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즈메이니아(Tasmania)는 호주 안에서도 특히 자연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곳이다. 맑고 청정한 공기, 드라마틱한 풍경,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특색 있는 먹거리가 이 섬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본토보다 조용하고 덜 상업화되어 있어 느긋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되는 여행지다. 이번 글에서는 크레이들 마운틴 국립공원, 호바트의 역사적 명소, 브루니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태즈메이니아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크레이들 마운틴 국립공원
크레이들 마운틴 국립공원(Cradle Mountain-Lake St Clair National Park)은 호주의 대표적인 자연 관광지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 '태즈메이니아 원시 황야 지역(Tasmanian Wilderness World Heritage Area)'의 일부로, 독특한 지형과 원시림, 고산지대, 다양한 야생동물까지 어우러진 생태계가 특징이다. 공원의 상징인 크레이들 마운틴은 해발 1,545m로, 날카로운 봉우리가 톱니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산이다. 나는 이곳을 태즈메이니아 여행 코스의 첫 번째 목적지로 정했고, 그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산에 안개가 자욱하게 걸쳐 있던 첫인상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이 지역의 역사는 약 1만 년 전 빙하 작용에 의해 형성된 자연환경에서 시작된다. 이 지역은 원주민인 팔라와(Palawa) 족의 거주지였고, 이후 1922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본격적인 보호와 관리가 시작됐다. 현재는 생태계 보전뿐만 아니라, 교육과 관광을 위한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해마다 수많은 여행자가 찾고 있다. 공원으로 가려면 보통 태즈메이니아 북부 도시인 론서스턴(Launceston)에서 출발한다. 나는 론서스턴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약 2시간 30분 동안 이동했다.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일몰 이후에는 어두워지고 동물들이 도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가능한 낮에 이동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은 제한적이므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착하면 입구에 있는 방문자 센터(Visitor Centre)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개인 차량은 공원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고, 이 버스를 이용해 주요 트레킹 코스 시작점까지 이동할 수 있다. 대표적인 코스는 '도브 레이크 서킷(Dove Lake Circuit)'이다. 약 6km 길이로, 평탄하고 걷기 쉬워 초보자도 부담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이 코스를 첫날 걸었는데, 흐린 날씨에도 물안개와 잔잔한 호수가 만들어낸 분위기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중간 지점에 위치한 '글레이셔 록(Glacier Rock)'에서는 도브 호수와 산이 한눈에 보인다. 호수에 산이 반사되어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더 도전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마리온 전망대(Marions Lookout)'로 향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오르막이 가파르지만 약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나는 이 코스를 둘째 날 올랐고, 중간에 몇 번 쉬어 가며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은 잊을 수 없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도브 호수, 알파인 숲, 그리고 멀리 보이는 봉우리까지 모두 한 화면에 들어왔다. 이곳은 야생동물 관찰로도 유명하다. 이 지역에는 웜뱃, 포섬, 그리고 태즈메이니아 데블까지 서식한다. 나는 공원에서 운영하는 야간 생태 투어에 참가했는데, 어두운 숲을 가이드와 함께 걸으며 웜뱃과 포섬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운이 좋게 태즈메이니아 데블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야생에서 그들을 본 경험은 매우 특별했고, 자연 보호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공원 근처에는 숙소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나는 '크레이들 마운틴 로지(Cradle Mountain Lodge)'에서 2박을 머물렀는데, 통나무 스타일의 방에 벽난로까지 있어 포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저녁에는 레스토랑에서 양고기를 먹었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따뜻한 식사와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었다. 아침에는 창밖 숲속에서 안개 사이로 빛이 드는 모습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또한 이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거리 트레킹 코스인 '오버랜드 트랙(Overland Track)'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총 65km에 이르는 이 코스는 보통 6일 정도 소요되며, 세인트클레어 호수까지 이어진다. 나는 이번에 도전하진 않았지만, 다음 방문 때는 꼭 준비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지만, 진정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로 평가받는다. 크레이들 마운틴 국립공원은 태즈메이니아를 여행한다면 꼭 일정에 넣어야 할 곳이며, 특히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2. 호바트의 역사적 명소
