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티와나쿠-유적지-돌에-새겨진-문자와-그림들

 볼리비아는 독특한 자연환경과 함께 인류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세계 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유적지들은 이 나라의 고대 문명, 식민지 시대,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여행지로 손꼽힌다. 이번 글에서는 티와나쿠 유적지, 포토시 은광과 식민지 건축, 그 외 유네스코 지정 유산들을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1. 볼리비아 세계 문화유산인 티와나쿠 유적지

 티와나쿠(Tiwanaku) 유적지는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약 70km 떨어진 고원 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고대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중한 역사 자산이다. 해발 약 3,85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주변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고대 안데스 문명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잉카 이전에 이미 발전된 건축과 천문학, 종교 의식을 가진 사회였음을 보여준다. 이곳은 기원전 1500년경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석조 구조물과 정교한 건축 기술은 현대 기술로도 재현이 어려울 만큼 정밀하게 제작되었다. 그로 인해 고대 도시 유적 가운데 남미에서 가장 연구 가치가 높은 곳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나는 티와나쿠를 남편과 함께 렌터카를 이용해서 방문했다. 날씨가 맑아 유적지 곳곳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고, 주변 박물관도 함께 방문했다. 박물관에는 도자기, 석기 도구, 의식용 그릇 등이 전시돼 있어 고대 문명의 일상과 제사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태양의 문(Gate of the Sun)'은 실제로 태양의 위치에 따라 빛이 통과하는 각도가 달라지는 구조였다. 나는 직접 그 장면을 눈으로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양의 문' 외에도 아카파나 피라미드, 칼라사사야 신전, 푸마 푼쿠 등이 주요 관람 포인트이다. 아카파나는 티와나쿠 문명의 종교 중심지로, 현재는 대부분 무너졌지만 여전히 그 구조와 설계에서 위엄이 느껴진다. 아카파나 피라미드 주변에서는 전통 의식을 진행하는 현지 아이마라족 주민들을 만난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 향을 피우고 땅에 제물을 바치는 모습은 유적지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신성한 공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칼라사사야 신전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석재들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으며, 이곳에 있는 세 얼굴을 가진 조각상은 태양의 방향에 따라 표정이 달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아침, 오후, 저녁에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니 조각의 인상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푸마 푼쿠는 정밀하게 절단된 석재들이 복잡하게 배열되어 있는 곳으로, 많은 학자들이 이곳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어떤 이들은 외계 문명과의 연관성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도 확실한 용도나 목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정밀하게 가공된 형태는 그 당시 얼마나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고고학자는 이 지역이 과거에는 물길이 연결된 항구였을 가능성을 설명했는데, 당시 유적이 단순한 도시가 아닌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장소였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이곳을 한참 동안 둘러보며, 이곳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고대 문명의 정점이었음을 실감했다. 만약 나처럼 렌터카로 방문한다면, 우기 시즌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 지역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진흙길이 많아 운전하기 어렵다.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복잡하기 때문에,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 영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아쉽게도 한국어 가이드는 극히 드물다. 티와나쿠를 방문할 때는 꼭 고산병에 대비해야 한다. 해발 3,8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전 적응이 필요하다. 나는 별다른 준비 없이 갔다가 두통과 현기증을 느꼈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천천히 움직이며 적응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또한 날씨 변화가 심해 방풍 재킷, 모자, 선크림 등도 꼭 챙겨야 한다. 햇빛은 강하고 바람은 찬 편이라 대비가 필요하다. 유적지 근처 마을에서는 간단한 식사나 기념품을 살 수 있다. 나는 직접 만든 목걸이를 하나 샀는데, 지금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유적을 둘러보고 난 뒤, 마을 주민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이 유적이 단지 관광 자원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전통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 내가 이곳을 방문하고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유적지 유지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이곳은 고대 문명이 남긴 삶의 흔적과 지혜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임에도 관리가 소홀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리비아를 여행한다면 티와나쿠는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오래전 사람들이 남긴 위대한 흔적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2. 포토시 은광과 식민지 건축들

