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에서-수많은-포도나무들이-자라는-모습-파란-하늘과-구름

 칠레는 남미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도 품질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특히 마이포 밸리 지역은 아름다운 풍경과 고품질 포도주, 그리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마이포 밸리의 대표 와이너리를 소개하고, 시음 및 구매 팁, 그 외 추천하는 와인 생산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1. 마이포 밸리 와이너리 소개

 마이포 밸리는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이며, '칠레 와인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이 지역은 안데스산맥에서 흐르는 깨끗한 물과 건조한 날씨, 큰 일교차 덕분에 포도 재배에 매우 적합하다. 16세기 중반에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 지역에 포도나무를 심으며 와인 생산이 시작됐고, 19세기 중반 프랑스 품종이 도입되면서 고급 제품의 생산지로 발전했다. 특히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마이포 밸리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깊은 향과 탄탄한 구조감을 자랑하며 전 세계에서 인기가 높다. 2025년 4월에 한국에서 한정 수량의 '에스쿠도 로호 골드 컬렉션'을 출시한 적이 있다. 이 컬렉션은 프랑스의 유명한 가문이 마이포 밸리에서 생산한 100%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이 제품은 오크통에서 10개월간 숙성하여 깊은 맛과 향을 자랑한다. 나 또한 이 제품을 구하기 위해 5곳이 넘는 마켓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내가 마이포 밸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 와이너리가 단순히 포도주를 만드는 곳이 아닌 하나의 문화 공간처럼 느껴져 감동을 받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였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Casillero del Diablo' 포도주를 만드는 곳이다. 잘 정돈된 정원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인상적이었고, 영어로 진행된 투어는 언어 장벽 없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지하 저장고에서 '악마의 포도주' 전설을 들었을 땐, 이것이 단순한 음료가 아닌 이야기와 철학이 담긴 문화로 느껴졌다. 어두운 저장고에서 마신 첫 시음 와인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지역은 와이너리마다 고유의 양조 방식과 블렌딩 철학을 갖고 있으며, 오랜 숙성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맛을 구현한다. 이런 배경 덕분에 마이포 밸리는 전문가뿐 아니라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와인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산타 리타(Santa Rita)는 역사가 함께 결합된 특별한 공간이었다. 이곳은 독립 전쟁 당시에 병사들이 숨었던 장소로, 와이너리 내에 박물관과 예배당이 함께 있다. 투어 도중, 현지 가이드에게서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포도주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역사적 상징이라는 것을 느꼈다. 시음이 끝난 후 정원에서 시음하는 시간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고, 그날의 평온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외 소규모 와이너리인 우니다드(Undurraga)도 가볼 만하다. 대형 와이너리와 달리 방문객이 적어 가이드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고, 포도나무를 직접 만지며 품종 차이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까르미네르 품종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프랑스에서 거의 사라졌던 이 품종이 이 나라에서 부활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내가 시음한 까르미네르 포도주는 부드러운 탄닌과 특유의 향이 조화를 이뤄 매우 인상 깊었다. 나는 이 제품을 구입해서 한국에 가져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눠 마셨다. 마이포 밸리의 장점 중 하나는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산티아고에서 차로 1시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시내에서 출발하는 투어가 많고, 호텔 픽업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어서 렌터카 없이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단, 대부분의 투어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간대와 언어(영어 또는 스페인어)를 선택해 예약해야 한다. 원하는 시간에 투어를 즐기고 싶다면 최소 하루 전에는 예약을 마치는 것이 좋다. 물론 단점도 있다. 유명한 곳은 다소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대규모 투어에서는 깊이 있는 설명이나 개별적인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콘차 이 토로의 경우, 정해진 경로와 시간에 따라 움직여야 해서 개인적으로 여유가 부족했다. 