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실바니아 지역은 루마니아의 아름다운 자연과 특별한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이 지역은 광활한 산맥과 중세의 마을들, 그리고 전통적인 농가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이 글에서는 트란실바니아 산맥 하이킹, 시기쇼아라 중세 마을 방문, 그리고 농가 체험과 전통 음식 맛보기라는 세 가지 여정을 통해, 내가 경험한 잊지 못할 여행의 순간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1. 트란실바니아 산맥 하이킹
트란실바니아 산맥은 루마니아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산악 지대이다. 이곳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하이킹 명소로, 빽빽한 숲과 부드러운 초원, 웅장한 절벽과 계곡이 어우러져 있다. 중세 시대부터 요새와 성곽이 세워졌던 전략적 지역으로, 브란 성 같은 고성이 주변에 남아 있어 역사적 매력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 여행과 같은 특별한 장소이다. 대표적인 하이킹 코스는 퍼거라슈 산맥(Făgăraș Mountains)이다. 이 나라의 최고봉인 몰도베아누(Moldoveanu Peak, 2,544m)와 비슈티아 마레(Viştea Mare Peak)를 품고 있으며, 코스는 대체로 중급 이상이다. 나는 퍼거라슈 산맥을 2박 3일 동안 종주한 경험이 있다. 첫날, 비슈티아 산장에서 출발해 능선을 따라 걷는 동안, 하늘 아래 펼쳐진 구름들을 보며 걷는 기분은 황홀했다. 둘째 날에는 고난도 암벽 구간을 오르내리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정상에서 맞이한 일몰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하이킹을 경험했는데, 이곳은 난도가 높은 편이었다. 따라서 등산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부쿠레슈티에서 트란실바니아 산맥까지 가려면 북역(Gara de Nord)에서 브라쇼브까지 기차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 브라쇼브에서 현지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산 입구로 이동할 수 있다. 나 역시 기차를 이용해 브라쇼브에 도착한 후 미니버스를 타고 퍼거라슈 산맥으로 이동했다. 총 이동 시간은 약 4시간 정도였으며, 기차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정시에 도착해 이동이 편리했다. 하이킹을 계획했다면, 사전에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기본적으로 튼튼한 등산화, 방수 재킷, 따뜻한 여벌 옷, 헤드 램프, 구급약품, 식수와 고열량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초반에 '여름이니까 가볍게 준비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떠났다가, 산 위에서 비를 맞아 옷이 젖고 체온이 떨어져 큰 고생을 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이후에는 항상 비상용 옷과 방수 장비를 챙기게 되었다. 트란실바니아 산맥에서는 급격한 날씨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여름에도 오후가 되면 천둥과 폭우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겨울철에는 폭설로 인해 코스가 폐쇄되기도 한다. 들개도 조심해야 하는데, 나는 실제로 목동이 풀어놓은 개 떼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는 놀라지 않고 천천히 코스를 유지하며 걸어 위협을 피했다. 스틱이나 호루라기를 준비하면 안전에 도움이 된다. 이 산맥에서 반드시 해봐야 할 것은 일출 감상이다. 나는 비슈티아 마레 근처 캠프장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정상에 올라 일출을 기다렸다. 해가 떠오르며 구름을 붉게 물들이는 광경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만약 하이킹에 자신이 없다면, 트란스파가라산 하이웨이(Transfăgărășan Highway)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BBC 톱기어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꼽은 곳으로, 드라이브 내내 압도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외 반드시 가봐야 할 명소는 발레아 호수(Bâlea Lake)이다. 해발 2,034m 고지대에 위치한 빙하 호수로, 여름에는 초록 잔디와 야생화가 호수를 감싸고 겨울에는 얼음 호텔로 변한다. 나는 여름에 방문했는데, 차가운 호수에 발을 담그고 쉬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맛본 루마니아 전통 수프 '치오르바 데 부르타'도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트란실바니아 산맥 하이킹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마주하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행이다. 나는 이곳에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작음을 실감하며 겸손을 배웠다. 다음에 루마니아를 여행한다면, 반드시 다시 찾고 싶은 특별한 하이킹 코스였다.
