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마라마레슈-지역-바르사나-목조-교회-수도원의-모습-높고-가느다란-첨탑과-긴-지붕-주변-잔디밭과-나무들-푸른-하늘

 루마니아 북부에 위치한 마라마레슈(Maramureș)는 오랜 세월 동안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고유의 문화를 지켜온 특별한 지역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아직도 전통 복장을 입고 생활한다. 또한 나무로 지은 집과 교회, 옛날의 농촌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마라마레슈 지역의 목조 교회, 서픈차 공동묘지, 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목조 교회(UNESCO 문화유산) 탐방

 마라마레슈 지역의 목조 교회는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의 역사와 전통, 공동체 정신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루마니아 북부 시골 마을에 위치한 이 교회들은 대부분 17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세워졌다. 그중 8곳이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교회들은 모두 나무만으로 건축되었고,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끼리 맞물려 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오랜시간 동안 보존 되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가느다란 첨탑과 긴 지붕, 그리고 내부의 아름다운 벽화는 고딕 양식과 비잔틴 예술이 조화를 이루며 신앙의 공간이자 예술 공간으로서 가치가 높다. 특히 이 나라의 기후와 자연환경에 맞춘 설계는 전통 건축의 실용성과 지혜를 잘 보여준다. 목재 건조 방식, 지붕의 경사도, 통풍 구조 등은 단순한 건축 기술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이 반영된 결과이다. 부쿠레슈티에서 마라마레슈로 가는 여정은 쉽지 않다. 시비우(Sibiu) 또는 바야마레(Baia Mare) 방면 기차를 탄 후, 지역 버스나 렌터카로 갈 수 있다. 그 과정이 복잡해서 나는 시비우에서 렌터카를 빌려 마라마레슈까지 직접 운전해서 갔다. 산길이 이어지는 약 6시간의 여정이었지만, 루마니아 특유의 시골 풍경과 자연 덕분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데세스티(Desesti) 마을의 교회였다. 이것은 1770년에 지어졌으며, 오스만 제국의 종교 탄압을 피해 신자들이 숨어 예배를 드리던 장소였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첨탑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재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내부는 어둡고 조용했으며, 벽에 남아 있는 벽화는 빛이 거의 들지 않는 공간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다음으로 방문한 바르사나(Bârsana) 교회는 현재 수도원 단지로 운영되고 있어 예배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가 간 날은 마침 일요일이라 전통 복장을 입은 주민들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나는 정원에서 조용히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예배 후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고, 한 수녀님이 허브차를 건네주시며 '여행자도 축복받아야죠'라고 말해주셨다. 그 따뜻한 환대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수도원 정원과 기와지붕이 잘 어우러져 있어 경건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포이엔일(Poienile Izei) 마을의 교회였다. 이곳은 차로 바로 접근할 수 없어 숲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고, 그 길 자체가 하나의 순례처럼 느껴졌다. 입구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고,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웃으며 손짓으로 인사를 나눴다. 내부에는 '최후의 심판' 프레스코화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천사와 악마, 죄와 구원이라는 상징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교회를 관리하던 노신사는 자신이 어린 시절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고, 가족의 장례도 이곳에서 치렀다며 교회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곳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삶 그 자체라는 걸 느꼈다. 마라마레슈 지역의 목조 교회에서 꼭 경험해 봐야 할 것은 고요한 내부 공간과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이다. 내부에 앉아 있으면 목재 틈 사이로 햇빛이 부드럽게 들어오고, 주변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 침묵 속에서 마음이 정리되고, 나무의 따뜻함이 온몸에 스며드는 기분이 든다. 또한 교회 외벽에 새겨진 나뭇조각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동물, 식물, 전통 무늬들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모두 장인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과 신앙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유럽에서도 이처럼 원형이 잘 보존된 목조 교회들은 매우 드물다. 이곳을 방문하면 단순한 관광을 넘어, 오래된 삶의 흔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 루마니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마라마레슈의 전통 마을과 목조 교회를 꼭 포함해 보길 바란다. 조용한 시골 교회, 전통 복장의 사람들, 그리고 따뜻한 허브차 한 잔은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줄 것이다.

