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비카즈-협곡-좁은-도로와-양옆에-절벽-돌-사이에-풀과-나무-오른쪽에-작은-강

 비카즈 협곡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북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많은 여행자들이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숨은 명소이다. 웅장한 절벽과 신비로운 호수, 그리고 때묻지 않은 자연이 어우러진 이곳은 '루마니아의 비밀 정원'이라 불릴 만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여행 중 우연히 알게 되어 방문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비카즈 협곡 드라이브와 트레킹, 적색 호수의 매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비카즈 협곡 드라이브 코스

 비카즈 협곡은 루마니아 정부에서 관리하는 자연 보호 구역이다. 이곳은 카르파티아산맥의 헤르게타우와 기울루이 산맥 사이에 형성된 거대한 석회암 협곡이다. 수백만 년 전 빙하기와 지각 운동으로 만들어졌으며, 루마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경관 중 하나로 꼽힌다. 길이 약 8km, 깊이 최대 300m에 달하는 깎아지른 절벽과 좁은 도로가 이어지며, 방문객들에게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루마니아 최고의 드라이브 루트로 알려져 있다. 이곳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차를 타고 달려봐야 한다. 부쿠레슈티에서 비카즈 협곡으로 가는 방법은 차량 이용이 일반적이다. 나는 부쿠레슈티 북역 인근에서 렌터카를 빌려 아침 일찍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바커우를 지나 기울루이 방향으로 북쪽으로 달렸다. 약 5~6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중간에 작은 도시들을 지나는 동안 소박한 시골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도로는 대체로 양호했지만, 협곡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급격한 커브와 좁은 차선이 이어져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드라이브 코스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구간은 기울루이에서 출발해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다. 이곳에서는 침엽수림과 가까워지는 절벽 풍경을 볼 수 있다. 나는 잠시 차를 세워놓고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풍경을 감상하다가 다음 구간으로 이동했다. 두 번째 구간은 협곡의 중심부로, 양쪽으로 솟은 절벽이 길을 감싸는 장관이 펼쳐진다. 나는 이 구간을 지나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세 번째 구간은 적색 호수까지 이어지는데, 드라이브의 여운을 즐기기에 좋은 길이다. 이곳에서는 중간에 차를 세우고 걷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도로 옆 협곡 길을 1km 정도 걸었는데, 절벽과 물소리, 그리고 메아리치는 발소리가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또 다른 경험은 중간 야외 시장 방문이었다. 나는 현지에서 만든 훈제 치즈를 맛보았고, 고소하고 짭짤한 맛 덕분에 드라이브의 피로를 쉽게 잊을 수 있었다. 특히 비카즈 협곡 드라이브 코스 중 '지옥의 목구멍(Cheile Bicazului)'이라 불리는 구간은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좁은 도로 양옆으로 절벽이 바짝 붙어 있어 차량 두 대가 교차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이곳을 지날 때는 긴장과 스릴이 동시에 느껴졌다. 나는 무서워서 이 구간을 지날 때 핸들을 꽉 잡으며 천천히 운전했지만, 지나고 나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 구간은 초보 운전자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비카즈 협곡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이른 시간에는 관광객이 적어 도로가 한산하고, 아침 햇살과 차가운 공기가 협곡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둘째, 날씨를 꼭 확인해야 한다. 비나 눈이 올 경우 도로가 미끄럽고 위험할 수 있다. 셋째, 자주 차를 세우고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협곡을 단순히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이곳은 수백만 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낸 장엄한 걸작을 눈앞에서 만나는 장소이다. 절벽과 계곡, 바람과 물소리, 그리고 드라이브의 스릴이 하나가 되어 여행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다. 루마니아를 여행한다면 비카즈 협곡 드라이브 코스는 반드시 경험해야 할 필수 코스이다.

