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지리적 다양성이 큰 나라이다. 북쪽의 사막부터 남쪽의 빙하 지역까지 기후가 극단적으로 다르며, 사계절의 특징도 지역별로 뚜렷하게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칠레의 여름과 겨울, 봄과 가을, 계절에 따른 짐 싸기 팁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지역별 여름과 겨울 특징
칠레는 남북으로 4,300km에 달하는 길고 좁은 나라이다. 이 독특한 지형 덕분에 지역마다 전혀 다른 기후를 보인다. 북부는 건조한 사막, 중부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남부는 추운 냉대 기후로 나뉘며, 여름과 겨울의 풍경과 날씨도 극단적으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여름', '겨울'이라 해도 어디를 여행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먼저 북부 아타카마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연중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햇살이 강하며 하늘은 언제나 맑다. 여름에는 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지만 습도가 매우 낮아 그늘에 들어가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밤이 되면 10도 이하로 뚝 떨어져 일교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겨울에도 마찬가지로 낮에는 따뜻하지만 밤에는 영하로 내려가기도 한다. 나는 1월 중순에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마을을 거점으로 4일간 머물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겼다. 새벽 4시에 출발한 타티오 간헐천 투어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 수증기를 가까이서 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때 입술이 얼 정도로 추웠지만, 해가 뜨면서 펼쳐진 안데스산맥과 스팀 사이의 풍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문 밸리(Moon Valley)' 하이킹이었다. 해 질 무렵 바위산들이 붉게 물들며 사막 전체가 불타는 듯한 장면은 사진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는다. 마지막 날 밤엔 별 관측 투어에 참여해 은하수와 토성의 고리를 직접 목격했다. 아타카마가 왜 세계 최고의 천체관측지로 손꼽히는지 그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중부 지역, 특히 수도 산티아고는 칠레 여행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로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비교적 온화한 편이다. 여름철(12월~2월) 낮 기온은 30도까지 오르지만 습도가 낮아 비교적 쾌적하다. 밤에는 20도 아래로 떨어지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 좋다. 반면 겨울(6월~8월)에는 비가 자주 오고, 기온은 10도 이하로 떨어지며 흐린 날이 많다. 특히 대기 정체로 인해 스모그가 심한 날도 있어 호흡기가 약한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나는 7월에 산티아고에 머물렀는데, 하루 종일 안개가 낀 도시 풍경을 경험했다. 산크리스토발 언덕에 올라갔지만 안개로 인해 전경이 보이지 않았고, 시내의 스모그 냄새가 콧속에 맴돌았다. 반면 여름철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카사블랑카 밸리 와이너리에서 진행된 여름 와인 투어는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를 시음하고, 햇살 아래 펼쳐진 포도밭을 걸으며 가벼운 치즈와 현지 빵을 곁들여 마신 와인은 그 어떤 미슐랭 코스보다 인상 깊었다. 산티아고 도심에서는 여름 저녁마다 열리는 노천 공연이나 플라자에서 열리는 시장도 흥미롭다. 실내 관광보다 거리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다. 마지막으로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은 칠레 여행 중 가장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장소이다.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15~20도로 선선하며, 해가 길어서 아침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야외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람이 매우 강해 트레킹 시 방풍 재킷을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또한 날씨 변화가 심해 하루에도 여러 번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겨울은 훨씬 가혹하다.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며 눈보라가 자주 몰아치고, 주요 트레일과 국립공원이 임시 폐쇄되기도 한다. 나는 2월에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트레킹 하며 베이스 오브 더 타워스 코스를 완주했다. 8시간 동안 세 번이나 날씨가 바뀌었지만, 마지막에 만난 세 개의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는 모든 피로를 날려줬다. 그리고 푼타 아레나스에서는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현지인 가족과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따뜻한 환대와 웃음으로 마음이 오갔다. 