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La Paz)는 남미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도시이다. 이곳은 고산지대 특성, 언덕 위를 달리는 케이블카,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원주민 문화가 공존한다. 이번 글에서는 라파스 시내에서 꼭 가봐야 할 미라도르 전망대와 텔레페리코 케이블카, 전통시장과 거리예술, 안전한 여행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미라도르 전망대와 텔레페리코
라파스(La Paz)는 해발 3,600m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행정 수도이다. 도시 전체가 분지 지형에 자리 잡고 있어,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도시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미라도르 전망대(Mirador Killi Killi)와 텔레페리코 케이블카(Teleférico)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두 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이곳의 지형과 일상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핵심 루트이다. 미라도르 킬리 킬리(Mirador Killi Killi)는 북쪽 고지대에 위치한 전망대로, 볼리비아 독립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름은 이 지역에 서식하는 작은 매에서 유래됐다.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미라도르'보다는 '낄리낄리'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붉은 벽돌 지붕이 가득한 도시의 전경과 계단식 주거지, 오래된 교회들,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일리마니 산까지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처음 방문했을 땐 오후 늦은 시간이었는데, 석양에 물든 도시의 풍경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이른 아침에 찾아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햇살을 보았고, 마지막은 야경을 보러 갔다.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가볼 만한 장소였다. 전망대는 시내 중심에서 택시로 약 10~15분이면 도착하며, 구글 지도로 'Mirador Killi Killi'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보 이동도 가능하지만 언덕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고산지대에 익숙하지 않다면 차량 이용이 좋다. 이곳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날씨가 좋을 땐 간이 매장에서 음료나 기념품을 판매하는 현지인들도 있다. 원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느 방향에서도 도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텔레페리코(Teleférico)는 라파스 시내와 인근 엘알토(El Alto)를 연결하는 공중 케이블카이다. 고산 도시에서 이용되는 대중교통으로, 볼리비아 정부와 오스트리아 도펠마이어(Doppelmayr)가 협력해서 만든 시스템이다. 케이블카는 시민들의 교통수단이자 여행자들에게는 하늘 위에서 도시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2014년 개통된 이후 현재는 10개 이상의 노선이 운영 중이며, 매일 수많은 시민과 여행객이 이용하고 있다. 노선은 색깔로 구분되며, 주요 노선은 Linea Roja(빨간 선), Linea Amarilla(노란 선), Linea Verde(초록 선) 등이 있다. 내가 가장 자주 이용한 노선은 빨간 선으로, 시내 중심에서 엘알토까지 곧장 연결된다. 도심과 주택가, 시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 번은 일몰 시간에 탑승했는데, 점점 어두워지는 도시 위로 조명이 켜지며 마치 하늘을 날며 야경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날은 아침 일찍 엘알토 시장에 가기 위해 이용했고, 현지인들과 함께 출근길 케이블카를 타며 일상의 한 부분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창밖을 바라보며 도시 구조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노란 노선을 탔던 날은 해발 4,000m까지 올라가며 외곽 주거지와 계곡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동 중 만난 현지 대학생이 라파스의 주거 형태와 지역별 경제 수준을 설명해 주었고, 단순한 관광을 넘어 도시의 구조와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케이블카 안의 짧은 대화와 경험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텔레페리코는 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한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라파스는 고저차가 심하고 도로가 협소해 기존 교통망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다. 케이블카는 도로를 넓히지 않고도 수많은 인구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어 효율적이다. 공사 비용도 버스 전용도로보다 낮고, 배기가스를 줄여 환경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라파스의 시스템은 도시 교통계획에서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소개되며, 여러 국제도시에서 벤치마킹되고 있다. 요금은 3볼리비아노 정도이며, 환승도 가능하다. 환승 때마다 2볼리비아노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자동 발권기나 창구에서 티켓을 살 수 있고, 일부 노선은 충전식 카드도 이용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보통 오전 6시부터 밤 10시 또는 11시까지이며, 일요일은 더 이르게 종료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초반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며, 날씨가 안 좋으면 운행이 중단될 수 있으므로 기상 정보를 확인하고 탑승해야 한다. 