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수도 캔버라(Canberra)는 흔히 '정치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면 의외로 정돈된 자연과 깊은 역사,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시드니에서 버스를 타고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왔는데, 짧은 하루였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여정이었다. 특히 국회의사당, 전쟁기념관, 버리 그리핀 호수 주변의 산책로는 단 하루에 이 나라의 역사와 현재를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코스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캔버라 1일 당일치기 여행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캔버라 1일 당일치기 필수 장소인 국회의사당
캔버라를 대표하는 장소 중 하나는 단연 호주 국회의사당(Parliament House)이다. 수도라는 지위에 걸맞게 상징성과 역사, 문화, 건축적 가치까지 모두 갖춘 이 건물은, 단순한 정치 공간이 아닌 하나의 복합 문화 시설이다. 나는 캔버라 1일 당일치기 여행 중 이곳을 방문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인상 깊은 경험을 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 정신을 건축으로 구현해낸 공간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호주 국회의사당은 1988년 5월 9일에 새롭게 개장했다. 이전까지 사용되던 '올드 파를리먼트 하우스(Old Parliament House)'에서 현재 위치로 이전되었다. 건물은 캔버라 중심부의 캐피털 힐(Capital Hill)에 자리 잡고 있으며, 땅을 파고 들어간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상징적으로는 '국민 위에 국회는 없다'는 민주주의 철학을 시각화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구조는 건물 중심에 세워진 80m가 넘는 거대한 국기 게양대이며, 국기 아래 잔디밭 위를 직접 걸어볼 수도 있다. 입장은 무료이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 시에는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을 거치게 되지만, 오래 걸리진 않는다. 나는 오전 10시쯤 도착해 입장했고, 무료 가이드 투어에 바로 참여할 수 있었다. 참고로 무료 가이드 투어는 하루 5회 진행되므로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두 영어로 진행되지만,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와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약 40분간 진행되며, 국회의 주요 공간을 안내받으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나는 이 투어를 통해 하원 회의장, 상원 회의장, 미술 전시실, 공식 행사 공간 등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방문한 하원 회의장은 초록색 톤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TV나 뉴스에서 자주 보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고, 방청석에 직접 앉아볼 수 있었다. 실제 회의가 열리는 기간에는 일반인 방청도 가능하다고 한다. 당시 회의는 없었지만, 의자에 앉아 회의장의 구조와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다음은 상원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붉은색 계열의 공간은 하원과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고, 구성원 간의 좌석 배치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이드는 두 회의장 간의 역할 차이, 법안 통과 구조 등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덕분에 호주의 의회 구조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쉬워졌다. 전시실 공간도 꼭 들러볼 만하다. 국회의사당 내부에는 호주 현대미술과 원주민 예술작품이 전시돼 있어, 정치 공간이면서도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나는 도트 페인팅을 비롯해 추상화, 역사 자료 등을 관람했는데, 특히 원주민 문화가 정치 공간 안에 존중받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그레이트 홀(Great Hall)이다. 이곳은 공식 행사, 만찬, 수상식 등이 열리는 공간이며, 벽면을 장식한 대형 태피스트리와 높은 천장이 매우 웅장하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학교 졸업 사진 촬영이 진행 중이었고, 현지 청소년들의 일상과 국회의 공간이 만나는 풍경이 꽤 인상 깊었다. 관람 마지막 코스로는 건물 위 루프탑 전망대에 올랐다. 이곳은 실제로 사람들이 올라가서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잔디밭 너머로 캔버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며, 중앙에서 멀리 뻗은 길 끝에 호주 전쟁기념관이 정렬된 듯 놓여 있는 장면은 정말 감탄을 자아냈다. 나는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도시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고, 한국의 서울과는 달리 여유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한 건물 내부에는 카페와 기념품점도 있어, 간단한 식사나 커피 한 잔을 즐기기에도 좋다. 나는 투어를 마친 후 1층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음식 가격도 무난했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국회의사당은 정치와 건축, 문화, 역사가 잘 어우러진 공간으로, 단순한 견학을 넘어 호주의 민주주의 정신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국회의 일상적인 운영을 국민 누구나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편의 시설까지 갖춘 이곳은 그 자체로 이 나라의 자부심이라 느껴졌다. 나는 평소에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도 그 나라의 국회나 역사 공간을 먼저 찾아보게 되었다. 캔버라를 찾는다면, 하루의 시작은 국회의사당에서 시작해 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2. 호주 전쟁기념관
캔버라 1일 당일치기 여행을 한다면, 호주 전쟁기념관(Australian War Memorial)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이곳은 전쟁의 비극을 기록하고, 그 안에서 희생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따라서 단순한 박물관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호주의 국방과 국가 정체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자, 평화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쟁기념관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개관하였으며, 원래는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후 호주가 참여한 모든 전쟁을 다루는 국가 단위의 전쟁 기록 공간으로 발전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 중동 분쟁 등 다양한 시대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으며, 역사적 가치와 교육적 의미 모두를 지닌 장소이다. 이곳은 캔버라 중심의 앤잭 퍼레이드(Anzac Parade) 끝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국회의사당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배치가 아닌, 국가의 중심 가치를 표현한 상징적 배치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기념관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기억의 홀(Hall of Memory)'이다. 이곳은 돔 형태의 천장이 인상적인 공간으로, 내부 벽면에는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Roll of Honour)'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벽 앞에 작은 빨간 꽃을 꽂으며 추모의 뜻을 전한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헌화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이 공간이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전시관은 시대별 전쟁사를 따라 구성되어 있다. 