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칸쿤-호텔-리조트-안에-있는-수영장-야자수와-썬-베드-수영하는-사람

 멕시코는 지역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어떤 도시를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다녀온 칸쿤, 과나후아토, 멕시코시티 세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별 특징과 여행 스타일을 상세하게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칸쿤: 리조트 중심의 휴양 여행

 칸쿤(Cancún)은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동쪽에 위치한 대표적인 휴양 도시이다. 퀸타나로오 주에 속하며, 아름다운 카리브해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신혼여행지, 가족 여행지,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혼여행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원래는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1970년대 멕시코 정부가 국가 관광 개발 프로젝트(FONATUR)를 통해 리조트 도시로 본격 개발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하얀 모래사장,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연중 따뜻한 기후 덕분에 '카리브해의 진주'라고 불린다. 칸쿤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고급 리조트, 쇼핑몰,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는 호텔 존(Hotel Zone)이고, 다른 하나는 로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다운타운(Downtown)이다. 호텔 존은 바다와 석호 사이의 좁은 땅에 자리 잡고 있으며, 7자 형태의 길을 따라 리조트들이 줄지어 있다. 반면 다운타운은 현지인들의 생활 공간으로 전통 시장, 로컬 식당, 저렴한 숙소 등이 있다. 여행 예산이나 목적에 따라 두 지역 중 원하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한국에서 칸쿤으로 가려면 대부분 미국이나 캐나다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인천에서 댈러스, 애틀랜타, 토론토, 밴쿠버 등을 경유해 칸쿤 국제공항(Cancún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다. 소요 시간은 경유 시간 포함 최소 18시간에서 30시간까지 다양하다. 나는 댈러스 경유 편을 탔다. 참고로 미국 경유 시에는 ESTA(전자여행 허가)를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꼭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멕시코시티에서 칸쿤으로 이동할 경우엔 비행기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며, 에어로멕시코, 비바아에로부스, 볼라리스 등 멕시코 국내 저가 항공사들이 자주 운항한다. 나는 비바아에로부스를 이용했다. 가격은 편도 6만 원대였고, 간단한 탑승 절차 덕분에 이동이 수월했다. 시기에 따라 프로모션 항공권도 많아 미리 예약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내가 처음 이곳을 찾았던 시기는 11월이었다. 한국은 겨울이었지만, 이곳은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 바다에서 수영하기에 최적이었다. 첫날은 호텔 존에 위치한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머물렀다. 체크인 후 팔찌를 착용하면 리조트 내 식당, 바, 수영장, 프라이빗 비치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썬 베드에 누워 칵테일을 마시며 바라본 바다는, 그동안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주는 힐링 그 자체였다. 내가 예약한 리조트는 가격이 비싼 편이었는데,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둘째 날에는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로 당일 투어를 떠났다.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약 30분이면 도착하며, 이 섬은 바닷물이 특히 맑고 잔잔해 스노클링에 최적화된 장소다. 나는 바다거북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귀한 경험도 했고, 산호초 사이로 헤엄치는 열대어들도 인상적이었다. 투어는 스노클링 장비 대여, 점심 뷔페, 오픈 바까지 포함돼 있어 편리했다. 한국에서 미리 마이리얼트립 사이트를 통해 예약했는데, 한국어 설명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저녁에는 리조트 내 야외 공연을 즐겼다. 대부분의 리조트에서는 밤마다 마리아치 밴드의 전통 음악 공연과 민속춤이 펼쳐지며, 여행자들은 음료를 마시며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내가 묵었던 리조트에서는 밤새도록 라이브 음악이 이어졌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여행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매우 인상 깊었다. 만약 쇼핑을 원한다면 라 이슬라 쇼핑 빌리지(La Isla Shopping Village)를 추천한다. 호텔 존 중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국제 브랜드와 멕시코 로컬 브랜드가 다양하게 입점해 있다. 나는 이곳에서 수공예 은반지와 테킬라 기념품을 구입했는데, 품질과 가격 모두 만족스러웠다. 쇼핑몰 안에는 인공 수로가 흐르고, 곤돌라 체험도 할 수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가 아닌 멕시코 로컬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칸쿤은 현대적인 리조트와 신비로운 자연, 풍부한 체험거리와 로컬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여행지다. 휴식과 모험, 두 가지를 모두 원하는 이들에게 칸쿤은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2. 과나후아토: 예술과 감성의 골목 여행