2. 서픈차의 즐거운 공동묘지와 그 외 명소들

 마라마레슈 지역을 방문했다면, 목조 교회 외에도 꼭 가봐야 할 명소들이 많다. 그중 내가 추천하는 곳은, 서픈차의 즐거운 공동묘지, 시게투 마르마치에이의 민속 박물관, 비체우 데 수스의 협궤 증기기관차이다. 이 명소들은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서픈차(Săpânța)에 있는 '즐거운 공동묘지(The Merry Cemetery)'이다. 이곳은 전통적인 공동묘지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곳은 1930년대 마을 예술가 스탄 이오안 파투라(Stan Ioan Pătraș)가 처음으로 유머와 풍자를 담은 파란색 묘비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독특한 명소가 되었다. 묘비마다 고인의 생전 직업과 성격, 사망 원인을 그림과 짧은 시로 표현해 놓았는데, 그 표현이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묘비는 마을 이발사의 것이었다. 묘비에 새겨진 '죽기 전까지 누구든 내 손에 머리를 맡겼지'라는 문구에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죽음조차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이 마을의 철학이 전해졌다. 공동묘지 디자인은 예술과 상징의 결합으로 평가된다. 파란색 배경은 죽음 이후에도 평온과 희망이 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각 묘비에 새겨진 민속 스타일의 그림은 전통적인 루마니아 농촌 예술의 맥락을 반영한다. 스탄 이오안 파투라가 시작한 이 묘비 조각 예술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 나라 민속문화의 한 갈래로 자리 잡았다. 유럽의 장례 문화 속에서도 보기 드문 이 공동묘지는 현대 인류학적 관점에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시게투 마르마치에이(Sighetu Marmației)에 있는 마라마레슈 민속박물관이다. 이곳은 야외에 조성된 대규모 민속 마을로, 다양한 전통 가옥과 헛간, 창고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각 건물 안에는 전통 생활 도구와 가구, 자수 천,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어 농촌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는 이곳에서 한 전통 가옥에 들어섰을 때,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도자기 그릇, 그리고 벽에 걸린 손수 짠 직물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에서 가봤던 민속 박물관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전시관 안에서는 민속 음악이 흘러나왔고, 당시 농부들이 사용하던 악기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조용히 산책하듯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옥은 재료 채취, 건축 기술, 기능 배치에서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또한 기후에 따라 마당의 방향과 지붕 각도까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양식은 생태건축의 전형적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 동시에 루마니아 건축학과 및 문화연구 전공자들에게 중요한 실물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비세우 데 수스(Vișeu de Sus)의 협궤 증기기관차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시게투 마르마치에이에서 숙박을 한 후, 아침 일찍 이곳으로 이동했다. 참고로 거리는 약 60km로, 약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이 기차는 1932년에 개통되어, 원래는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관광용으로 운영되며, 계곡을 따라 천천히 달리는 아름다운 루트로 유명하다. 나는 아침 일찍 도착해서, 석탄 냄새와 증기기관차 소리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기차는 숲속과 계곡을 따라 이동하며, 중간에 몇 번 정차한다. 한 역에서는 간이 시장이 열려 있었고, 나는 루마니아 전통 음식인 폴렌타와 양고기 스튜를 사 먹었다. 그날의 따뜻한 국물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특히 겨울철에는 눈 덮인 산길을 달리는 특별 운행도 있어,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이 기차는 현재 유럽에서 운영 중인 마지막 협궤 증기기관차 중 하나로, 철도 유산 보존의 상징이기도 하다. 협궤 철도는 일반적인 철도보다 궤간이 좁아 산악 지형에 적합하며, 마라마레슈 지역처럼 접근이 어려운 숲속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기차의 운행 시스템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며, 현재도 철도 엔지니어링 전공자들이 현장 연구 대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마라마레슈에는 다양한 공예 마을, 주말 시장, 민속 축제 등 체험 중심의 여행지가 많다. 이 지역에서 단순히 목조 교회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통 마을과 사람들의 삶을 직접 만나보는 여정을 추천한다.