2. 시기쇼아라 중세 마을 방문
시기쇼아라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역에 위치한 중세 마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이다. 12세기 사소니아인들이 건설했으며, 지금도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성벽과 방어 탑,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를 이루며 골목마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마을은 드라큘라로 알려진 블라드 체페슈의 출생지로도 유명해 세계 각국의 여행객이 찾는다. 부쿠레슈티에서 시기쇼아라로 가는 방법은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부쿠레슈티 북역(Gara de Nord)에서 출발해 약 5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하루에도 여러 편 운행된다. 나도 아침 기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창밖으로 펼쳐지는 트란실바니아 전원의 풍경을 보며 여행의 시작을 즐겼다. 역에서 구시가지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로 가까워 이동이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시계탑(Turnul cu Ceas)이다. 14세기에 세워진 이 탑은 과거 시청으로 쓰였으며, 꼭대기에 올라가면 붉은 지붕이 이어진 구시가지와 트란실바니아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탑 내부 박물관을 둘러보며 이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 배울 수 있었다. 또 다른 필수 방문지는 블라드 체페슈 생가이다. 현재는 레스토랑과 작은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나는 이곳에서 중세 무기와 갑옷을 구경하고,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생가 앞에 있는 드라큘라 전설 간판은 이곳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더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블라드 체페슈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시기쇼아라를 찾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골목길 산책이었다. 계획 없이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작은 교회, 오래된 분수, 고풍스러운 벽화가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17세기에 만든 학교 언덕(School Hill)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인상 깊었다. 172개의 나무 계단을 오르며 과거 학생들의 일상을 상상해 보는 재미도 느꼈다. 시기쇼아라는 유럽에서도 드물게 중세 요새 도시 구조를 완벽히 보존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도시 전체가 고지대에 세워져 방어에 유리하며, 성벽과 함께 14개의 탑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방어 들은 각각 다른 길드(장인 조합)가 관리했는데, 이는 중세 도시 방어 체계의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남아 있는 것 중 일부는 복원되어 관광객들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가장 유명한 곳이 로프메이커스 타워(Ropemakers' Tower)이다. 이 타워는 당시 밧줄 제조 조합이 관할했던 곳으로, 지금은 작은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기쇼아라의 도시 구조와 방어 체계는 중세 길드 사회와 상업 문화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나는 탑 중에서도 특별히 테일러스 타워(Tailors' Tower)를 방문한 기억이 있다. 테일러스 타워는 중세 시대 재단사 조합이 관리했던 곳으로, 성벽의 주요 출입구를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타워 내부를 둘러보면서, 작은 창문과 돌로 된 좁은 계단, 그리고 화살을 쏘기 위한 틈새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거대한 목재 문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그 일부가 복원되어 있어 중세 방어 시스템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특히 늦은 오후, 금빛 햇살이 골목 사이로 스며드는 모습은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여행을 계획했다면, 이 마을에서는 꼭 1박 이상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꼭 체험해야 할 것들이 있다. 하나는 중세 축제(Sighişoara Medieval Festival)이다. 매년 여름 도시 전체가 중세 분위기로 변하고, 기사들의 검술 쇼, 거리 음악회, 전통 시장 등이 열린다. 나는 축제 기간에는 방문하지 못했지만, 거리 악사들과 상점들을 통해 중세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전통 수공예품 쇼핑이다. 나는 작은 골목 가게에서 수공예 접시를 구입해 집으로 가져왔다. 지금도 그 접시를 보면 골목길의 따뜻한 풍경이 떠오른다. 식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나는 'Casa Cositorarului'라는 중세풍 레스토랑에서 전통 수프와 구운 고기 요리를 맛보았다. 벽난로가 따뜻하게 타오르는 식당 안에서 현지 와인 한 잔과 함께한 저녁은 여행 중 가장 편안한 순간이었다. 음식의 담백함과 깊은 풍미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시기쇼아라는 단순한 테마 관광지가 아니다. 800년 넘게 이어진 실제 삶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살아 있는 마을이다. 현대적 편의시설은 부족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진짜 시간 여행지를 원한다면, 시기쇼아라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3. 농가 체험과 전통 음식 맛보기