제1차 세계대전부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최근의 중동 분쟁까지 각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다. 실제 전투기, 탱크, 군복, 편지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단순한 전쟁 장비 전시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구성이 인상 깊다. 디스커버리 존(Discovery Zone)은 어린이와 청소년 관람객을 위한 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VR 장비를 이용한 전투 체험이 가능하며,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전쟁의 공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군인의 삶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높다. 매일 오후 4시 45분에는 '라스트 포스트 세리머니(Last Post Ceremony)'가 진행된다. 이 행사는 매일 전사자 한 명의 이야기를 소개한 뒤, 나팔 소리와 함께 조용한 추모의 시간을 갖는 형식이다.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 멈춰 서서 경청하며, 행사 말미의 'Last Post' 나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 시간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며, 평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외부에는 정원과 조형물, 앤잭 퍼레이드 거리의 전쟁 기념비 등이 조성되어 있다. 나는 이 거리 양옆으로 이어진 기념비들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각 지역의 전쟁 참여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걷기 좋은 산책로이자, 하나의 열린 역사책이라 느껴졌다. 관람 도중에는 기념관 내 카페와 기념품점을 이용할 수 있다. 카페에서는 간단한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고, 기념품점에서는 호주 전쟁기념관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엽서, 양귀비 문양의 브로치, 전시 도록 등은 선물용으로도 의미가 깊다. 호주 전쟁기념관은 단지 과거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기억하고, 현재의 평화를 되새기며, 미래를 준비하는 장소이다.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고, 정치적 배경지식 없이도 감동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캔버라를 찾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이며, 짧은 여행에도 충분히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명소이다.
3. 버리 그리핀 호수 주변 산책로
캔버라 1일 당일치기 여행 중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도심 중심에 위치한 버리 그리핀 호수(Lake Burley Griffin) 주변 산책로를 추천한다. 이 호수는 캔버라 도시 설계의 핵심이자, 시민들이 자연과 일상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호수의 이름은 미국인 건축가 월터 버리 그리핀(Walter Burley Griffin)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현재는 단순한 인공 호수를 넘어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버리 그리핀 호수는 1963년에 조성되었으며, 국회의사당, 국립 미술관, 국립도서관 등 주요 기관들이 호수 주변을 따라 자리해 있다. 이는 단순한 경관이 아닌, 도시의 구조적 축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곳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계획은 '자연과 정치, 문화의 조화'를 추구한 캔버라만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호수 산책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대표적인 코스로는 전체를 도는 28km의 순환 루트, 그리고 부담 없이 걷기 좋은 5km 내외의 센트럴 루프(Central Loop)가 있다. 나는 오전 일찍 런던 서킷(London Circuit) 근처에서 산책을 시작했다. 포장된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편하고, 경사가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이곳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하는 코스인데, 안전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호주에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들이 많은데, 내가 작성한 호주 1인 여행자를 위한 도시와 명소에 관한 글을 참고하면 좋다. 호주에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다양한 야생동물과 마주할 수 있다. 도심의 중심인데도,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실제로 나는 호숫가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중 펠리컨 한 마리가 다가와 내 발밑을 지나가는 경험을 했다. 이곳에서는 블랙 스완, 오리, 물새 등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이곳 시민들은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의 매력을 이 산책로에서 실감한다고 말한다. 산책 중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도 많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국립 미술관, 국립 초상화 갤러리, 전망대, 그리고 호주 국립대학교(ANU)까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걷는 동안 문화와 지성의 공간도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된다. 나는 국립도서관 앞의 잔디 쉼터에서 현지 사람들이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그곳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도시 중심임에도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이곳만의 특별한 감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킹스 파크(Kings Park)와 코먼웰스 파크(Commonwealth Park)는 잠시 쉬어가기 좋은 장소이다. 나는 운 좋게 주말에 방문해 어린이 미술 축제 현장을 마주쳤고, 행사장에서 수제 파이와 진저비어를 구입해 잔디 위에서 점심을 즐겼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음식을 먹는 그 순간은 도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여유였다. 이곳에서는 산책뿐 아니라 유람선 크루즈도 운영되고 있다. 약 1시간 동안 호수를 순회하는 코스로, 국회의사당과 도시 전경을 수면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나는 이 크루즈를 통해 호수 너머 풍경과 캔버라의 도시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과 물결이 어우러진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이 산책로는 입장료가 없고,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방문 가능하다. 일부 유료 체험(크루즈, 자전거 대여 등)은 현장에서 예약하거나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자전거 대여소도 호수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걷기보다 빠르게 이동하고 싶을 경우 이용하면 좋다. 정리하자면, 버리 그리핀 호수와 그 주변 산책로는 단순한 호수가 아니다. 도시 계획의 철학, 자연 친화적 구조, 그리고 문화와 역사적 기관들이 모두 어우러진 복합적 공간이다. 캔버라 1일 당일치기 여행 중에 짧은 산책만으로도 이 도시의 성격과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도시 속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 산책로는 반드시 경험해야 할 코스이다.
캔버라는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도시다. 단 하루의 여행이었지만, 나는 국회의사당에서 호주의 정치와 문화, 전쟁기념관에서 그들의 역사와 희생, 호수 주변 산책로에서 시민들의 일상과 자연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돈되고 품격 있는 분위기는 수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었다. 시드니나 멜버른의 화려함에 지쳤다면, 캔버라는 분명히 색다른 여행지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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