겨울에 이 지역을 찾았을 땐, 눈보라로 인해 항공편이 결항되어 하루를 더 머물게 되었는데, 현지인 초대를 받아 가정집에서 직접 만든 양고기 요리를 먹으며 남미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 파타고니아의 장점은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나는 마젤란 해협 투어에서 야생 펭귄과 바다사자를 거의 독점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고, 자연의 정적 속에서 진짜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칠레의 여름과 겨울은 단순히 '더운 계절', '추운 계절'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같은 시기라도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날씨와 풍경을 보여준다. 따라서 여행자가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에 따라 시기와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북부는 겨울에도 건조하고 따뜻해 연중 내내 여행이 가능하고, 중부는 여름에 가장 활기차며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남부는 여름이 유일한 탐험의 계절로, 날씨가 허락하는 동안 대자연을 체험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따라서 칠레의 지역별 날씨를 고려하여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2. 칠레 사계절 날씨 중 봄과 가을 추천 여행지
한국과 칠레는 계절이 반대이다. 한국이 봄일 때 칠레는 가을이고, 한국이 가을일 때 칠레는 봄이다. 이 두 계절은 여행하기에 특히 적합한 시기로, 날씨가 안정적이고 관광객이 많지 않아 여행하기 편하다. 먼저 이 나라의 가을에 해당하는 3월~5월 중 가장 추천하는 여행지는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이다. 이곳은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 3월 말부터 포도 수확철이 시작된다. 산티아고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인 산타크루스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와이너리가 있다. 이 시기에는 빈야드 투어, 수확 체험, 와인 시음 행사가 활발히 열린다. 나는 몬테스와 라포스톨 와이너리를 다녀왔는데, 직접 포도를 따고 바로 와인으로 만든 제품을 시음해 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날씨는 평균 22도 내외로 쾌적하고, 건조한 편이라 활동하기 좋다. 단점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렌터카나 투어 차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또 다른 추천 여행지는 아타카마 사막(Atacama Desert)이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4월은 기온이 낮에는 25도 안팎으로 따뜻하고 밤에는 10도 이하로 떨어져 일교차가 크다. 나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머물며 별 관측 투어, 타티오 간헐천, 문 밸리 트레킹을 경험했다. 플라밍고가 서식하는 염호도 볼 수 있었는데, 새벽에 분홍빛 새들이 물가를 거니는 모습은 마치 그림 같았다. 아타카마의 장점은 날씨가 일정하고 하늘이 맑아 사진이 잘 나온다는 점이다. 단점은 고도가 높아 고산증에 주의해야 하고, 투어나 숙소 예약이 번거로울 수 있다. 봄에 해당하는 9월~11월에는 발파라이소(Valparaíso)를 추천한다. 산티아고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이며, 바다와 언덕이 어우러진 예술적인 도시다. 봄철 기온은 평균 20도 정도로 쾌적하고, 도심 곳곳에 벽화와 꽃이 어우러져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많다. 나는 10월에 방문했는데, '세로 알레그레' 언덕에서 벽화를 감상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항구 전망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단점은 언덕이 많아 걷기 불편할 수 있고, 도심 일부 지역에서 소매치기를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푸콘(Pucón)도 봄 여행지로 추천한다. 빌라리카 화산 아래 위치한 이 도시는 온천, 호수,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힐링 여행지다. 기온은 15도~20도 사이이며, 관광객이 적고 자연 속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는 10월에 방문해 화산 근처 국립공원 트레킹을 하고, 오후에는 온천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무 사이 햇살을 받으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단점은 날씨 변화가 심해 갑자기 흐리거나 비가 올 수 있어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봄과 가을 모두에 적합한 곳으로는 칠로에 섬(Chiloé Island)이 있다. 안개와 비가 자주 끼는 곳이지만, 목조 교회와 전통 마을, 습지대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다. 나는 10월 말에 방문했는데, 운 좋게 맑은 날에 카스트로 지역의 교회를 둘러보고 시장에서 현지 해산물과 '쿠란토'를 먹을 수 있었다. 바닷가 근처에서는 야생 펭귄과 해달도 볼 수 있어 생태 관광지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해 차량 이동이 필요하며, 습한 날씨로 인해 방수 장비와 여벌 옷이 필수다. 정리하자면, 봄과 가을은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날씨가 선선하고, 성수기를 피해 여유 있게 여행할 수 있으며, 각 지역의 매력이 뚜렷하다. 이 나라는 지역별로 볼거리와 체험이 다양해 한 번만 가서는 다 보기 어렵다. 하지만 봄과 가을에 잘 계획된 여행을 한다면, 그 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3. 계절에 따른 짐 싸기 팁