 포토시(Potosi)는 볼리비아 남부에 위치한 고산 도시로, 해발 약 4,000m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16세기부터 본격적인 은광 개발이 이루어졌고,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가장 중요한 광산 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세로 리코(Cerro Rico) 산에서 채굴된 은은 스페인의 국고를 채우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까지 흘러들어가 전 세계 무역 체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이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였으며, '포토시만큼 부자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를 상징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원주민과 아프리카 노예들의 강제노동,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역사적 배경 덕분에 이 도시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지금도 역사와 건축,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여행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는 라파스에서 비행기로 수크레까지 이동한 뒤, 수크레에서 버스로 약 3시간을 달려 포토시에 도착했다. 도착 당시 공기가 매우 희박했고, 숨을 크게 쉬어야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고산지대 특유의 기후가 체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중심에 도착했을 때 거리에서 느껴지는 중세 유럽풍 분위기와 식민지 시대 건축물들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곳곳에 돌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과 광장, 교회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고, 시간의 층위가 도심 전체에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이었다. 포토시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는 세로 리코 광산, 산타 테레사 수도원, 산 로렌소 성당, 그리고 11월 10일 광장이다. 이 네 곳은 각각 포토시의 산업, 종교, 예술, 생활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특히 산 로렌소 성당은 외부 석조 장식이 매우 정교하며, 내부 제단과 천장 장식은 볼리비아 식민지 건축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내부 조명이 어두워 사진은 잘 나오지 않지만, 직접 눈으로 마주하는 순간의 감동은 매우 크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세로 리코 광산 투어였다. 현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장비를 착용하고, 헬멧과 헤드 램프, 작업복을 입은 채 가이드와 함께 좁고 어두운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차갑고 축축했으며, 공기 중 먼지가 떠다녀서 처음에는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실제로 채굴 중인 광부들을 마주쳤는데, 그들은 지금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광물을 캐고 있었다. 한 광부가 나에게 커피를 나눠주며 "이걸 마셔야 버틸 수 있다"라고 말하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16세기 식민지 시대의 노동 환경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밖으로 나왔을 때의 햇살과 맑은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에는 도시 전체를 좀 더 여유롭게 둘러봤다. '산타 테레사 수도원'은 내가 방문한 곳 중 가장 고요하고 인상 깊었던 장소였다. 수도원은 17세기에 지어졌으며 내부에 박물관이 있어 당시 수녀들의 생활 도구, 종교 예술작품, 제사용 복식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고풍스러운 성화와 금박 장식이 입혀진 목재 제단은 마치 유럽의 오래된 성당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가이드는 귀족 가문에서 어린 딸들을 수도원에 보내 수도사로 키웠던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종교가 사회 계층 구조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포토시를 여행한다면, 도시 중심의 '11월 10일 광장(Plaza 10 de Noviembre)'에서 천천히 산책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광장은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로,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나는 광장 인근에서 열린 전통 음악 공연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전통 복장을 입은 연주자들의 춤과 음악은 이 도시가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그날 저녁, 광장 주변에 있는 로컬 식당에서 먹은 '실판초'라는 볼리비아 전통 음식은 내게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겼다. 얇게 두드린 소고기에 밥과 감자, 고추절임을 곁들인 요리였는데, 맵지 않고 담백해서 고산지대에서 부담 없이 먹기에 좋았다. 내가 이 도시를 다시 찾고 싶은 이유는 단순한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는 고통과 화려함, 신앙과 생존, 예술과 노동이 한 도시 안에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볼리비아 여행을 계획한다면 포토시는 반드시 일정에 포함시켜야 할 곳이며, 이곳에서의 경험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3. 그 외 유네스코 지정 유산

