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바라본-바다-건너-가고시마-인근-섬인-사쿠라지마-활화산-모습-푸른-하늘과-구름-바다-위의-섬

 가고시마는 본토만큼이나 매력적인 섬들을 여럿 품고 있는 지역이다. 주변에 있는 섬들은 각기 다른 자연환경과 문화, 체험 요소를 지니고 있어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다. 이 글에서는 가고시마 인근에 위치한 야쿠시마, 다네가시마, 사쿠라지마 섬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와 여행 팁을 소개한다.

1. 야쿠시마의 원시림과 트레킹 코스

 야쿠시마는 가고시마현 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섬 전체 면적의 약 90%가 산악지대이며, 그중 상당 부분이 삼나무 원시림으로 덮여 있어 '숲의 섬'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나는 이곳을 가기 위해 가고시마 여행을 계획했을 정도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곳의 상징은 바로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 '야쿠스기'라 불리는 거대한 삼나무들이다. 이 나무들은 보통 1,000년의 세월을 넘어야만 '야쿠스기'로 분류되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나무인 '죠몬스기'는 약 7,200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쿠시마의 삼나무는 높은 습도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성장한 덕분에 목질이 치밀하고 수명이 길다. 또한 방부 효과가 탁월해 목재로서도 귀하게 여겨진다. 이처럼 이곳은 단순한 자연 명소가 아닌, 일본 고유의 숲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깊은 역사적 가치를 품은 생태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가고시마에서 야쿠시마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페리를 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고속 페리를 택했는데, 약 2시간 45분 정도 소요되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속 페리도 있는데,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뱃멀미가 있다면 비교적 빨리 도착하는 고속 페리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탑승일 기준으로 2주 전에 예약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으므로, 미리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바다 위를 달리며 점점 가까워지는 야쿠시마의 모습은 여정의 시작부터 여행자에게 설렘을 선사한다. 이곳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코스는 단연 '죠몬스기 트레킹 코스'이다. 왕복 약 10시간에 이르는 이 코스는 체력적으로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그 끝에 만나는 거대한 삼나무들의 위엄은 고생을 단번에 보상해 준다. 나는 새벽 5시에 숙소를 나서 가이드 투어를 통해 이 코스를 완주했다. 이른 아침의 숲은 습기와 안개로 가득했으며, 걷는 내내 숲의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가끔씩 물기를 머금은 이끼 위로 햇살이 떨어질 때, 자연 한가운데에 있음을 깨달았다. 죠몬스기 트레킹에서 기억에 남는 한 가지 경험이 있다. 중간 지점에서 길을 잃은 외국인 부부를 만나 함께 코스를 확인하고,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목적지까지 동행한 적이 있었다. 서로 언어는 다르지만 '이 길이 맞는지', '조금만 더 가보자' 하는 공감대 덕분에 낯선 숲에서도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나중에 고맙다며 자신들이 만든 작은 수제 과자를 건넸고, 그 짧은 교류는 지금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이 코스는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야쿠스기랜드' 코스를 추천한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정도의 원형 루트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과 체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나 역시 이 코스를 먼저 걸었다. 1,000년 이상의 삼나무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남기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바닥은 잘 정돈된 나무 덱으로 되어 있어 비 오는 날에도 큰 불편 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 외 영화 '원령공주'의 배경지로 알려진 시라타니운스이쿄 코스도 인기가 많다. 야쿠시마 트레킹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섬은 1년 내내 비가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수량이 많다. 따라서 미끄럼 방지가 되는 신발과 우비, 방한복 등을 꼭 챙겨야 한다. 나도 이곳에 머무는 내내 비를 맞으며 트레킹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비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빗방울이 나뭇잎을 때리는 소리, 이끼 위에 맺힌 물방울의 반짝임은 야쿠시마의 숲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든다. 참고로 연평균 강수량은 약 4,500mm에 이르며, 이는 도쿄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이끼와 양치식물, 습지 생물군이 활발하게 자란다. 야쿠시마는 관광객의 발길이 많지 않은 만큼,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트레킹을 통해 이 숲을 걷다 보면 단순히 '여행지'라는 개념을 넘어서,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다면, 짧은 일정이라도 트레킹을 꼭 포함하길 추천한다. 이 섬은 인간이 만든 어떤 도시보다도 깊고 진한 인상을 남겨주는 곳이다.