호바트(Hobart)는 역사와 자연,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도시다. 호바트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도시로, 1804년 영국의 죄수 식민지로 시작해 지금까지도 당시의 건물과 분위기를 잘 보존하고 있다. 동부 해안에 위치한 이 도시는 규모는 작지만, 고풍스러운 항구 도시 특유의 여유와 깊이가 살아 있다. 나는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곳을 단순한 경유지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가장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도시에는 공항이 있기 때문에 이동이 편리하다. 나는 멜버른에서 국내선을 타고 호바트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20분 정도 이동했다. 시내는 도보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고 잘 정돈돼 있었다. 거리마다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바다와 산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어디를 가든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명소 중에 꼭 가봐야 하는 곳은 '배터리 포인트(Battery Point)'이다. 19세기 초 지어진 집들과 돌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 지역은 호바트의 과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아침 일찍 커피를 들고 이곳을 산책했다. 조용한 골목길에 햇살이 스며들고, 작은 정원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었다. 마치 영국 시골마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민들은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섞여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또 추천하는 곳은 '살라망카 플레이스(Salamanca Place)'와 '살라망카 마켓(Salamanca Market)'이다. 이 마켓은 매주 토요일 열리며, 지역 농산물, 수공예품, 예술작품, 다양한 음식이 가득하다. 나는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치즈, 라벤더 오일, 수제 초콜릿 등을 샀고, 푸드트럭에서 파는 연어 롤로 점심을 해결했다. 시장 분위기는 매우 활기차고, 주위의 오래된 건물들이 그 분위기를 더해준다. 마켓이 열리지 않는 날에도 이 일대는 갤러리, 서점, 카페 등이 많아 하루 종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세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포트 아서 유적지(Port Arthur Historic Site)'다. 호바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이곳은 과거 영국의 죄수 식민지였던 장소다. 나는 현장 가이드 투어에 참여했는데, 당시 죄수들이 지냈던 감옥과 작업장, 예배당 등을 실제로 걸으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분리형 감옥'은 독방에 죄수를 가두고 철저히 감시하던 곳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가한 처벌의 무게를 체감할 수 있었다. 앞바다는 평화로웠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 때문에 마음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도심에서도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 무료입장이 가능한 '태즈메이니아 박물관과 미술관(TMAG)'은 원주민의 문화, 초기 정착사, 자연사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원주민들의 도구와 전통 의식을 소개한 전시를 보며 이 섬의 뿌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설명도 간결하고 시각 자료도 잘 구성돼 있어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꼭 소개하고 싶은 곳은 '마운트 웰링턴 전망대(Mount Wellington Summit)'다. 해발 1,271m의 이 산은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정상에서는 도시 전체와 더웬트 강, 남부 해안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는 바람이 거센 날에 올라갔지만, 맑은 하늘 덕분에 멀리까지 뚜렷하게 보였다. 정상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탁 트인 전경을 마주하니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호바트는 단순한 거점 도시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도시의 역사, 문화, 자연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걷고, 듣고, 먹고, 보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 모든 순간이 편안하고 특별했다. 이 지역을 여행한다면 호바트에 적어도 이틀 이상은 머무르길 권한다. 이곳은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매력을 보여주는 도시다.
