도 즐길 수 있어 산책 도중 쉬어가기에도 좋다. 시내 전경을 가장 멋지게 감상하려면 일몰 1시간 전쯤 도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햇살이 기울며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해가 진 뒤에는 야경이 시작된다. 전망대 주변은 비교적 붐비지만, 약간 옆으로 이동하면 조용한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오후 5시부터 밤 8시까지 약 세 시간 동안 노을과 야경을 모두 감상했으며,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조명이 켜진 시내와 강 위로 반사되는 불빛은 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킹스파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인들의 일상 속 공간이기도 하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뛰논다. 바비큐 시설도 잘 정비되어 있어 현지인들은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 또한 일요일 오전에 간단한 도시락을 들고 공원 한편에 자리를 잡았고, 그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 도시의 삶을 잠시 체험할 수 있었다. 도심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선호한다면, 내가 작성한 캔버라 1일 당일치기 여행에 관한 글을 참고하면 더욱 좋다. 킹스파크는 퍼스의 전경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이자, 자연과 역사,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접근성도 좋고, 도심에서 가까워 짧은 일정 속에서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이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이곳을 하루 일정에 반드시 포함시키길 권한다. 도시를 내려다보며 느끼는 고요함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3. 서호주 와이너리 투어
퍼스의 매력적인 여행지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스완 밸리 와이너리 투어이다. 이 지역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 중 하나로, 1829년 유럽 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포도 재배가 시작되었다. 현재는 40곳 이상의 와이너리와 브루어리, 초콜릿 공장, 로컬 마켓이 밀집한 미식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시와 가까우면서도 자연 속 여유를 느낄 수 있어, 2025년 현재도 꾸준히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인기 명소이다. 스완 밸리는 퍼스 시내에서 자가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음이 포함된 일정을 계획한다면 현지에서 운영하는 당일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관광안내소 또는 공식 투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코스 예약이 가능하다. 대부분 차량 이동, 와이너리 방문, 시음, 점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나도 전문 투어를 이용해 하루 동안 4곳의 와이너리를 방문했으며, 시간과 동선이 잘 짜여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였다. 이곳은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소박하지만 정갈한 분위기 속에서 진심 어린 환대를 받았다. 화이트와인 중 세미용(Semillon) 품종을 시음했는데, 신선한 과일 향과 깔끔한 산미가 인상적이었다. 함께 제공된 치즈 플레이트도 훌륭해 술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이곳에서 구입한 술은 퍼스로 돌아와 숙소에서 다시 마셨는데, 방문 당시의 여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스완 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샌달포드 와이너리(Sandalford Winery)였다. 이곳은 대규모 생산시설과 와인셀러, 레스토랑, 이벤트 공간까지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셀러 투어에 참여하면 숙성 중인 술을 보관하는 오크통 창고와 병입 과정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시라즈(Shiraz)를 시음했다. 특히 시라즈는 탄닌감과 깊은 향이 뛰어나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투어 후 인근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즐겼는데, 넓게 펼쳐진 포도밭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기억이었다. 세 번째로 찾은 곳은 술과 초콜릿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진한 다크초콜릿과 디저트 와인을 함께 시음하는 페어링(pairing) 체험이 가능하다. 술의 단맛과 초콜릿의 쌉쌀한 맛이 만나 새로운 풍미를 만들어냈다. 매장에서는 지역 특산물도 판매하고 있었으며, 나는 천연 벌꿀과 마카다미아 너트를 구매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침 식사에 활용하고 있는데, 여행의 여운을 일상 속에서 계속 이어갈 수 있어 만족스럽다. 이곳에서 꼭 해봐야 할 것은 와인 시음 외에도 많다. 그중 하나는 술과 음식의 페어링을 경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형 와이너리에서는 브런치 혹은 점심 코스 메뉴를 운영하며,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를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나는 샌달포드 와이너리 레스토랑에서 양고기 요리와 레드 와인을 함께 주문했으며, 음식과 술이 서로의 풍미를 살려주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또 하나는 포도밭 산책이다. 일부 장소에서는 포도밭 일부를 개방하고 있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나도 식사 후 잠시 포도밭을 걸었는데, 넓게 펼쳐진 초록빛 포도잎과 햇살,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낸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느낄 수 있었다. 스완 밸리 외에도 서호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거릿 리버(Margaret River) 지역이 있다. 퍼스에서 차량으로 약 3시간 30분 거리에 있으며, 와인 품질이 뛰어나 고급 레스토랑과 부티크 와이너리가 많다. 이곳은 당일 여행보다는 1박 2일 이상 숙박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마거릿 리버에서는 바닷가 절경과 함께 투어를 즐길 수 있어 좀 더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2025년 기준, 스완 밸리는 여전히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여행지이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미식, 자연,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도 최적의 장소이다. 단순한 시음이 아닌, 서호주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 가능하다. 특히 퍼스를 여행하면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는 점에서 여행 일정을 알차게 구성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투어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해가 지는 풍경을 보며 하루를 정리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여행자에게도 퍼스 여행지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장소이다.
퍼스는 단순히 관광 명소만 둘러보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 문화가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는 여행지이다. 프리맨틀과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킹스파크에서는 도시의 품격과 일상의 여유를 만끽했다. 또한 스완 밸리 와이너리에서는 이 지역의 미식 문화와 깊이 있는 삶의 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동부보다 조용하지만 더 깊이 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퍼스를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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