2. 협곡 트레킹 장비 준비하기

 비카즈 협곡에서 트레킹을 계획했다면, 이곳은 아름답지만 결코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경사, 자갈길, 급변하는 날씨 등 다양한 변수에 대비하려면 적절한 장비 준비가 필수다. 나 역시 처음 도전했을 때, 준비 부족으로 고생한 기억이 있다. 이후부터는 장비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장비는 숙련도에 따라 달라진다. 초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에 잘 맞는 트레킹화다. 나는 처음 일반 운동화를 신고 출발했다가 젖은 바위에서 미끄러지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이후 방수와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트레킹화를 신게 되었고, 걷는 내내 훨씬 안정감을 느꼈다. 발목을 보호하는 하이컷 제품이면 더욱 안전하다. 중급자라면 트레킹 폴, 기능성 의류, 배낭이 추가로 필요하다. 나는 비카즈 협곡 내리막길에서 무릎 통증이 있었는데, 폴을 사용하면서 부담이 크게 줄었다. 기능성 옷은 땀이 잘 마르고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면 티셔츠를 입고 갔을 땐 땀이 마르지 않아 오히려 몸이 식었지만, 기능성 이너웨어로 바꾼 뒤에는 한결 편안해졌다. 배낭은 20~30리터 사이가 적당하며, 내부 포켓이 구분된 제품이 유용하다. 배낭의 무게는 내가 오랫동안 들고 있어도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 나는 이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배낭이 무거우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이후부터는 무게를 줄이는데 힘썼다. 유럽 산악협회(EUMA)에서는 중거리 트레킹 시 개인이 짊어지는 배낭 무게를 체중의 20%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장비의 무게보다 기능성과 휴대성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에는 초경량 소재를 활용한 장비들이 늘어나고 있어, 무게는 줄이되 기능은 유지하는 선택이 가능하다. 트레킹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GPS, 고도계, 정수 필터, 비상 키트 등 고급 장비까지 챙겨야 한다. 나는 협곡 트레킹 도중 스마트폰 신호가 끊겨 길을 놓친 적이 있었는데, 미리 다운로드한 오프라인 지도 앱이 큰 도움이 됐다. 또, 예상보다 더운 날씨로 물이 부족했을 때는 휴대용 정수 필터로 계곡물을 정화해 마시며 위기를 넘긴 경험도 있다. 이런 장비는 비상 상황에서 생명을 지켜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협곡에서의 트레킹은 단순한 산책과는 달리 고도 변화와 지형 구조에 따른 체력 소모가 크다. 특히 이곳처럼 해발 고도가 급변하는 지역은 저체온증이나 탈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가능한 기능성 의류와 전해질 음료, 간편한 당분 섭취용 간식이 필수다. 또한 사전에 경로를 미리 확인하고, 지도와 GPS 앱을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날씨 예보를 체크하고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우비, 방수 재킷, 여벌 양말도 챙겨야 한다. 나는 처음엔 날씨가 맑길래 우비를 챙기지 않았다가,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나 배낭 안 모든 물건이 젖었던 적이 있다. 이후로는 항상 방수 커버와 판초를 기본 장비에 포함시킨다. 필수 준비물로는 물 1.5L 이상, 에너지바, 구급약, 수건, 보조 배터리, 헤드랜턴이 있다. 협곡은 오후에 그늘이 많고 어두워지는 속도가 빠르다. 나는 한 번 트레킹이 예정보다 길어져 어둑해진 숲길을 지나야 했는데, 헤드랜턴 덕분에 큰 위험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한 스마트폰 GPS와 카메라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배터리가 금방 닳았고, 보조 배터리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한 일정과 과신을 피하는 것이다. 나는 초반에 너무 욕심을 내 일정이 빡빡했고, 결국 후반에는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계획을 줄여야 했다. 협곡 코스는 짧아 보여도 난도가 높고, 체력 소모도 심하다. 충분한 여유를 두고, 중간중간 휴식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저한 준비가 안전을 만들고, 그 안전이 깊은 감동으로 이어진다. 어떤 자연도 준비된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

3. 적색 호수(라쿠 로슈) 산책

 적색 호수, 루마니아어로는 라쿠 로슈(Lacu Roșu)는 하르게타우 산맥 자락에 위치한 자연 호수이다. 비카즈 협곡과 함께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자연 명소 중 하나이다. '붉은 호수'라는 이름은 붉은빛을 띠는 주변 토양과 물속에 쌓인 철 성분 퇴적물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1838년 산사태로 계곡이 막히며 형성되었고, 당시 잠긴 침엽수들의 고사목이 지금도 수면 위로 솟아 있어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부쿠레슈티에서 적색 호수까지는 자동차로 약 6시간 정도 소요된다. 나는 비카즈 협곡을 지난 후 호수로 이동했는데, 두 장소가 가까워 하루 일정으로 묶어 다녀오기 좋았다. 호수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고, 조용한 분위기와 맑은 공기 덕분에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산책 코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호숫가를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순환 산책로이며, 다른 하나는 호수를 감싸는 언덕을 오르는 짧은 트레일이다. 나는 첫날 아침, 해가 막 떠오를 무렵 호수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3km 정도의 길이로 평탄하여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수면에 비친 고사목과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나는 숙소에서 커피와 빵을 준비해서 호숫가에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해가 떠오르며 물 표면이 붉게 물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둘째 날에는 언덕 트레일 코스에 도전했다. 경사가 있긴 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며, 정상에 도착하면 적색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붉은 테두리를 두른 에메랄드빛 호수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풍경을 감상했다. 주변에는 아담한 식당과 카페가 있어 산책 중 휴식하기 좋다. 나는 한 식당에서 이 나라의 전통 스튜인 토카니타를 먹었는데, 부드럽게 익은 고기와 감자가 진한 국물에 잘 어우러져 기억에 남는 식사였다. 근처 상점에서는 꿀과 블루베리 잼을 판매하고 있어 기념품으로도 좋다. 나는 블루베리 잼을 구입했는데, 지금도 아침 식사 때마다 이곳의 풍경이 떠오른다. 호수에서 꼭 해봐야 할 또 다른 활동은 보트 타기이다. 손으로 젓는 나무 보트를 빌려 호수 중앙까지 나아가면 수면 위로 솟아 있는 고사목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나는 남편과 함께 보트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았고, 물 위의 고요함과 육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감상하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조용하고 상업화되지 않아 여유로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에는 관광객이 적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고요한 풍경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른 아침 다시 한번 호숫가를 걸으며 전날과는 또 다른 감성을 느꼈다. 살짝 낀 안갯속에서 마신 따뜻한 커피는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적색 호수는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주변의 사암과 석회암 지형은 침식과 퇴적 과정을 잘 보여주며, 다양한 희귀 식물과 조류가 서식하고 있어 생태학적 연구 가치도 높다. 이 지역은 유럽연합의 자연 보호 구역인 ‘Natura 2000’에 포함되어 있으며, 정부에서 생태 보존을 위한 감시 및 관리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 정책 덕분에 이곳이 더 이상 개발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관광지로서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과 연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이곳에서의 산책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자연과의 교감이다. 비카즈 협곡과 함께 방문하면 루마니아가 왜 유럽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을 지닌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는지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드라이브, 산책, 트레킹이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비카즈 협곡을 경험하면,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루마니아를 찾는다면, 이곳을 꼭 방문해 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