탑승 중에는 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는 손목 스트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한 번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한 적이 있어 이후에는 스트랩을 꼭 사용하게 되었다. 텔레페리코는 단순한 관광 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와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길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을 가르며 이동하고, 전망대에서 도시를 조망하면 이 도시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장소 모두 라파스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시간대별로 다시 찾아도 그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고도가 높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지만, 천천히 둘러본다면 누구나 잊지 못할 풍경과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볼리비아 라파스 전통시장과 거리예술
라파스를 여행하면서 가장 생생하게 도시의 분위기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전통시장과 거리예술이 어우러진 구시가지 지역이다. 화려하게 정비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는 현지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라파스 여행 중 최소 3일 정도는 시장과 거리 예술을 중심으로 걷는 코스를 선택했고, 새로운 분위기와 이야기를 발견했다. 특히 브루하스 마켓(Mercado de las Brujas), 엘 알토 시장(Mercado El Alto), 산 프란시스코 광장 주변 거리 예술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곳들이다. 브루하스 마켓, 이른바 '마녀 시장'은 라파스 중심부에 위치한 독특한 전통시장이다. 이곳은 단순한 상점 거리를 넘어 볼리비아 고유의 신앙과 전통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시장 곳곳에는 다양한 부적, 약초, 미네랄, 동물 관련 의식 도구가 진열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라마 태아 박제는 새 집의 기초에 묻어 행운을 부른다는 파차마마(Pachamama, 대지의 여신) 신앙에 따른 의식용 재료이다. 나는 이곳에서 손바닥만 한 안데스 산 모양의 부적을 샀는데, 판매자가 직접 의미와 사용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전통과 믿음이 깃든 물건이라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브루하스 마켓은 산타크루스 거리(Calle Santa Cruz)와 리아로사 거리(Calle Linares) 사이에 위치하며, 도보와 택시로 쉽게 갈 수 있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기념품은 알파카 머플러, 은세공 팔찌, 손뜨개 가방 등이다. 특히 알파카 제품은 따뜻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실용성과 기념품 모두 만족스러웠다. 시장에서는 흥정이 일반적이며, 외국인에게도 친절하게 대응해 주는 상인이 많다. 다만 같은 물건이라도 상점마다 가격이 다르므로 잘 비교해 보고 구입해야 한다. 이곳에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간이식당도 있다. 내가 처음 먹어본 음식은 살테냐(Salteña)로,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속이 촉촉한 파이이다. 매콤한 살사소스를 곁들이면 더욱 맛이 살아난다. 한국 사람들 입맛에는 잘 맞을 것 같은 음식이었다. 다른 날에는 사르타도 데 폴로(Saltado de Pollo)라는 볶음닭 요리를 먹었고, 간단하지만 든든한 식사였다. 또 아침 시간에는 마사모라(Mazamorra)라는 따뜻하고 걸쭉한 옥수수 음료를 마셨는데, 든든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기억에 남는다. 시장 인근 산 프란시스코 광장(Plaza San Francisco)과 주변 골목은 이 도시의 거리 예술 중심지이다. 이곳은 식민지 시절부터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이다. 현재는 벽화 예술과 거리 공연이 활발히 펼쳐지는 문화 공간으로 변화했다. 벽화 주제는 사회운동, 원주민 정체성, 환경 문제 등이며, 색채와 형상이 강렬하고 메시지가 분명하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지역 사회의 목소리와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한 번은 이 지역에서 벽화 작업을 하던 작가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벽화를 통해 시민들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다시 그림을 보니, 표현 너머의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또 다른 날에는 광장에서 열린 전통 춤 공연을 관람했는데,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한 편의 공연 같았다.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이 모두 어우러져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 라파스의 거리예술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특히 원주민 공동체의 권리, 여성 인권, 환경 보호와 같은 이슈를 다룬 벽화가 많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비주얼 시(Visual Poetry) 형식으로 메시지를 담아내며 새로운 예술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벽화 보호와 거리 문화 활성화를 지원하면서, 이 도시의 거리예술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라파스의 전통시장과 거리예술은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이 만나는 진짜 여행지이다. 화려한 관광명소보다 진심을 느끼고 싶다면 이 거리들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3. 안전한 여행 팁