칠레 여행을 준비할 때는 목적지와 계절에 따라 짐을 철저히 구분해서 준비해야 한다. 같은 나라라도 지역별로 기온 차이가 심하고, 하루 안에 사계절이 느껴질 만큼 날씨 변화가 큰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일교차가 매우 큰 북부 아타카마 지역을 여행할 때는 '겹쳐 입기'가 중요하다. 얇은 반팔, 긴팔, 후드, 그리고 바람막이 재킷까지 단계별로 입을 수 있는 옷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아타카마의 별 관측 투어에 반팔과 긴팔만 입고 갔다가 밤바람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는 항상 얇은 패딩과 장갑까지 챙긴다. 이 지역은 자외선이 강하므로 SPF 50 이상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 챙 넓은 모자도 필수이다. 공기가 건조하므로 립밤과 보습 크림도 꼭 챙겨야 한다. 수분 보충을 위해 텀블러나 물통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중부 산티아고와 발파라이소 지역은 날씨가 온화해 짐 싸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여름에는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지만 습도가 낮아 크게 덥지 않다. 반팔, 셔츠, 얇은 바지, 그리고 저녁용 가벼운 겉옷 정도면 충분하다. 봄과 가을은 20도 안팎의 기온으로 쾌적하며, 아침저녁으로는 바람막이나 점퍼가 필요하다. 발파라이소는 해안 도시라 해풍이 강하고 기온이 자주 바뀐다. 나는 10월에 발파라이소를 방문했을 때, 낮에는 반팔로 다녔지만 오후에는 갑자기 추워져서 근처 가게에서 스웨터를 급히 구입한 적이 있다. 이 지역은 언덕이 많아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나 트레킹화가 필요하다. 샌들이나 낮은 굽은 신발은 추천하지 않는다.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은 여름에도 기온이 낮고 날씨 변화가 심해 가장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름 평균 기온은 약 13도이며, 강풍과 비, 눈이 하루에 모두 나타날 수도 있다. 방수와 방풍이 가능한 재킷, 따뜻한 내복, 보온 양말, 장갑, 모자 등은 기본이다. 나는 2월에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트레킹 했을 때, 바람이 너무 강해 모자가 날아갔고, 갑자기 우박이 내리는 바람에 전신이 젖었다. 이후로는 항상 방수 바지, 끈 달린 모자, 여분 옷까지 챙긴다. 트레킹화는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를 추천하며, 방수가 되는 제품이 특히 유용하다. 파타고니아의 빙하지대는 자외선 반사가 강해 눈을 보호할 편광 선글라스도 챙기면 좋다. 공통적으로 전자기기 준비도 매우 중요하다. 칠레는 220V 전압을 사용하며 콘센트는 C형, L형이 혼용되므로 멀티 어댑터를 준비해야 한다. 카메라,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동시에 충전하려면 멀티탭도 유용하다. 특히 고지대에서는 전자기기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나는 아타카마 염호에서 드론 촬영 중 배터리가 갑자기 꺼져 중요한 순간을 놓친 적이 있어, 이후에는 항상 예비 배터리와 충전기를 챙긴다. 의약품과 응급 물품도 빠질 수 없다. 기본 상비약(두통약, 감기약, 지사제, 멀미약)과 함께 고산지대에서는 산소 캔, 고산병 예방약, 초콜릿, 물이 도움이 된다. 참고로 기본 상비약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고 현지에서 구입해도 된다. 나는 첫 아타카마 여행에서 고산 증세로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겪었고, 이후에는 하루 전부터 물을 많이 마시고 카페인을 피하며 대비했다. 껌이나 견과류 같은 가벼운 간식도 챙겨두면 장시간 이동 시 도움이 된다. 또한 칠레의 일부 관광지는 편의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고산 라군이나 간헐천 지역에는 화장실이 없고, 전기나 물도 제한적이다. 나는 처음 여행 때 보조배터리를 준비하지 않아 카메라가 꺼진 상태로 투어를 마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반드시 여분의 배터리와 보조 충전기를 챙긴다.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면 삼각대, 망원렌즈도 준비하면 좋다. 결론적으로 칠레 여행에서 날씨에 맞춘 짐 싸기는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계절과 지역, 고도에 따른 날씨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그에 맞게 짐을 준비한다면, 어떤 날씨도 두렵지 않은 완벽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칠레는 사계절이 뚜렷하면서도 지역마다 기후 차이가 극심해서 여행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름과 겨울은 지역별로 전혀 다른 풍경을 제공하며, 봄과 가을은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특히 날씨에 맞춘 짐 싸기는 여행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 여러분의 여행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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