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는 수천 년 전 찬란했던 마야 문명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로 인해 여행자들에게 독특한 역사적 체험을 선사한다. 이 글에서는 멕시코 마야 문명의 역사부터 대표 유적지인 치첸 이트사, 그리고 그 외 인상 깊었던 유적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멕시코 마야 문명 소개
마야 문명은 내가 멕시코 여행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때 세계사 수업 시간에 잠깐 배우긴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막상 현지에 와서 직접 체험하니 그 위대한 역사적 깊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야 문명은 수천 년 동안 발전했으며, 지금도 그 흔적이 유적지 곳곳에 남아 있다. 기원전 약 2000년경부터 서기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멕시코 남부와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지역에 걸쳐 번성했다. 특히 멕시코의 유카탄반도는 이 문명의 중심지로, 지금도 많은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들은 매우 발달된 문자 체계를 가지고 있었고, 천문학과 수학 지식도 뛰어났다. 특히 '제로(0)'라는 개념을 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 사용하기도 했다. 그들은 태양력과 음력을 조합해 달력을 만들었으며, 그 정확도는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다. 건축 기술도 뛰어나 피라미드, 신전, 궁전, 천문대 같은 구조물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은 자연과 우주, 신을 향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내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것은, 그들이 사용했던 달력 체계이다. '하아브(Haab)'와 '촐킨(Tzolk'in)'은 365일과 260일 주기를 각각 따른다. 이 둘이 결합된 '력(曆) 라운드(Calendar Round)'는 약 52년마다 반복되는 복합 달력을 형성한다. 더 나아가 장기적인 역사 계산을 위해 사용된 '긴 계열(Long Count)'은 정확한 연도 기록을 가능하게 했다. 그들은 이러한 정밀한 달력을 통해 농경 주기, 종교 의식, 제사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이는 신전과 피라미드의 건축 방향 및 구조에도 반영되었다. 많은 유적지에서 특정 날짜의 일출이나 석양이 구조물의 특정 지점을 통과하도록 설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마야 문명이 단순한 농경사회가 아닌 고도의 수학적, 천문학적 지식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가 마야 문명을 처음 느꼈던 곳은 멕시코시티의 국립 인류학 박물관이었다. 박물관 안에는 이와 관련된 전시관이 따로 있을 만큼 규모가 크고, 유물도 다양했다. 직접 본 고대 달력, 석상, 상형 문자판은 하나같이 정교하고 상징이 가득했다. 특히 아직 해독되지 않은 문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나는 가이드 투어로 다녀왔는데, 현재 전 세계의 역사학자들이 이 문자들을 해독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과거 사람들이 남긴 기록과 이야기라는 점에서 진지하게 다가왔다. 두 번째는 치첸 이트사 근처의 마야 전통 마을에서였다. 이 마을은 그들의 후손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곳으로, 지금도 고대 언어를 쓰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전통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천연 약초로 만든 치료법도 체험했다. 또 하나의 인상 깊었던 경험은 과달라하라의 하랄도 국립박물관(Museo Regional de Guadalajara)을 찾았을 때였다. 이곳은 멕시코 서부에 위치해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아즈텍 문명과의 비교 전시였다. 이를 통해 고대 문명 간의 차이와 유사성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유카탄 내륙 도시 바야돌리드(Valladolid)에서의 체험이다. 이곳은 유적지는 아니지만, 마야 전통과 현대 멕시코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주말마다 열리는 지역 문화 행사에서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의 춤과 노래 공연을 볼 수 있다. 나는 우연히 광장에서 열린 무료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들의 후손인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으며, 지금도 스페인어와 함께 마야 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단순히 유물을 보는 것과 달리, 현대 사람들에게서 고대 문명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마야 문명은 책으로 배운 것보다 훨씬 크고 깊은 세계였다. 멕시코에서의 이런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고대 문명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2. 치첸 이트사 정보
치첸 이트사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위치한 마야 문명의 대표 유적지이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9세기부터 12세기까지 번성했던 마야 문명의 정치, 종교, 천문학 중심지였다. 피라미드, 경기장, 천문대 같은 유적을 통해 그들의 정교한 건축 기술과 과학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멕시코시티에서 비행기를 타고 칸쿤으로 이동한 뒤, 당일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 이곳을 다녀왔다. 이동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정도였고, 중간에 전통 마을을 둘러보는 코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671페소(2025년 기준)이며, 입장료에는 지역 세금 100페소가 포함되어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성수기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리므로 오전 일찍 도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오전 8시 입장 시간에 맞춰 방문했고,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에서 유적지를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은 쿠쿨칸 피라미드이다. 네 면에 각각 91개의 계단이 있고, 꼭대기 계단을 더하면 365개로 1년의 날짜를 의미한다. 나는 계단을 오를 수는 없었지만, 피라미드의 대칭 구조와 정밀한 설계를 보며 마야 문명의 천문학 지식에 감탄했다. 특히 춘분과 추분 시기에는 계단 옆에 뱀 형상의 그림자가 생긴다고 하는데, 다음에는 그 현상을 직접 보고 싶었다. 고대 행사의 중심지였던 경기장도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라 제례 의식이 열리던 신성한 공간이다. 나는 경기장의 벽화와 석조 고리를 직접 보며, 이긴 쪽이 신에게 제물로 바쳐졌다는 전설을 가이드로부터 들었다. 