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의미하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가 기다리고 즐기는 축제날이 되었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기독교와 천주교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28% 정도로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일 년 중 이 기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반짝이는 트리와 조명들, 거리에서 들려오는 캐럴, 화려한 마켓이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점점 이러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졌다. 백화점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특정 장소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이에 반해 유럽이나 오세아니아, 북미의 경우 크리스마스 기간은 일 년 중 가장 큰 축제 기간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해외여행지 3곳을 소개한다.
1. 중세 유럽 속 크리스마스 마켓, 체코 프라하
12월에 꼭 가봐야 할 크리스마스 마켓은 1434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귀여운 수공예품, 먹거리, 장식, 술 등을 판매하던 야외 시장이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마켓이다. 체코는 중세 유럽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유럽 여행지이다. 프라하는 체코의 수도지만 크지 않아서 대부분 관광지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올해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은 2024년 11월 30일부터 2025년 1월 6일까지 열린다. 독일의 뉘른베르크, 드레스덴과 같은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곳을 제치고, 미국 CNN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뽑히기도 했다. 마켓은 천문시계탑이 있는 구시가지 광장에서 가장 크게 열리고, 그 외 카를 교와 하벨 시장, 프라하 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구시가지 광장 천문시계탑 전망대에 올라가서 화려한 트리와 함께 마켓 전경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트리, 소품뿐만 아니라 체코를 대표하는 먹거리도 판매한다. 그중 굴뚝 빵이라고 불리는 trdelnik은 체코에 갔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간식이다. 원통 기둥 모양에 반죽을 붙여 구워낸 빵으로, 굴뚝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한국 사람들에게는 굴뚝 빵으로 불린다. 반죽 표면에 굵은 설탕 입자와 시나몬 가루를 묻힌 것이 기본이고, 아몬드나 초콜릿, 생크림 등 다양한 토핑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다. 가격은 기본 100CZK 정도이며, 토핑에 따라 120~150CZK 정도이다. (1CZK=60원)
2. 복잡한 마켓보다 화려한 거리가 좋다면, 스페인 세비야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세비야는 남쪽에 위치해 12월에도 최저기온 6도~최고기온 15도 정도로 따뜻한 편이여서 여행하기 좋다. 대도시인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보다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조용한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연말이 되면 세비야 거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명으로 뒤덮인다. 내가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도 연말 기간 화려한 밤거리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트럼펫을 부는 천사들의 합창, 도시 곳곳에 걸린 선물상자 등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크리스마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 기간에 세비야를 방문한다면, 베들레헴 박물관을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수 탄생과 관련된 장식품들과 여러 소품들, 피규어 등을 구경하고 직접 구입할 수 있다. 만약 종교가 있다면, 크리스마스이브 자정에 열리는 미사에 참석해도 좋다. 세비야 대성당이나 마카레나 대성당에서 열리며, 누구나 참석할 수 있지만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참고로 세비야 대성당은 평일 오후 2시~3시 사이에 홈페이지에서 무료입장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또한 이 기간에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플라멩코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연말까지 이곳에 머문다면, 특별한 새해 전야에 참여할 수 있다. 12번의 종소리를 들으며 12알의 포도를 먹는 전통 행사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이다. 관광이나 행사, 미사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밤거리를 걷는 것이 가장 좋다. 도시가 크지 않아 주요 관광지가 도보로 이동 가능하기 때문에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조명을 감상하며 천천히 거리를 걸어보자.
3. 한 여름날 해변에서 즐기는 크리스마스, 호주 시드니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이다. 12월은 평균 기온이 18도~25도로 여름이 시작하는 시기이다. 대체적으로 기온이 따뜻하고 맑기 때문에 추운 한국을 피해 따뜻한 나라로 여행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계절이 여름인 만큼 이곳에서는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다. 많은 현지인들이 본다이 비치나 매너리 비치에서 수영을 하고 서핑을 하며 이 기간을 즐긴다. 우리가 상상하는 크리스마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눈썰매를 타던 루돌프와 산타 할아버지가 바다 위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서핑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경험은 분명 새로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다양한 마켓이 열리는데, 특히 한국에서 보기 힘든 캥거루와 악어 요리를 접할 수 있다. 또한 예산에 따라 하버 디너 크루즈 체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투어 상품이 다양하고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인당 10만 원~15만 원 정도이나 이 기간엔 가격이 더 올라간다. 뷰가 좋은 창가에 앉길 원한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크루즈 안에서 다양한 행사, 불꽃놀이, 분위기 좋은 식사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노을이 질 무렵 미세스 매쿼리스 포인트로 가는 길을 걸어보자. 항구 건너편으로 활짝 핀 꽃 모양의 오페라하우스와 시드니 랜드마크인 하버 브리지, 호주 내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연말에는 화려하게 장식되어 더욱 아름답기 때문에 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12월 여행을 계획한다면, 체코 프라하, 스페인 세비야, 호주 시드니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 해를 마무리하며 특별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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