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루체른-근교-메겐-호수의-푸른빛-물과-오두막-노란색-꽃과-뒤로-보이는-알프스-산맥

 루체른은 스위스 여행지 중에서도 아름다운 자연과 유서 깊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이번 글에서는 루체른 근교의 숨은 보석 같은 장소인 메겐 호수, 리트베르크 박물관, 소도시 빈터투어를 소개하며,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생생한 여행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1. 메겐 호수-조용한 자연 속에서 힐링하기

 메겐 호수(Lake Meggen)는 루체른 근교의 한적한 지역에 위치한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루체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관광객의 발길이 비교적 적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호수 주변에는 고요한 산책로가 이어져 있으며, 곳곳에 벤치가 있어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무엇보다 스위스 특유의 맑고 푸른 호수와 배경으로 펼쳐지는 알프스산맥의 풍경이 조화를 이루며, 사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여름에는 푸른 잔디와 함께 반짝이는 호수의 물결을 볼 수 있고, 가을이면 주변 나무들이 노랗고 붉게 물들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겨울에는 새하얀 설경 속에서 조용히 호수를 감상할 수 있어, 언제 방문해도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복잡한 관광 명소보다는 한적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는데, 이곳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루체른에서 메겐 호수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루체른 중앙역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하는 것이다. 루체른 역 앞에서 23번 버스를 타면 메겐 지역에 도착할 수 있으며, ‘Meggen Lerchernbuhl’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호수에 도착한다. 또는 자전거를 빌려 호숫가 도로를 따라 라이딩하며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루체른에서 메겐까지는 약 6km 거리로, 자전거를 타면 20~30분 정도 걸린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방문했는데, 호수로 가는 길이 평탄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서 라이딩하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도로 곳곳에서 아름다운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어, 스위스 자연의 경이로움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라이딩 도중에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미리 숙소에서 준비해 온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한국에 돌아온 후, 그 여유로웠던 순간이 종종 생각난다. 버스 외에도 유람선을 타고 갈 수도 있다. 루체른 역에서 출발하여 약 43분 소요된다. 참고로 버스나 유람선은 스위스 패스를 구매했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메겐 호수 주변에는 꼭 가봐야 할 명소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메겐 성(Meggenhorn Castle)이다. 이 성은 19세기에 건축된 고딕 양식의 성으로, 루체른 호수와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그림 같은 풍경이 특징이다. 성 내부는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정원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여유롭게 정원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는데, 성과 호수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보였다. 특히 일몰 무렵에는 황금빛 햇살이 성벽에 비치면서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메겐 호수에서는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카약 타기다. 이곳에서는 카약을 대여할 수 있어 직접 호수 위를 누비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친구와 함께 카약을 빌려 호수를 탐험했는데, 물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풍경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호수는 잔잔해서 초보자도 쉽게 카약을 탈 수 있으며, 천천히 노를 저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호수 위에서는 백조와 오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했다. 여름철엔 이곳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수영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이곳은 피크닉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주변에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미리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나는 루체른 시내에서 신선한 스위스 치즈와 바게트를 사서 호숫가 벤치에 앉아 점심을 즐겼다. 관광객이 거의 없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하는 한 끼는 어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피크닉 후에는 잔디밭에 누워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했다. 마지막으로, 메겐 호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이 일몰 감상이다. 저녁 무렵이 되면 호수 위로 붉고 주황빛의 노을이 드리우면서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나는 이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노을을 감상했는데,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호수에 하늘의 색이 그대로 반사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스위스에서 여러 번 일몰을 감상했지만, 이곳에서 본 노을은 유독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2. 리트베르크 박물관-스위스 예술과 세계 문화가 만나는 곳

