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포프라드-도시-전경과-타트라산맥

 아직까지도 부모님 세대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이 더 익숙할 수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때 체코슬로바키아가 세워졌는데, 1993년 1월 1일에 평화적으로 분리되어 슬로바키아는 독립국이 되었다. 독립국이 된 지 30년 정도 되었지만, 체코에 비해 여행 정보가 없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력이 넘치는 슬로바키아 여행 기초 정보,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그 외 여행하기 좋은 도시를 추천하고자 한다.

1. 슬로바키아 여행 기초 정보

 슬로바키아는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관광객이 많은 곳을 피해 조용한 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이 나라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다. 나는 약 3주간 이곳을 여행했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곳을 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라고 소개했었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가봐야 할 여행지가 많은 곳이다. 슬로바키아는 대한민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공시하는 여행 안전국가 중 하나이며, 주변 국가에 비해 범죄율이 낮아 치안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치기 범죄는 어느 나라에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다. 공식 언어는 슬로바키아어이며, 주요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번역 앱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은 없으나, 한국처럼 와이파이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므로 미리 유심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90일간 여행이 가능하다. 화폐는 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행 후 현금이 남아도 다른 나라 여행 시 사용할 수 있어서 부담이 적다. 작은 소도시에서도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적이라 현금을 사용할 일이 극히 적으나, 물가가 저렴한 탓에 소액 결제가 많으므로 현금은 조금이라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환전보다는 ATM 기기에서 수수료 없는 카드로 인출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 관광 수요가 많지 않아서 호텔이나 음식점에서 팁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간혹 외국인을 대상으로 팁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한국과의 시차는 8시간 늦으며, 서머타임 기간에는 7시간 늦다. 슬로바키아도 한국과 같이 사계절 대륙성 기후를 나타내며, 한국보다는 훨씬 건조하기 때문에 여름이라도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다. 다만 겨울은 춥고 강설량이 많기 때문에 여행 시 주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겨울보다는 여름에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수도 브라티슬라바

 아직 한국에서 슬로바키아로 가는 직항이 없다. 따라서 주변국인 오스트리아 빈이나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경유해서 갈 수 있는데, 오스트리아를 경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빈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는 기차나 버스로 약 1시간 소요된다. 나 또한 버스를 이용했는데, 두 나라의 수도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빈에서 당일치기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저녁 무렵엔 구시가지 거리가 한산해진다. 브라티슬라바는 슬로바키아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이지만, 인구가 2022년 기준 47만 명으로 적은 편이며, 도시는 하루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브라티슬라바 성이다. 꽤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바위 언덕 위에 세워진 성을 만나게 된다. 11세기에 세워진 후 화재로 인해 여러 번 재건 과정을 거쳤으며, 공산주의 시대에는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었다. 르네상스, 고딕, 바로크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역사적, 건축학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성에서 내려다보면, 도시를 가로지르는 다뉴브강과 중세 유럽을 연상케하는 건물들이 굉장히 조화롭고 아름답다. 브라티슬라바 랜드마크 중 하나인, 블루 교회라고 불리는 성 엘리자베스 교회도 꼭 가봐야 하는 관광지이다. 이곳은 외관 벽이 파란색이어서 유럽 여행 중 볼 수 없는 독특한 교회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꼭 방문하는 필수 코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구시가지 거리이다. 중세 시대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한적한 거리를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한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다가 이곳에 도착하니, 굉장히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구시가지엔 예쁜 카페도 많으니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3. 그 외 가봐야 하는 도시 추천, 포프라드와 코시체

 내가 가장 추천하는 도시는 포프라드이다. 이곳은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타트라 국립공원의 입구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트레킹 및 하이킹을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도시이다. 슬로바키아 국가 제목이 '타트라 산 위에 번개가 쳐도'인데, 국가에 등장할 만큼 타트라 산은 이곳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등산 열차, 케이블카가 잘 갖추어져 있고, 산행 코스도 다양해서 초보자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는 슈트르브스케 플레소인데, 산 아래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포프라드 역에서 이곳까지 산악 열차가 운행되고, 약 1시간 10분 소요된다. 만약 호수만 보고 돌아오고 싶다면, 산악열차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나는 4월 말에 다녀왔는데, 눈 덮인 산 아래에 있는 호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4월 말인데도 눈이 쌓여 있고, 겨울 날씨이기 때문에 만약 등산을 계획한다면 방한 용품을 꼭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슬로바키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코시체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포프라드에서 코시체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성 엘리자베스 대성당이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하고 기품 있는 성당으로, 화재 및 자연재해로 인해 훼손된 부분이 있지만 현재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는 성당이다. 종탑에서는 도시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으니 꼭 올라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 국립극장, 동슬로바키아 박물관, 미클루시 감옥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슬로바키아는 여유롭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여행지이다. 주변국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곳이므로, 새로운 곳으로 여행하는 것을 계획한다면 이곳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