 과나후아토(Guanajuato)는 멕시코 중부 고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예술과 감성이 살아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도시는 식민지 시대 건축물과 알록달록한 건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어우러져 걷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한때 은 광산으로 번성했던 곳으로, 현재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도시 전체가 산에 안긴 듯한 지형을 따라 펼쳐져 있다. 계단과 언덕, 좁은 길이 이어지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거리 공연, 갤러리가 있어 어디를 걸어도 특별하다. 이 도시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Coco)'의 실제 배경 중 하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코코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로 인해 이 도시를 찾는 한국 사람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영화 속 형형색색의 집들과 노란 꽃잎이 흩날리는 길, 죽은 자의 날을 기념하는 축제 분위기는 바로 과나후아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실제로 영화 제작진이 이곳을 직접 답사했다고 한다. 영화 속 죽은 자들의 세계와 연결된 다리, 야경의 분위기, 거리 풍경 등이 과나후아토의 도시적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 역시 저녁 무렵 노을 아래 조명이 켜진 도시를 바라보며 마치 영화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밤이 되자 거리마다 음악이 흐르고 전통복장을 한 공연자들이 나타나 진짜 ‘코코’의 세상이 현실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멕시코시티에서 과나후아토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ETN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북부 버스터미널(Terminal Norte)에서 출발해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고, 소요 시간은 교통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버스는 좌석 간 간격이 넓고 모니터가 있어 쾌적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택시를 타고 중심지로 향했는데, 언덕 위로 올라가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던 형형색색의 건물들은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았다. 가장 먼저 도시 중심에 위치한 하르딘 유니온(Jardín Unión)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과나후아토의 중심 광장이다. 저녁이 되면 전통 음악이 울려 퍼지고 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나는 이곳에서 유명한 '까예호네아다(Callejoneada)'에 참여했다. 이는 마리아치 복장을 한 음악가들이 여행자들과 함께 골목을 돌며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퍼레이드이다. 함께 와인을 나누며 즐길 수 있다. 디에고 리베라 생가 박물관(Museo Casa Diego Rivera)도 꼭 가봐야 하는 명소이다. 그는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자 멕시코 벽화 운동의 대표 인물이다. 박물관 내부는 그의 초기 작품과 개인 소장품, 당시 생활 공간이 보존되어 있다. 또한 그의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다.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삐삘라 전망대(Mirador del Pípila)도 추천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 위에 도착하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산자락을 따라 이어져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는 아침과 해 질 무렵 두 번 방문했는데, 낮에는 밝고 활기찬 분위기였다면, 저녁에는 주황빛 노을이 도시를 감싸며 영화처럼 아름다웠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곳은 후아레스 극장(Teatro Juárez)이다. 외관은 고대 그리스 양식을 닮았고, 내부는 붉은 벨벳과 황금 장식으로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현지 오페라 공연을 관람했다. 스페인어를 다 알아듣지 못해도 무대 분위기와 음악,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과나후아토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예술과 전통, 멕시코의 정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낮에는 예술을 즐기고, 밤에는 음악과 사람들 속에서 진짜 멕시코를 경험할 수 있다. 영화 '코코' 속 환상의 세계를 현실에서 체험하고 싶다면, 과나후아토는 꼭 가봐야 할 도시이다.

