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바다를 접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유명한 휴양 도시가 많다. 또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고대 도시들의 유적지가 많아 볼거리가 풍부한 나라이다. 나는 약 40일간 이 나라를 여행했는데,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와 같이 상징적인 지역 외에도 꼭 가볼 만한 곳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튀르키예에서 꼭 가봐야 하는 도시 3곳을 추천하고자 한다.
1. 에페수스 유적지를 가기 위한 관문 도시, 이즈미르
이즈미르는 에게해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튀르키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사실 이곳은 큰 화재로 인해 대부분의 문화유적이 소실되어 남아있는 것이 없지만, 에페수스, 트로이로 가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 이스탄불에서 야간 버스를 타면 약 7시간 소요되는데, 터키는 저가 항공의 국내 노선이 잘 되어 있어서 미리 예약하면 버스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 나 또한 저가 항공을 타고 이동했고, 이스탄불에서 이즈미르까지는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되었다. 이 도시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인데, 가보니 생각보다 붐비지 않고 휴식을 즐기기에 좋은 도시였다. 상업적이지 않고, 이스탄불보다도 물가가 40% 이상 저렴하다. 관광보다는 현지인처럼 한 달 살기를 하기에 적합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관광지는 이즈미르 시계탑인데, 1901년 세워졌으며 그 형태가 온전히 남아 있다. 케메르알트 시장과 아타튀르크의 집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페수스 유적지를 가기 위해 이 도시를 찾는다. 이즈미르에서 에페수스 유적지를 가고자 하면 셀축이라는 도시를 꼭 거쳐야 한다. 셀축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10분 소요되며, 셀축 기차역에서 도보로 5분 떨어져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에페수스로 향하는 돌무쉬를 타야 한다. 참고로 돌무쉬는 교통수단으로, 15인승 승합 차이다. 에페수스는 6세기 경 그리스 아테네가 만든 도시이며, 에게해 지역에 역사로 기록되어 있는 유일한 고대 도시이기도 하다. 또한 성모 마리아가 생애 마지막을 보낸 곳으로도 알려져 있어 성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꼭 봐야 하는 대표 유적지가 굉장히 많다. 북문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성모 마리아가 승천하기 전까지 살았다고 전해지는 성모 마리아의 집을 볼 수 있다. 1세기 경에 산의 경사면을 따라서 지어진 원형 극장은, 무려 2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극장으로, 로마의 콜로세움과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원형 극장에서 잘 다져진 대리석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켈수스 도서관을 마주하게 된다. 2세기 경 셀수스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아들이 지은 도서관으로, 중앙에는 셀수스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진다. 규모가 굉장히 크고 기둥과 조각들이 화려해서 에페수스 유적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장소이다. 그 외 성 요한 성당, 잠자는 7인의 동굴, 하드리아누스 신전, 트라야누스의 샘 등을 꼭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2.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 페티예와 욜루데니즈 해변
페티예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만 형태로, 튀르키예의 대표 휴양 도시 중 하나이다. 이 도시의 남쪽 해변인 욜루데니즈 해변은, 넓은 백사장과 청록색 바닷물의 블루 라군으로 유명하다. 성수기에는 욜루데니즈 주변 호텔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 페티예 근처에 숙소를 예약하면 약 40% 이상 저렴하다. 페티예에서 욜루데니즈까지는 차로 약 15분 정도 걸리며, 돌무쉬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데, 가격은 약 50리라이다. 해변가는 저녁 늦게까지 시끄러운 편이므로, 조용하게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페티예 근처 숙소를 추천한다. 욜루데니즈 해변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지상 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서 꼭 경험해야 하는 액티비티가 있는데, 바로 패러글라이딩과 지중해 보트 투어이다. 해변가를 따라 액티비티 업체들이 줄지어 있고, 호객 행위가 엄청나다. 가격은 대부분 약 120달러로 통일되어 있고, 성수기 시즌에는 가격이 2배 넘게 증가한다. 이 비용에는 숙소에서 픽업, 보험,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여러 업체를 다녀보고 파일럿의 전문성, 친절도 등을 비교해서 원하는 곳에서 예약하면 된다. 나는 내 인생의 첫 패러글라이딩을 이곳에서 했는데, 내 발밑에 펼쳐지는 지중해와 비현실적인 자연에 두려움보다는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할 수 없다면 보트 투어를 추천한다. 