2. 우주센터가 있는 다네가시마의 매력

 다네가시마는 일본 본토에서 남쪽으로 약 115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길게 뻗은 섬 형태와 따뜻한 기후 덕분에 '남쪽의 낙원'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다네가시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일본 최대의 우주 발사 기지가 이곳에 있다는 점이다. 'JAXA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 기구(JAXA)가 운영하는 로켓 발사 기지이다. 일본의 인공위성 대부분이 이곳에서 하늘로 향한다. 이 센터는 1969년 개소한 이후 H-IIA, H-IIB, 그리고 최근에는 H3 로켓까지 이 나라의 우주기술의 핵심 발사체를 운용하는 주요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우주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이 섬은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꿈같은 여행지이며, 조용하고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큰 만족을 주는 장소다. 다네가시마로 가는 방법은 가고시마 본토에서 고속 페리 또는 항공편을 이용하면 된다. 페리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며, 가고시마항에서 출발해 서서히 남쪽으로 향하면서 섬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는 아침 일찍 페리를 타고 이동했는데, 배 위에서 바라본 태평양의 일출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며 바다와 하나 되는 그 순간을 찍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당시 바람이 강해 배가 흔들렸지만, 갑판에서 마시는 바다 내음이 나는 공기와 햇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곳에 도착해서 내가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은 당연히 JAXA 우주센터였다. 내가 방문한 날은 일반 투어가 가능한 날이었고, 예약을 통해 가이드와 함께 센터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센터는 크게 발사대, 조립동, 그리고 일반인이 관람 가능한 '우주과학 기념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로켓 발사대였는데,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장소를 직접 두 눈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무척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다네가시마의 위도는 약 30도로, 지구 자전 속도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에 해당한다. 또한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낙하물이나 로켓 잔해가 인근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발사 환경으로 평가받는다. 참고로 로켓 발사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시설을 폐쇄한다. 따라서 공식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우주과학 기념관에는 실제 사용된 로켓 부품, 위성 모형, 우주복, 발사 영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재미있는 체험 부스도 마련되어 있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H-IIA 로켓의 실물 크기 엔진 모형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 로켓은 일본 내 독자 기술로 개발되었으며, 기상 위성과 통신 위성, 심지어 탐사 위성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관람을 마친 뒤 기념품 숍에서 우주선 모양의 키 링과 로고가 박힌 머그컵도 구매했는데, 지금도 책상 위에 놓고 볼 때마다 그날의 감동이 떠오른다. 투어가 끝나고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다네가시마의 자연 해변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우주센터 관람을 마치고 근처에 위치한 '나카타 해변'으로 이동했다. 이 해변은 관광객이 거의 없어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으며, 투명한 바다와 하얀 모래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물가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해변 뒤쪽으로는 야자수들이 늘어서 있었고,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는 마치 백색소음처럼 들렸다. 해가 질 무렵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그 하늘 아래 우주센터 방향으로 로켓이 발사될 것 같은 상상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자연과 과학이 하나 되는 느낌, 그것이 이곳의 진짜 매력이었다. 다네가시마는 일본 최초로 총포가 전래된 곳으로도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1543년, 포르투갈 선박이 이곳에 표류하며 이 나라에 최초로 화기가 전해졌고, 이후 ‘다네가시마 총’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전국에 퍼지게 되었다. 섬 곳곳에는 이를 기념한 박물관과 기념비도 있어 역사적인 탐방도 가능하다. 과거와 현재, 자연과 과학이 모두 공존하는 이 섬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배움과 영감을 동시에 주는 종합적인 여행지이다. 만약 가고시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네가시마를 일정에 꼭 포함하는 것을 추천한다.