 볼리비아는 고대 문명, 식민지 역사, 그리고 생태적 다양성이 어우러진 나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장소가 총 7곳에 달한다. 이 중 티와나쿠와 포토시는 앞서 소개했으므로, 이번에는 그 외의 유네스코 지정 유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각 장소는 고유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반영하며,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교육적이고 체험적인 가치를 지닌다. 실제로 내가 직접 여행하며 느낀 감정과 기억을 함께 소개하며, 볼리비아 유산의 깊이를 전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수크레(Sucre)의 역사 지구이다. 수크레는 볼리비아의 헌법상 수도이자 독립운동의 발상지로, 스페인풍 건축 양식과 하얀 외벽으로 유명하다. 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대표적인 명소로는 '카사 데 라 리베르타드(Casa de la Libertad)'가 있다. 이곳은 1825년 볼리비아 독립 선언이 이루어진 역사적인 장소로, 실제 독립 선언서와 당시 사용된 가구나 국기 등이 보존되어 있다. 나는 독립광장을 중심으로 도보 여행을 했다. 라 레콜레타 전망대에서 일몰을 감상하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망대 옆 카페에서 마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사마이파타 요새(Fuerte de Samaipata)는 산타크루스 주에 위치한 고대 유적지이다. 이곳은 잉카 이전 문화와 잉카 제국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는 복합 유산이다. 거대한 바위 지대에 새겨진 문양과 홈들은 천문학적 기능과 종교적 제사 의식을 위한 용도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프라이빗 차량 투어를 통해 이곳을 방문했다. 산타크루스에서 차를 타고 약 3시간 비포장도로를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유적지에 발을 디딘 순간, 넓게 펼쳐진 초원과 언덕, 바위 위에 새겨진 기호들이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현지 가이드는 하늘을 향해 뻗은 홈들이 별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를 읽는 용도였다고 설명했는데, 실제로 손으로 그 홈을 따라가며 당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되었다. 마을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듯 내려앉던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다. 자연유산 중 대표적인 곳은 노엘 켐프 메르카도 국립공원(Noel Kempff Mercado National Park)이다. 이곳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아마존 우림, 세라도, 열대 초원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고립된 위치 덕분에 인간의 간섭이 적어 원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재규어, 거대 수달, 희귀 조류 등 멸종 위기종이 서식한다. 나는 이곳을 직접 방문하진 못했지만, 산타크루스에서 만난 환경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공원의 생태적 가치에 대해 들었다. 특히 탐방은 허가받은 가이드와 소규모 인원만 가능하며, 현장에서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 중심의 생태 투어는 일반 관광과는 다른 진정한 '탐험'의 느낌을 준다. 오루로 카니발(Oruro Carnival)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 전통 축제이다. 매년 2월 초에 열리는 이 축제는 선과 악, 천상과 지하의 세계관이 혼합된 종교적 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나 또한 축제가 열리는 날 이곳에 방문했다. 오루로 시내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각 지역에서 모인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형형색색의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거리를 행진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디아블라다(Diablada)였다. 악마 가면을 쓴 무용수들이 북과 피리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중세 유럽의 가면극과도 비슷했지만, 그 안에는 남미 고유의 신화와 정체성이 녹아 있었다. 나는 에어비앤비 주인에게 초대를 받아 전통 음식인 차르퀘(건조 소고기 요리)를 먹었다.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갔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날 밤, 광장에서 열린 불꽃놀이와 합창은 이 축제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코로이코 유적지 및 융가스 길(Yungas Road) 인근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식민지 시대 개척된 지역으로, 잉카로부터 이어진 산길을 통해 고원과 저지대를 연결하는 교역로 역할을 했다. 나는 자전거 투어로 융가스 도로를 달린 적이 있다. '죽음의 도로'라는 별칭답게 아찔한 경사와 낭떠러지 옆을 지나는 구간이 많았지만, 내려갈수록 숲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지며 생태적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투어 마지막엔 현지 마을에서 점심 식사를 했고, 주민들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 이 도로가 단순한 모험의 장소가 아니라 여전히 지역민들의 삶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볼리비아 문화유산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현장 경험'에 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보다는 직접 가보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체감하는 감정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따라서 단순한 관광을 넘어서 하나의 인생 경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볼리비아의 세계 문화유산은 단순히 '옛것을 보는 여행'이 아니라, 인류의 발자취와 그 정신을 직접 느끼는 귀중한 체험이다. 티와나쿠의 고대 문명, 포토시의 식민지 역사, 유네스코 유산으로 살아 숨 쉬는 도시와 축제들은 그 어느 하나도 평범하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모든 순간은 그 자체로 교과서 이상의 생생한 역사 수업이었으며,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언젠가 볼리비아의 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해 보길 진심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