실제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역사 속 현장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사들의 사원과 천 개의 기둥은 마야 문명과 톨텍 문화가 융합된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나는 이곳에서 다양한 조각과 기둥들을 보며 고대 예술의 디테일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은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천문대 역할을 했던 '엘 카라콜'도 흥미로웠다. 나선형 구조의 이 건물은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건물 배치와 창문의 각도가 별의 위치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고대 문명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치첸 이트사(Chichén Itzá)'는 마야어로 '이트사 부족의 우물 입구'라는 뜻이다. 이는 유적지 근처에 있는 천연 싱크홀인 '세노테'와 깊은 관련이 있다. 유적지 근처에는 세노테가 많은데, 가장 유명한 곳은 익낄 세노떼(Cenote Ik Kil)이다. 이곳은 수직 절벽 사이로 빛이 내려오고, 긴 덩굴이 늘어져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과거에는 마야인들이 제사를 지냈던 신성한 장소였다고 한다. 거대한 싱크홀 내부의 푸른 물에서 수영과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나 또한 이곳에서 수영을 즐겼는데, 단순한 물놀이가 아닌 신비로운 체험처럼 느껴졌다. 참고로 이곳은 자연 보호를 위해 신발을 신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맨발로 가면 햇빛이 강해서 뜨겁기 때문에 아쿠아슈즈를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익낄 세노떼는 치첸 이트사에서 약 3km 떨어진 위치에 있다. 한국에서 치첸 이트사 투어를 예약하고 싶다면 마이리얼트립, 클룩, KKday 같은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주로 칸쿤에서 출발하는 일일 투어가 많고, 교통, 가이드, 입장료, 점심, 세노테 수영 등이 포함된다. 영어 또는 한국어 가이드 포함 여부를 꼭 확인하고, 출발 2~3일 전에는 예약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후기와 평점을 참고해 본인에게 맞는 투어를 선택하면 만족도가 높다. 내가 선택한 투어는 현지 마야 후손이 직접 설명해 주는 코스가 포함된 상품이었다. 단순히 유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살아 있는 전통과 문화를 듣는 느낌이어서 매우 인상 깊었다. 점심으로 먹은 유카탄 전통 음식 '꼬치니따 삐빌'은 처음 맛보는 독특한 풍미였고, 달콤하고 짭조름한 양념이 너무 맛있었다. 더운 날씨에 지쳤지만, 세노테에서 수영을 하며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고대인의 지혜와 그들의 문명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이 경험은 내게 아주 큰 울림을 주었다.
3. 그 외 유적지
멕시코에는 치첸 이트사 외에도 다양한 마야 문명 유적지가 존재한다. 유카탄반도, 치아파스 주, 캄페체 주 등지에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유적들이 보존되어 있으며, 고대 문명의 다양한 문화와 지역적 차이를 보여준다. 각각의 도시와 유적지는 건축 양식, 신전의 배치, 예술적 표현 방식에서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고대인들의 지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여러 유적지를 직접 방문하며 고대 문명의 다채로운 모습과 현장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팔렌케(Palenque)이다.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정글 속에 위치한 이곳은, 마야 고전기 후반, 약 서기 600~900년 사이 번성한 도시이다. 팔렌케는 세밀한 부조 조각과 섬세한 건축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유적은 '인스크립션 사원(Temple of the Inscriptions)'이다. 나는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에서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팔렌케까지 이동했는데, 정글 안갯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신비로웠다. 파칼 대왕의 무덤이 있는 피라미드를 직접 보고, 내부 계단을 따라 들어가며 고대 왕의 흔적을 눈앞에서 마주한 그 경험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은 유카탄반도 동쪽에 위치한 툴룸(Tulum) 유적지이다. 이곳은 마야 후기 시대에 번성한 해안 도시이다.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절벽 위에 세워진 유일한 마야 도시이기도 하다. 나는 툴룸 시내에서 자전거를 빌려 해안 도로를 따라 유적지까지 이동했다. 절벽 위 신전 '엘 카스티요'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천천히 둘러본 후 절벽 아래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며 도시를 올려다보는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툴룸은 역사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여유롭고 감성적인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세 번째는 칼락물(Calakmul)이다. 캄페체 주 깊은 정글 속에 위치해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칼락물은 틱알과 경쟁하던 정치 중심지였으며, 웅장한 피라미드와 도시 구조를 통해 고대의 권력 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차량 투어를 통해 정글 도로를 1시간 반 이상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주차 후에도 도보로 30분 정도 이동해야 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정상에 올라 밀림을 내려다보는 순간,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주변에 다른 관광객이 거의 없어, 고요한 자연 속에서 마야 도시의 숨결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또 추천하고 싶은 곳은 에크 발람(Ek Balam)이다. 이곳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심 건축물인 '아크로폴리스'의 보존 상태가 훌륭하고, 벽화와 석조 조각의 예술적 수준도 높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전체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아크로폴리스 정상까지 직접 올라갈 수 있어, 유카탄 평야를 한눈에 바라보는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조용한 환경에서 마야인의 도시를 바라보며 고대와 현재가 만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외에도 멕시코 전역에는 다양한 마야 유적지가 존재하며, 각기 다른 매력과 역사를 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유적지를 발로 직접 걸으며 체험해 보는 것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서, 인류 문명의 깊이를 체감하는 값진 여정이 될 것이다.
멕시코 마야 문명은, 방대한 역사와 정교한 유적, 그리고 그 속에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이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단순한 휴양을 넘어, 마야 문명을 진심으로 마주하는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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