3. 사쿠라지마 화산

 사쿠라지마는 일본을 대표하는 활화산 섬이자, 가고시마 시 바로 앞바다에 떠 있는 독특한 자연 명소이다. 원래는 말 그대로 '섬'이었지만, 1914년 대규모 분화로 흘러나온 용암이 동쪽 육지와 연결되면서 지금은 반도 형태를 이루고 있다. 나는 이곳을 한국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되었다. 활화산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 흥미를 느꼈고, 가고시마 여행 중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은 현재도 활발한 분화 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연간 수백 차례의 소규모 분출이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쿠라지마는 일본 기상청의 상시 감시 대상이며, 주변에는 다양한 대피 시설과 경고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살아 있는 지질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쿠라지마의 분화구는 현재도 연기와 가스를 내뿜고 있으며, 화산재는 인근 가고시마 시내까지 날아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세계적인 지질 교육 및 방재 연구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일본 내에서도 가장 체계적인 화산 감시 시스템을 갖춘 지역 중 하나이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사쿠라지마로 가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가고시마항에서 페리를 타면 약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으며, 배는 24시간 운항되기 때문에 시간 제약 없이 방문이 가능하다. 나는 저녁 시간대에 페리를 탑승했는데, 가고시마 시의 야경과 바다를 함께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어 이동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여행처럼 느껴졌다. 페리에는 차량도 탑승할 수 있어 렌터카 여행자들에게도 편리하다. 항구에 도착하면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 주요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유노히라 전망대'였다. 해발 373m 높이에 위치한 이 전망대는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으로, 바로 앞에 우뚝 솟은 화산 분화구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나는 이곳을 맑은 날 아침에 방문했는데, 연기를 뿜어내는 화산 너머로 펼쳐지는 가고시마 시의 전경과 바다의 푸른빛이 대조되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관을 이루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규슈 남부까지도 조망할 수 있어, 사진 촬영 장소로도 매우 인기가 높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경험은 사쿠라지마의 화산 온천이었다. '마고코로노유'라는 공공 온천탕은 비교적 작은 규모였지만, 지열을 이용한 천연 온천수 덕분에 피부에 닿는 느낌이 매우 부드럽고 따뜻했다. 탕 안에서는 현지 어르신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온천을 즐길 수 있었고, 야외 족욕 시설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발을 담그는 여유도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족욕을 하며 일몰을 바라봤는데, 그 순간만큼은 도시의 소음과 일상의 피로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 외 '나기사 라바 파크' 산책로도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산책로는 남쪽 해안을 따라 약 3km 이어지며, 전 구간이 화산재 위에 조성된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산책 중간에는 사쿠라지마에서 분출된 다양한 화산암을 관찰할 수 있는 안내판도 있어, 단순한 산책이 아닌 지질학적 탐방이 가능하다. 나는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며 바다와 화산을 동시에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사쿠라지마 비지터 센터'도 가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화산의 생성 원리, 과거의 대규모 분화 사례, 지역 주민들의 대피 체계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1914년 대분화 당시 용암이 흐르던 경로를 따라 조성된 해안 산책로는, 자연의 힘과 그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지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나는 비지터 센터를 둘러본 후에는 실제 대피소까지 잠시 들러보았는데, 내부에는 방진 마스크, 식량 키트 등이 준비되어 있어 철저한 준비가 인상 깊었다. 이곳은 단순히 위험한 화산섬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깃든 공간이다. 곳곳에 피어 있는 감귤 농장, 화산재를 활용한 특산품, 그리고 지역 축제에서의 활기찬 풍경은 이 섬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마지막 날 현지 시장에서 화산재로 키운 무화과를 맛봤는데, 당도가 높고 식감이 독특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만약 가고시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은 단 꼭 들러봐야 할 장소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화산의 위엄, 온천에서의 힐링, 그리고 화산과 바다를 동시에 걷는 산책은 다른 어떤 여행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가고시마와 가고시마와 그 인근 섬들은 각각의 뚜렷한 개성과 경험을 제공하는 여행지이다. 일정이 허락된다면 야쿠시마, 다네가시마, 사쿠라지마를 모두 둘러보는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일본 남쪽 끝에서 만나는 이 특별한 경험들은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