반면 우니다드처럼 규모가 작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여행자의 만족도가 높다. 또 기본 시음 투어는 제공되는 포도주가 제한되어 있어서 다양한 맛을 즐기려면 프리미엄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나는 첫 투어에서 기본 옵션을 선택해 아쉬움이 있었고, 이후 두 번의 방문에서는 모두 프리미엄 옵션을 신청해서 넉넉하게 시음할 수 있었다. 이 지역은 술을 즐기는 사람과 즐기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여행지다. 포도밭을 거닐며 자연을 느끼고, 포도주 한 잔에 담긴 역사와 정성을 직접 보고 들으며 배우는 시간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의미를 준다. 개인적으로 다음 칠레 여행에서도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2. 시음 및 구매 팁

 마이포 밸리에서의 시음은 와인의 향과 맛, 질감을 오감으로 느끼며 배우는 경험이다. 와이너리에서는 일반적으로 시음 전용 잔을 제공하고, 빵이나 크래커, 물을 함께 준비해 준다. 소량의 빵과 크래커, 물을 준비해 주는 이유는, 시음할 포도주 사이의 맛을 중화시켜주기 위해서이다. 시음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색을 살펴보고, 잔을 돌려 향을 맡은 뒤, 한 모금 마시며 혀끝과 입안 전체로 맛을 느낀다. 이러한 과정은 술을 단순히 마시는 것을 넘어 감상하고 이해하는 시간으로 바뀌게 만든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현장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내가 처음 시음을 했던 곳은 콘차 이 토로였다. 나는 총 네 가지 와인을 맛보았다. 첫 번째는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짙은 루비색과 강한 탄닌, 깊은 향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메를로였는데, 부드러운 질감과 달콤한 과일 향이 강해 초보자에게 추천할 만했다. 다음은 시라였는데, 자두와 향신료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마신 소비뇽 블랑은 상큼한 산미 덕분에 레드 와인 후 입안을 정리해 주기에 좋았다.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향과 맛을 비교하며 마시다 보니, 평소 무심히 마시던 포도주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산타 리타 와이너리에서는 포도주를 치즈, 초콜릿과 함께 맛보았다. 나는 이때 와인과 음식의 조화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특히 다크초콜릿과 레드 와인을 함께 먹었을 때 느껴진 깊은 맛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경험 이후 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술을 어떻게 조합할지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레스토랑에서 포도주를 고를 때도 한층 더 자신감 있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와이너리에서 포도주를 구매하고 싶다면 몇 가지 팁이 있다. 우선, 이곳에서 직접 구매하면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한정판이나 현지 전용 라인을 구입할 수 있다. 제품 라벨을 통해 도수, 생산 연도, 숙성 방식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고, 특히 레드 와인은 13~14.5도 사이가 많다. 도수가 높을수록 보디감이 강하고 풍미가 진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도수가 높은 까르미네르를 현장에서 시음한 후, 그 풍부한 향과 깊이에 반해 한 병을 구입했다. 이후 귀국 후 특별한 날 가족들과 함께 마셨는데, 여행의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더욱 특별했다. 와인의 종류에 따라 맛과 특징은 크게 달라진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구조감이 강하고 검은 베리 계열 향이 진해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메를로는 부드럽고 과일 향이 풍부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까르미네르는 칠레에서 부활한 품종으로, 허브와 담배, 초콜릿 향이 특징이다. 화이트 계열은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가 대표적이다. 소비뇽 블랑은 상쾌하고 가벼운 느낌이 좋고, 샤르도네는 오크통 숙성에 따라 고소하고 버터 같은 풍미를 낸다. 로제 계열은 가볍고 산뜻해서 초보자에게 적합하며, 스파클링 계열은 기념일이나 축하 자리에 잘 어울린다. 기념품으로 술을 구입할 땐 포장 상태를 꼭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기내 수하물에 적합한 전용 포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완충재와 에어백 포장을 무료로 해주기도 한다. 나는 산타 리타에서 두 병을 구입했고, 직원이 정성스럽게 포장해 주었다. 한국까지는 비행기를 2번 환승했으나, 깨지지 않고 무사했다. 그중 하나는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는데, 이런 경험은 단순히 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이야기를 담아 선물하는 행위로 느껴졌다. 시음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과정이자,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내 입맛에 맞는 포도주를 찾게 되었다. 지금은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칠레의 햇살과 포도밭 풍경이 떠오른다. 마이포 밸리에서의 시음과 구매는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물론,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3. 그 외 추천하는 와인 생산지