볼리비아 라파스에서는 남미의 다른 대도시처럼 치안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도시 곳곳의 치안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여행자 입장에서는 안전한 지역과 위험 지역을 구분하고, 기본적인 주의 사항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이곳을 여행하며 얻은 교훈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여행 만족도를 좌우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이 도시의 전반적인 치안 상황은 도심지 기준으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중심가에는 상점, 경찰서, 주요 관광지가 밀집해 있어 낮 시간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밤이 되면 분위기가 바뀌고, 외곽으로 벗어날수록 소매치기나 날치기 같은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여행자들은 외곽 고지대 지역이나 밤 시간의 엘알토 지역 방문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엘알토는 낮에는 대형 시장이 열려 볼거리가 많지만, 해가 지고 나면 치안이 불안정해진다. 나도 한 번 엘알토 시장에서 소매치기를 겪은 적이 있었는데, 사람이 많은 틈을 타 배낭이 살짝 열려 있었다. 다행히 귀중품은 안쪽 주머니에 넣어놔서 피해는 없었지만, 이후부터는 배낭을 앞으로 메고 다니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치안이 좋은 지역으로는 프라도 거리, 산 프란시스코 광장, 소포카치 일대를 꼽을 수 있다. 이곳은 외국인 여행자가 많고 상점과 숙소, 경찰 순찰도 활발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나는 소포카치에 위치한 숙소에 머문 적이 있는데, 밤 9시 이전까지는 주변을 도보로 이동해도 위험을 느낀 적이 없었다. 오히려 현지 주민들이 먼저 길을 안내해 주는 등 친절하게 대해줘 도시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치안이 좋은 지역에서도 해가 지고 나면 가급적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성 여행자라면 야간 외출은 최대한 피하고, 꼭 외출해야 할 경우 호텔에서 택시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길 권한다. 나도 처음에는 현지 택시를 탔다가 목적지를 잘못 전달해 엉뚱한 골목에 내린 적이 있다. 이후에는 EasyTaxi나 InDriver 같은 차량 앱을 통해 위치와 차량 번호를 명확히 확인한 후에 탑승했다. 라파스에서는 고산지대 특성상 체력이 금방 소진되기 때문에 피로 누적으로 인한 방심이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한 번은 긴 언덕길을 걷다 너무 피곤해서 시장 안 벤치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그 사이 누군가 내 옆에 놓인 휴대폰을 슬쩍하려던 장면을 한 상인이 막아준 적이 있었다. 이 일을 겪은 후 나는 늘 주변을 살피고, 전자기기나 지갑은 절대 테이블 위에 올려두지 않게 되었다. 공항과 버스터미널 주변도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짐이 많은 상태에서 이동하다 보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그 틈을 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여행 당시 나는 공항 근처 저렴한 숙소에 묵었는데, 밤에 창밖에서 고성이 들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숙소 근처 상점의 유리가 깨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후에는 시내 중심가 숙소를 예약하고, 공항 이동 시에는 공식 셔틀이나 호텔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다. 또한 이 도시에서는 여권을 항상 소지하기보다는 여권 사본과 입국 도장 복사본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드물게 거리에서 경찰의 신분 확인 요청을 받을 수 있는데, 여권 사본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단, 위조 경찰처럼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경찰증 확인 요청과 함께 사람 많은 장소에서 대화하는 것이 안전하다. 실제로 나도 한 번 경찰 복장을 한 사람에게 검문을 당했는데, 경찰증 확인을 요청하자 곧 돌아섰다. 이후에는 항상 사본을 휴대하고, 원본 여권은 숙소 금고에 보관했다. 여행 중 반드시 기억해야 할 안전 수칙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밤에는 혼자 이동하지 말고, 되도록 차량을 이용한다. 둘째, 가방은 앞으로 메고, 귀중품은 분산 소지한다. 셋째, 택시나 차량 앱 사용 시 차량 번호와 운전자를 반드시 확인한다. 넷째, 체력 안배에 유의하고,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며 무리한 일정은 피한다. 다섯째, 언어 장벽 대비를 위해 간단한 스페인어 문장이나 번역 앱을 준비해둔다. 이 외에도 숙소 위치는 가능하면 시내 중심부에 정하고, 주변 지형이나 시설 정보는 도착 전에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실제로 지도 앱을 활용해 근처 경찰서, 병원, 마트의 위치를 저장해두면 긴급 상황 시 큰 도움이 된다. 라파스는 기본적인 안전 의식과 현명한 준비만 갖춘다면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가능한 도시이다. 라파스를 여행할 예정이라면, 위의 팁을 기억하며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도시를 즐겨보기를 바란다. 준비된 여행자에게 이곳은 매우 따뜻하고도 다채로운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높은 고도에서 펼쳐지는 풍경과 케이블카의 아름다운 노선, 전통시장에서 마주치는 생생한 문화, 골목마다 깃든 예술과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모든 것이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된다. 이 도시는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천천히 걸으며 들여다봐야 할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라파스를 찾는다면 소개한 루트를 따라 나만의 방식으로 도시를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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