3. 브루니 아일랜드 미식 여행
브루니 아일랜드(Bruny Island)는 호주 태즈메이니아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섬으로, 자연 풍경과 지역 특산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미식 여행지다. 이곳은 북섬과 남섬이 '넥(The Neck)'이라는 좁은 모래 지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섬 전체가 아름다운 해안선과 숲, 농장,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특히 굴, 치즈, 꿀, 와인, 초콜릿 같은 고품질 식재료로 유명하다. 따라서 음식 애호가에게는 태즈메이니아 여행 코스에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나는 호바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왔지만, 다음에는 하루 더 머물며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섬이었다. 브루니 아일랜드는 18세기 후반 프랑스 탐험가 브뤼니 당트르카스토(Bruni d’Entrecasteaux)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후 영국인 정착자들이 들어와 농업과 양식업 중심의 마을을 형성했다. 현재는 인구 약 800명 정도가 살고 있으며, 관광 산업이 주요 경제 기반이다. 섬은 생태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자연 속에서 식도락을 즐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으로 가기 위해 나는 아침 일찍 호바트에서 렌터카를 타고 40분 거리의 페리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차량과 함께 탑승 가능한 페리를 타면 약 20분 만에 섬에 도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은 거의 없어 렌터카 이용이 필수다. 섬에 내리면 남북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주요 맛집과 관광지가 연결돼 있어 일정을 계획하기 편리하다.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은 '브루니 아일랜드 치즈 컴퍼니(Bruny Island Cheese Co.)'이다. 이 지역 특산품인 우유로 만든 숙성 치즈와 자체 제조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는 '1792'라는 고급 브리 치즈와 '브루니 페일 에일(Bruny Pale Ale)'을 주문했다. 치즈는 부드럽고 진하며, 맥주는 고소하고 쌉싸름한 풍미가 인상 깊었다. 넓은 테라스와 따뜻한 벽난로 덕분에 편안하게 쉴 수 있어 좋았다. 다음으로 꼭 가봐야 하는 곳은 굴 전문점인 '겟 셕트(Get Shucked)'이다. 이곳은 바로 옆 양식장에서 채취한 생굴을 당일 손질해 제공하는 식당으로, 싱싱함이 가장 큰 강점이다. 나는 생굴, 구운 굴, 굴 튀김을 모두 주문해 다양한 맛을 비교해 봤다. 생굴은 바다의 맛이 그대로 느껴졌고, 굴 튀김은 바삭하면서도 고소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창가 좌석에 앉아 바다를 보며 식사한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식사 후에는 섬 중앙의 명소 '넥 루크아웃(The Neck Lookout)'에 올랐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북섬과 남섬을 연결하는 좁은 모래 지형과 양쪽 해변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람이 강했지만 탁 트인 전경이 감탄을 자아냈다. 일몰 무렵엔 야생 펭귄이 돌아오는 모습도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이 시간대를 노려 방문한다고 한다. '브루니 아일랜드 초콜릿 컴퍼니'도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수제 초콜릿과 라즈베리 소스를 곁들인 디저트로 유명하다. 나는 화이트 초콜릿과 솔트 캐러멜 바를 구매했고, 라즈베리 아이스크림도 맛보았다. 모두 현지에서 수확한 재료를 사용해 풍미가 깊고 달콤했다.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매장은 기념품 구입 장소로도 제격이다. 브루니 아일랜드에는 이 외에도 와이너리, 꿀 농장, 훈제 고기 전문점 등이 섬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각각의 장소는 단순한 식당이나 가게가 아니라, 생산자가 직접 운영하며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음식에 대한 철학과 자부심이 담긴 설명을 들으며 맛보는 경험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 섬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 현지에서 직접 키우고 가공한 재료로 만든 것들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함이 특징이며, 그 자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식사는 이곳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나는 하루 일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다음에는 하룻밤을 묵으며 섬의 밤 풍경과 더 많은 음식점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 애호가라면 브루니 아일랜드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여행지다.
태즈메이니아는 크지 않은 섬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경험은 결코 작지 않다. 크레이들 마운틴에서는 자연의 위대함과 평온함을, 호바트에서는 시간의 깊이와 역사적 맥락을, 브루니 아일랜드에서는 맛과 이야기의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태즈메이니아 여행 코스를 고민하는 여행자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미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그 감동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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