 리트베르크 박물관(Rietberg Museum)은 스위스에서 유일하게 비유럽권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예술과 역사를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취리히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동양, 아프리카, 아메리카, 이슬람권의 예술품을 포함한 수천 점의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조명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스위스 박물관 하면 유럽 미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리트베르크 박물관은 전통적인 서양 미술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에서 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이곳을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추천을 받아서 방문하였는데, 스위스 내에서 가봤던 다른 박물관들과는 확연히 달라서 흥미로웠다. 이곳은 1952년에 설립되었으며, 본래 19세기에 지어진 빌라 리트베르크(Villa Rietberg)라는 저택을 개조하여 박물관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적인 전시관이 추가되면서 더욱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게 되었다. 박물관이 자리한 곳 자체가 아름다운 공원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전시를 관람한 후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루체른에서 리트베르크 박물관으로 가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루체른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약 40~50분 정도 이동하면 취리히 중앙역(Zürich HB)에 도착한다. 그 후 트램 7번을 타고 ‘Museum Rietberg’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18스위스프랑이며, 만 16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시 중 하나는 아시아 미술 컬렉션이다. 이곳에는 중국, 일본, 한국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한국 관련 전시물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나는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조선 시대의 백자 항아리와 고려 시대의 청자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이 나라의 한복판에서 한국의 유물을 만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자랑스러웠다. 특히 백자는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이 돋보였고, 고려청자는 특유의 비취색이 매우 아름다웠다. 한국 도자기와 관련된 설명이 영어와 독일어로 제공되어 있어,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전시는 이집트 미라 컬렉션이었다. 박물관에는 이집트 고대 문명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보존 상태가 좋은 미라와 그와 함께 발견된 부장품들이 전시된 공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미라가 놓여 있는 유리관을 바라보며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집트 문명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미라를 실제로 보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박물관 내 해설을 통해 미라 제작 과정과 장례 의식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또한, 리트베르크 박물관에는 아프리카 부족 예술품 컬렉션도 포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아프리카 각 지역에서 제작된 전통 조각상과 가면들을 볼 수 있는데, 유럽 미술과는 전혀 다른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형상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가면들은 각 부족의 문화와 신앙을 반영한 작품들로, 축제나 의식에서 사용되던 실제 유물들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아프리카 미술의 독창성을 처음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유럽 중심의 미술사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각으로 예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박물관 내부는 전시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나는 이곳에서 진행하는 전통 동양 그림 그리기 워크숍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이 워크숍에서는 붓과 먹을 이용해 간단한 동양화 기법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해보지 못한 체험을 이곳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동양화 기법은 서양식 유화나 수채화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처음에는 붓을 다루는 것이 어려웠지만, 점차 손에 익으면서 나름대로 멋진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직접 체험해 보니 동양화가 얼마나 섬세한 기술과 인내심을 요구하는지 알 수 있었고, 덕분에 한국의 전통 예술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졌다. 이곳은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유물들을 통해 인류 문화의 다양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루체른에서 스위스 전통적인 건축물과 자연을 즐겼다면, 취리히로 이동해 이 박물관에서 전 세계의 예술을 감상하며 새로운 시각을 얻어보는 것도 좋은 여행 일정이 될 것이다.

3. 소도시 빈터투어-스위스 작은 도시 감성 여행

 빈터투어(Winterthur)는 스위스 북동부에 위치한 문화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작은 도시로, 취리히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흔히 스위스 여행을 떠올리면 알프스산맥과 호수, 대도시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생각하지만, 빈터투어는 전형적인 스위스 소도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역사적인 올드타운, 예술과 문화를 담은 박물관,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스위스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한국의 대도시와는 달리 복잡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중세 시대부터 중요한 무역 도시로 번성했으며,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스위스의 대표적인 공업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의 빈터투어는 산업 도시의 이미지보다는 예술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자리 잡았다. 스위스에서 가장 많은 박물관을 보유한 도시 중 하나이며, 거리 곳곳에 역사적인 건축물과 작은 갤러리들이 자리하고 있어 걷기만 해도 즐거운 곳이다. 루체른에서 빈터투어로 가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루체른 중앙역에서 취리히까지 기차를 타고(약 50분 소요), 취리히에서 빈터투어로 향하는 기차로 환승하면 30분 정도 후에 도착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들판과 전원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이동하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가 된다. 도시 내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 도착 후에는 도보나 버스를 이용해 주요 관광지를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방문해야 할 곳은 올드타운(Old Town)이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큰 보행자 전용 거리 중 하나로, 자동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여유롭게 거리를 산책할 수 있다. 16~17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곳곳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빵집, 부티크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는데, 거리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광장 주변에 있는 시계탑과 고풍스러운 상점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곳은 로젠가르텐(Rosengarten, 장미 정원)이다. 빈터투어는 '스위스의 정원 도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녹지가 풍부한데, 로젠가르텐은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는 300종 이상의 장미가 심어져 있어, 여름철이면 온 정원이 향기로운 장미꽃으로 가득 차게 된다. 나는 6월 초에 방문했는데, 다양한 색깔의 장미가 만개한 모습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의 여유를 즐겼는데, 이곳만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도시를 방문했다면 꼭 해봐야 할 것 중 하나가 지방 특산 맥주 시음이다. 이곳에는 몇몇 전통적인 양조장이 있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제 맥주를 경험할 수 있다. 나는 현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작은 브루어리를 방문해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맛보았다. 특히 밀맥주와 흑맥주는 깊은 풍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술 한 잔과 함께 제공되는 특별한 안주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행 중에 현지 맥주를 맛보는 것은 단순한 시음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터투어는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답게 다양한 박물관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곳은 쿤스트 박물관(Kunst Museum Winterthur)이다. 이곳은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클로드 모네, 피카소, 반 고흐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인상주의 작품들을 감상했는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오롯이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특히 모네의 수련 연작을 직접 본 순간, 그의 붓 터치가 만들어내는 색감과 분위기에 깊이 감동했다. 이 도시는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여행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위스의 진짜 모습을 경험할 수 있으며,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루체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관광지뿐만 아니라 숨은 보석 같은 명소들도 많다. 메겐 호수에서의 피크닉과 카약, 리트베르크 박물관에서의 예술적 경험, 빈터투어에서의 감성적인 올드타운 산책과 로컬 맥주 체험까지, 모두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단순히 유명한 명소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장소들도 경험해 보자. 그렇게 하면 여행이 훨씬 더 특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