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반입 금지 물품(보조배터리, 액체류, 경유지 규정)

기내 반입 금지 물품 때문에 공항에서 짐을 압수당한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해 새로 장만한 등산 스틱을 중국 경유 공항에서 통째로 빼앗긴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면 괜찮다고 들었던 물건이, 경유지 규정 하나 때문에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항공사와 공항마다 규정이 제각각인 현실, 그냥 넘기기엔 손해가 너무 큽니다.

보조배터리, 2025년 3월부터 규정이 달라졌습니다

보조배터리는 기내 반입 필수 품목입니다. 위탁수하물(Checked Baggage)로 부칠 수 없고 반드시 직접 들고 탑승해야 합니다. 위탁수하물이란 항공사에 맡겨 화물칸에 실어 보내는 짐을 뜻합니다. 보조배터리가 여기 들어가면 화재 발생 시 승무원이 확인조차 할 수 없어 규정상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으로 용량 기준이 명확해졌습니다. 와트시(Wh)란 배터리가 한 시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쉽게 말해 배터리 용량의 국제 표준 단위입니다. 이 기준으로 100Wh 이하는 5개까지 별도 승인 없이 반입 가능하고, 100~160Wh는 항공사 사전 승인 조건으로 최대 2개까지, 160Wh 초과는 아예 반입이 안 됩니다.

그런데 Wh 표기가 없는 제품도 많아서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품에 표기된 밀리암페어(mAh) 수치를 보시면 됩니다. mAh란 배터리가 몇 밀리암페어의 전류를 몇 시간 동안 공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용량 단위로, 보조배터리 제품에 가장 흔하게 표기됩니다. 27,000mAh 이하면 100Wh 이하에 해당해 별도 승인 없이 기내 반입이 됩니다. 3만mAh대는 100~160Wh 구간, 5만mAh 이상이면 반입 자체가 불가합니다.

이번에 새로 생긴 규정 중 놓치기 쉬운 게 단락 방지 조치(Short Circuit Prevention)입니다. 단락 방지란 배터리 단자가 금속 물체와 접촉해 과열되거나 폭발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로, 단자에 절연 테이프를 붙이거나 투명 비닐봉투에 넣거나 보호 캡을 씌우는 방식을 말합니다. 조치를 했다 하더라도 기내 선반에 올려두면 안 되고, 반드시 몸에 지니거나 앞좌석 주머니에 보관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1. 100Wh 이하 (약 27,000mAh 이하): 5개까지 별도 승인 없이 기내 반입 가능
  2. 100~160Wh (약 27,000~43,000mAh): 항공사 사전 승인 필수, 최대 2개
  3. 160Wh 초과 (약 43,000mAh 초과): 기내 반입 전면 불가
  4. 단락 방지 조치 필수: 절연 테이프 부착, 비닐봉투 보관, 보호 캡 부착 중 택1
  5. 기내 선반 보관 금지: 몸에 소지하거나 앞좌석 주머니에만 보관 가능

액체류, 100ml보다 '용기 크기'가 기준입니다

보안 검색대에서 가장 많이 압수당하는 품목이 액체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액체류(Liquids, Aerosols, Gels, 통칭 LAG)의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LAG란 액체, 에어로졸, 젤 형태의 물질을 모두 포함하는 항공 보안 분류 용어입니다. 음료수나 물은 당연히 해당되지만, 로션, 선크림, 파운데이션, 젤 타입 클렌저, 치약, 그리고 김치나 고추장까지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제가 처음에 이걸 알았을 때 김치가 액체류라는 게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기내 반입 기준은 개별 용기 100ml 이하이며, 1인당 1L 이하의 투명 지퍼백 한 개에 모두 담아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이 하나 있는데,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용기 안에 내용물이 50ml밖에 없더라도 용기 자체가 150ml짜리이면 반입이 안 됩니다. 기준은 내용물 양이 아니라 용기 표기 용량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걸 몰라서 압수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위탁수하물로 보내는 경우에는 용량 제한이 없습니다. 장기 여행이라면 큰 용기는 위탁수하물로 보내고, 기내에서 필요한 소량만 여행용 공병에 소분해서 들고 타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액체류 보안 기준(출처: ICAO)에 따르면 이 100ml 규정은 2006년 영국 테러 음모 사건 이후 국제 표준으로 정착된 것으로,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공항이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담배를 챙기시는 분들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자담배와 라이터는 위탁수하물로 보내면 안 되고 기내에 들고 타야 합니다. 라이터는 1인 1개 한도이고, 기내 선반 보관도 금지입니다. 게다가 전자담배나 라이터 자체를 반입 금지로 규정한 국가들도 있어서, 목적지 국가의 별도 확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유지 규정, 출발지보다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저의 산티아고 순례길 경험이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옵니다. 프랑스 공항 도착 시 등산 스틱 반입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믿고 짐을 쌌는데, 중국 경유 공항에서 등산 스틱이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이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물건을 공항에 두고 탑승해야 했을 때의 황당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결국 최종 목적지 기준이 아니라 경유지 포함 전 구간의 규정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손톱깎이나 눈썹 정리칼처럼 장기 여행자에게 필수적인 물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허용하는 항공사가 있는가 하면, 동일한 물건을 날카로운 도구(Sharp Objects)로 분류해 반입을 금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Sharp Objects란 칼날, 가위, 송곳 등 신체 위해 가능성이 있는 날카로운 물체를 묶어 부르는 항공 보안 용어입니다. 규정이 항공사마다, 공항마다 다르다 보니 여행자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귀국할 때도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동남아 여행 후 망고나 바나나 같은 생과일, 육류 및 육가공품, 해산물, 유제품은 한국 입국 시 반입이 금지됩니다. 관세청 공식 사이트(출처: 관세청)에 따르면 이를 신고 없이 반입하다 적발되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단, 말린 과일이나 건새우, 건오징어처럼 완전히 건조된 형태는 반입이 가능합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컵 형태의 곤약 젤리도 기도 폐색 사고 이력을 이유로 한국 반입이 금지된 품목이고, 에브리씽 베이글 시즈닝(Everything Bagel Seasoning) 역시 내용물 중 양귀비씨(Poppy Seed)가 마약류로 분류되어 반입이 안 됩니다.

헷갈리는 품목이 생기면 카카오톡에서 '한국공항공사 보안검색' 채널을 추가하고 채팅으로 물어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 물품명 하나 입력하면 거의 즉시 답변이 오는데, 실제로 써보니 꽤 정확하고 편리합니다. 여행 전 마지막 점검 수단으로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결국 핵심은 한 가지입니다. 출발지, 경유지, 도착지 각각의 규정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정마다 다른 기준이 여행자에게 불편을 주는 건 사실이고, 개인적으로는 국제 항공법 차원에서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경유지 규정 때문에 멀쩡히 허용되는 물건을 잃어버려야 했던 경험을 하고 나면, 이 불편함이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여행 전 5분만 투자해서 항공사 홈페이지와 경유 공항 규정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길 권합니다. 한 번의 확인이 공항에서의 당혹스러운 순간을 막아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8NVnut9a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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