 마이포 밸리 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특색 있는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콜차과 밸리(Colchagua Valley),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 리마리 밸리(Limari Valley)는 각각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독창적인 술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들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테루아(terroir)'를 적극 반영한다는 점이다. 테루아는 포도 품질과 맛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인 토양, 기후, 지형 같은 자연환경을 의미한다.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의 제품이 만들어진다. 칠레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 덕분에 각 지역의 기후 조건이 다양하고, 이에 따라 포도주의 개성도 뚜렷하다. 이런 배경은 맛을 비교하고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내가 처음 방문했던 마이포 외 지역 와이너리는 콜차과 밸리에 위치한 '비우 마네(Viu Manent)'였다. 1935년에 설립된 이곳은 말벡(Malbec) 품종의 선두주자이다. 말벡은 원래 아르헨티나의 것으로 유명하지만, 콜차과의 건조하고 더운 기후에서 재배된 말벡은 더 농축된 향과 부드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나는 이곳에서 마차를 타고 포도밭을 둘러보고, 리제르바 등급의 술을 시음했다. 자두와 블랙체리 향이 풍부하고, 입안에서는 바닐라와 은은한 스파이스 향이 퍼졌다. 초콜릿과 곁들여 마셨을 때의 조화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경험은 콜차과에서 참여한 블렌딩 워크숍이었다. 참가자들이 직접 블렌딩한 술을 서로 비교하고 평가했는데, 내가 만든 것이 전문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큰 보람을 느꼈다. 내 이름이 적힌 라벨을 붙인 병은 선물로 받아 지금도 집 책장에 전시 중이다. 와이너리에서 직접 와인을 만들고 체험하는 과정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카사블랑카 밸리의 '빈야 마르(Viña Mar)'였다. 이 지역은 해양성 기후 덕분에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스파클링 계통 생산지로 유명하다. 나는 이른 아침, 해무가 자욱한 포도밭에서 투어를 시작했고, 샤르도네 기반의 스파클링 와인을 시음했다. 기포가 섬세하게 입안을 감싸며, 상큼한 과일향이 기분 좋게 퍼졌다. 브런치로 제공된 연어 샌드위치와의 조화도 훌륭했다. 나는 친구들과 파티를 하거나 연말 모임에 이 술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병을 구입했다. 세 번째는 북쪽에 위치한 리마리 밸리의 '타바티 와이너리(Tabata Winery)'다. 이곳은 낮에는 덥고 건조하지만, 침과 밤에는 서늘해서 포도의 산도를 유지하기 좋다. 나는 오크 숙성된 시라(Syrah)를 시음했는데, 다크초콜릿과 블랙페퍼 향이 어우러진 풍미가 매우 강렬했다. 마이포 밸리의 시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운영자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의 열정이 매우 인상 깊었다. 제조 과정을 들으며 이곳의 역사와 운영 철학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남부의 비오비오 밸리(Bío Bío Valley)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내추럴 제품과 오가닉 포도주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생산자들이 활동 중이다. 나는 한 박람회에서 이 지역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시음해 봤는데, 산미가 뚜렷하고 미네랄 감이 살아 있어 매우 인상 깊었다. 아직 직접 방문해 보지는 못했지만, 다음 여행 시 꼭 들르고 싶은 곳이다. 여러 제품 중에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콜차과의 'Viu Manent Malbec Gran Reserva'다. 진하고 부드러운 보디감과 과일 향, 스파이시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며, 스테이크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또 카사블랑카의 'Viña Mar Brut'도 추천한다. 이 제품은 상쾌한 기포와 산뜻한 과일향이 특징으로, 특별한 날 축하 건배용으로 제격이다. 이처럼 칠레 전역에는 각기 다른 기후와 철학을 가진 와이너리들이 많다. 여행 중 시간이 허락된다면, 마이포를 넘어 다른 생산지도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와이너리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술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는 깊이 있는 여행 방식이다. 칠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하루쯤은 와이너리 투어에 투자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와인 한 잔에 담긴 이야기가 여러분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