트란실바니아 지역은 광활한 자연과 함께 깊은 농업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농가 체험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 있어,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전통 생활 방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농가 체험은 주로 작은 시골 마을이나 가족 농장에서 이루어지며, 현지 농장 웹사이트나 여행사를 통해 사전 예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트란실바니아 북쪽 작은 마을 비소크(Bișoc)에서 농가 체험에 참가했으며, 농장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기본 프로그램은 가축 돌보기이다. 나는 농장 주인과 함께 새벽에 일어나 소젖을 짜고, 어린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일을 도왔다. 소젖을 직접 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농장 주인의 친절한 지도 덕분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그날 아침 갓 짜낸 신선한 우유로 만든 치즈를 맛본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또한, 전통 방식으로 빵을 굽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부엌에서는 할머니가 화덕에 불을 지피고 있었고, 나는 반죽을 치대고 구워내는 전 과정을 직접 배웠다. 갓 구운 빵에 신선한 치즈와 꿀을 발라 먹었을 때의 고소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가정마다 전해 내려온 소중한 전통의 결과물이었다. 또 하나의 기억에 남는 체험은 농장 근처 들판에서 열린 작은 축제였다. 나는 현지 주민들과 함께 가축 경주를 관람하고, 민속 무용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전통 복장을 입고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었던 순간은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경험이었다.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기에 언어의 장벽도 느끼지 못했다. 트란실바니아에서는 다양한 전통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대표 음식은 '사르말레(Sarmale)'로, 양배추에 돼지고기와 쌀을 싸서 천천히 끓인 요리이다. 나는 첫날 농가의 가정집에서 사르말레를 먹었는데, 고기와 양배추의 조화가 정말 훌륭했다. 이 요리는 루마니아 가정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전통 음식이다. 나는 부쿠레슈티의 레스토랑에서도 이 사르말레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현지인의 식탁에서 먹어 보니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또한, '치오르바 데 부르타(Ciorbă de burtă)'라는 전통 수프도 꼭 맛봐야 한다. 소의 위를 사용한 이 수프는 사워크림과 식초를 넣어 시큼하면서도 진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나는 처음에는 낯선 재료에 당황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 맛 덕분에 금세 익숙해졌다. 특히 겨울철에는 이 수프 한 그릇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최고의 음식이다. 한국인에게는 많이 생소한 음식이어서 입맛에 안 을 수도 있다. 디저트로는 '파파나시(Papanași)'를 추천한다. 파파나시는 도넛처럼 생긴 튀김 디저트로, 위에 사워크림과 잼을 얹어 먹는다. 마지막 날, 주인 할머니가 직접 만든 파파나시를 맛볼 수 있었는데,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긴 하루의 피로가 단번에 사라지는 맛이었다. 이 지역의 전통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오랜 시간 농업 환경에 맞춰 발전한 문화의 결정체이며, 조리법 하나하나에도 세대를 이어온 지혜가 담겨 있다. 나는 농가 체험을 통해 전통 음식이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공동체와 가족을 연결하는 중요한 문화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도시의 빠른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곳은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만약 루마니아를 여행지로 고민하고 있다면, 꼭 트란실바니아를 방문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지역은 거대한 산맥과 무수히 이어진 숲길, 그리고 수백 년 전부터 변함없이 지켜온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다. 대도시의 화려함이나 인위적인 관광지가 아닌,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진짜 모습을 경험할 수 있기에 더욱 값진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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