3. 전통 공예 체험 프로그램 소개

 마라마레슈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체험으로는 전통 직조, 목공예, 도자기 그리기, 가죽 공예 등이 있다. 대부분 지역 공방이나 민속 마을에서 소규모로 진행된다. 내가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체험했던 공예 프로그램들은 모두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가장 먼저 참여한 것은 전통 직조 체험이었다. 시게투 마르마치에이(Sighetu Marmației) 근처 마을에 있는 작은 공방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숙소 주인의 도움을 받아서 사전 예약을 했다. 방직기 앞에 앉아 색실을 고르고, 기본 무늬 짜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이 서툴러 엉켜버리는 실에 당황했지만, 공방 할머니가 직접 손을 잡고 도와주셔서 천천히 익힐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문양은 루마니아 전통 꽃무늬였고, 짧은 시간 안에 작은 조각 매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손으로 짠 직물 한 조각이 이토록 큰 만족감을 줄 줄 몰랐다. 그 조각은 지금도 내 책상 위에 소중하게 놓여 있다. 직조는 마라마레슈 여성들에게 오랫동안 가정의 정체성과 문화 전승의 수단이었다. 과거에는 혼수로 준비할 천을 짜기 위해 소녀 시절부터 방직기를 배우곤 했다. 방직기로 짜인 패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마을마다 고유한 문양과 색상 조합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정체성이나 가문의 상징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통 직조 방식은 유네스코 무형 유산 등록을 목표로 연구와 기록이 진행 중일 정도로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각 가정에서 수동 방직기로 직접 옷을 만들었다. 산업화 이후에 공장에서 대량으로 옷을 만들면서 요즘은 이러한 수동 방직기를 보기조차 힘들다. 이곳에서 전통 직조 체험을 해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두 번째는 목공예 체험으로, 전통 나무 숟가락 만들기 프로그램이었다. 보통 마을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진행되며, 숙소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나는 바야마레에서 차로 40분 떨어진 마을 공방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신청했다. 체험은 나무 선택부터 스케치, 깎기, 사포질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야 했다. 도중에 장인이 시범을 보여주며 도와주셨고, 결과적으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숟가락이 완성됐다. 그날 저녁, 그 숟가락으로 전통 수프를 떠먹으며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세 번째는 도자기 그림 그리기 체험이었다. 마라마레슈에서는 이 나라의 대표 도자기 문양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워크숍이 운영된다. 나는 시비우(Sibiu) 근처 공방에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기본 도자기 접시 위에 아티스트의 안내에 따라 전통 문양을 그렸고, 그 접시는 현장에서 바로 구워져 완성품으로 받을 수 있었다. 내가 그린 그림은 해바라기와 마을 풍경을 단순화한 디자인이었으며, 이 접시는 지금도 책장에 잘 보관되어 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부담이 없었고, 색감이나 구도에 정답이 없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체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이 나라에서 도자기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의례, 축제, 일상 식기 등 다양한 용도로 쓰여왔다는 것이다. 특히 마라마레슈 지역에서는 접시와 병, 촛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도자기 장식 문양은 마을 간 문화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체험은 가죽 공예였다. 나는 우연히 들른 마을 축제에서 소가죽을 잘라 팔찌를 만드는 워크숍에 참여했다. 전통 도구로 무늬를 새기고, 천연염료로 색을 입히는 과정이 단순하면서도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완성한 가죽 팔찌는 여행의 좋은 추억이 되었고, 직접 만든 물건이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갔다. 특히 현지 장인이 내 이름을 로마자 필기체로 새겨주었을 때, 그 순간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여행 중에 나만의 기념품을 만드는 경험을 해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러한 공예 체험은 대부분 현지 관광 안내소나 숙소, 마을 주민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여행자의 경우에는 온라인 예약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장에서 직접 문의하거나 숙소 주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체험이 끝나면 대부분 완성품을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으며, 체험 도중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가능하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진짜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마라마레슈의 공예 체험은 반드시 해봐야 할 여정이다. 완성된 결과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얻는 감동이 더 크다는 사실을,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마라마레슈 지역에서는 전통문화가 일상 속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여행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따뜻한 경험을 선사한다. 루마니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 번은 이 지역을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