3. 멕시코시티: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여행

 멕시코시티(Mexico City)는 멕시코의 수도이자 중남미 최대 도시 중 하나이다. 고대 아즈텍 제국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Tenochtitlán) 위에 세워진 역사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해발 약 2,200m 고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는 중남미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처럼 느껴질 만큼,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이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고대 유적과 식민지 시대 건물, 현대적인 미술관과 레스토랑이 공존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도시는 크게 센트로 히스토리코(Centro Histórico), 폴랑코(Polanco), 로마(Roma), 콘데사(Condesa), 차풀테펙(Chapultepec) 등으로 나뉜다. 각각의 지역은 성격이 뚜렷해 여행자들이 다양한 테마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전통과 역사를 느끼고 싶다면 센트로 히스토리코가 적합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로마나 콘데사에서 머무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한인 민박이 있는 폴랑코 지역에서 숙박을 했다. 이 지역은 멕시코시티의 고급 상업 지구로, 대사관과 고급 레스토랑, 부티크가 줄지어 있다. 안전한 편이여서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2020년 이전에는 멕시코시티에 한인 민박이 많이 있었는데, COVID-19가 발발한 이후에는 여행자 수가 줄어들면서 한인 민박이 많이 사라졌다.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면, 이 도시의 중심부인 소칼로(Zócalo) 광장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과거 아즈텍 제국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멕시코시티 대성당, 대통령궁, 템플로 마요르 유적이 함께 어우러진 역사적인 공간이다. 나는 영어 가이드 투어에 참여해 대통령궁 내부를 둘러봤고, 디에고 리베라의 대형 벽화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벽화 속에는 스페인 정복 이전의 생활, 정복자의 도래, 멕시코 혁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가 담겨 있었다.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니 더욱 생생하게 와닿았다. 광장 옆에 위치한 템플로 마요르(Templo Mayor)는 아즈텍 문명의 신전 유적지이다. 현대 건물 사이에 있어서 더욱 눈에 띈다. 나는 유적 옆에 위치한 박물관도 함께 관람했다. 발굴된 유물들과 마야 및 아즈텍 신화에 대한 해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서 학창 시절 세계사 교과서 속 문명을 실제로 마주하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 차풀테펙 공원(Bosque de Chapultep)도 꼭 가봐야 하는 명소 중 하나이다. 이곳은 도시 한가운데에 위치한 거대한 공원으로,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공원에는 호수와 산책로 외에도 다양한 문화 시설이 모여 있다. 특히 공원 안에 위치한 국립 인류학 박물관(Museo Nacional de Antropología)은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이다. 나는 이 박물관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냈다. 마야, 아즈텍, 올멕 등 고대 문명의 유물들이 방대하게 전시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태양석(Sun Stone)'은 그 크기와 정교함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차풀테펙 성(Castillo de Chapultepec)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멕시코 황제 막시밀리아노가 머물던 궁전이었다. 유럽식 정원이 어우러져 있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 꼭대기에 올라가면 멕시코시티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소칼로 광장까지 보인다. 나는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도시의 스케일을 실감했고, 과거 유럽 제국과 멕시코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과 일상이 조화를 이루는 로마(Roma)와 콘데사(Condesa) 지역은 요즘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곳은 카페, 부티크, 디자인 숍, 거리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트렌디한 지역으로, 감성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나는 로마 지역의 브런치 카페에서 식사를 한 뒤, 수제 문구점에서 마야 문양이 그려진 노트를 구입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공공 예술 작품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처럼 느껴졌다. 영화 '로마(ROMA)'의 배경이 된 이곳은 실제로도 따뜻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어,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코요아칸(Coyoacán) 지역에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예술가 프리다 칼로의 생가이자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프리다 칼로 박물관(La Casa Azul)이 위치해 있다. 나는 입장권을 사전 예약한 후 박물관을 둘러봤다. 그녀의 그림뿐만 아니라 직접 쓰던 침대, 휠체어, 작업 도구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예술가로서의 삶과 여성으로서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박물관을 나와 근처의 시장에서는 전통 수공예품과 멕시코 음식들을 접할 수 있으며, 기념품을 구입하기에도 좋다. 폴랑코(Polanco) 지역의 소우마야 미술관(Museo Soumaya)은 독특한 외관 덕분에 눈에 띈다. 비늘 모양의 메탈 외장으로 덮인 이 건물은 멕시코 부자인 카를로스 슬림이 기증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로댕, 달리, 르누아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입장료가 무료라 누구나 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멕시코시티는 고대 문명, 식민지 시대, 독립 이후 현대의 역사까지 모두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여행지 선택에 있어 역사와 문화, 현대적 감각을 모두 느끼고 싶다면, 이곳은 그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도시이다.

 칸쿤, 과나후아토, 멕시코시티는 각각 전혀 다른 여행 스타일과 분위기를 가진 도시이다. 나는 이 세 도시를 직접 경험하며, 하나의 나라가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의 성향과 여행 목적에 맞는 도시를 선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