가장 유명한 곳은 드래곤 보트 투어인데,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올법한 배를 타고 지중해에서 파티를 즐기고 수영을 하는 투어이다. 사실 이곳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는 파티 분위기이기 때문에, 조용하게 지중해를 감상하며 휴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참고로 배는 3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뜨거운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천막이 있는 2층 자리는 금방 차버린다. 미리 줄을 서서 천막이 있는 자리를 선점하는 것을 추천하고, 뱃멀미가 있다면 미리 약을 먹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지중해를 가로질러 가다가 중간에 여러 장소에서 정박을 하는데, 다이빙과 스노클링, 수영 등을 즐길 수 있다. 배 위에서 점심 또한 제공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재미있게 바다를 즐길 수 있고, 가격은 약 20달러로 저렴한 편이다. 만약 수영복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페티예 버스 터미널 안에 있는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참고로 래시가드는 판매하지 않으니, 만약 래시카드가 필요하다면 한국에서 미리 구입해서 가야 한다. 지중해 태양이 굉장히 뜨겁기 때문에 피부 보호를 위해 래시가드를 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3. 휴양과 관광을 모두 하고 싶다면 추천하는 도시, 안탈리아
만약 휴양과 관광을 모두 하고 싶다면 안탈리아를 추천한다. 이곳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대표적인 휴양 도시이자, 튀르키예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대 로마 유적지가 많기 때문에, 튀르키예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이스탄불만큼 많이 찾는 도시이기도 하다. 안탈리아는 큰 도시이기 때문에, 도보로 모든 관광지를 둘러볼 수 없다. 따라서 버스 터미널에서 충전 식 교통 카드를 미리 발급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증금 35리라를 내고 구입할 수 있으며, 내가 원하는 만큼 충전해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한겨울을 제외하고 매우 덥기 때문에 버스, 트램 등을 모두 탈 수 있는 교통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가장 먼저 구시가지로 들어서는 관문인 하드리아누스 문을 볼 수 있는데, 2세기 경 로마 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당시에는 이 문이 안탈리아로 가는 유일한 문이었다고 한다. 이 문을 통과하면 구시가지로 들어서게 되는데, 좁은 골목 사이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볼거리가 많아 천천히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머멀리 비치에 다다른다. 이 해변은 물이 굉장히 맑고 파도가 세지 않아서 수영하기에 좋다. 참고로 이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되는 프라이빗 비치들이 많다. 프라이빗 비치도 사람이 많아 항상 붐비기 때문에 굳이 비용을 지불하고 이곳을 갈 필요는 없다. 수많은 해변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콘얄티 해변이다. 수많은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며, 물이 맑고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기에 좋다. 자갈이 아닌 부드러운 모래 백사장을 원한다면 라라 해변을 추천한다. 내가 안탈리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카라알리올루 공원이다. 이곳은 지중해 바다 주변에 야자수 나무들이 길게 줄지어 있고, 조경이 잘 되어 있어서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공원이다. 특히 오후 5시쯤 이곳을 방문하면, 아름다운 선셋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외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안탈리아 박물관을 추천한다. 이곳에는 페르케, 아스펜도스 등 고대 도시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서 볼 것이 많다. 만약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하루는 파묵칼레를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편도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긴 여정이지만, 눈처럼 하얀 석회 산을 따라 흐르는 에메랄드빛의 온천수를 감상할 수 있다. 파묵칼레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유명한 관광지이다. 석회수가 오랜 시간에 거쳐 암석 표면에 흐르면서 침전되어 신비한 석회 산과 온천을 만들어냈다. 안탈리아 버스 터미널에서 데니즐리까지 버스로 3시간 이동한 후, 데니즐리 버스 터미널에서 돌무쉬를 타고 파묵칼레까지 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튀르키예는 최소 10박 이상 일정을 계획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만큼 가볼 만한 여행지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추천한 여행지 3곳 외에도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도시들이 많으니, 다양한 도시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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