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호수-위의-푸트라-모스크-분홍빛의-외관과-그옆에-뽀죡한-탑

 아름다운 건축물은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남아에는 종교,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건축물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이슬람 양식 및 식민지 시대 건물, 촬영하기 좋은 사진 스폿 추천을 통해 유럽보다 매력적인 동남아 건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이슬람 양식의 아름다움

 동남아에서 이슬람 건축은 종교 시설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아낸 아름다운 예술 공간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처럼 이슬람 인구가 많은 나라에는 크고 작은 모스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슬람 건축의 주요 특징은 돔, 미너렛(첨탑), 기하학적 문양, 대칭 구조이다. 이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신성함과 조화를 상징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감동을 받았던 건축물은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 있는 푸트라 모스크였다. 사실 나는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하며,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모스크를 봐왔었다. 이곳은 외관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외관은 아름다운 핑크빛이고, 내부는 정교하게 꾸며져 있다. 내부에 들어서기 전, 신발을 벗고 조용히 입장해야 했는데, 그 순간부터 분위기가 남달랐다. 중앙의 커다란 돔 아래서 들어오는 햇빛이 천장을 비추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벽면과 기둥에 새겨진 문양은 질서와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종교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문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이스티클랄 모스크였다. 이곳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인도네시아 독립을 기념해 지어진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외관은 단순해 보이지만, 내부는 넓고 웅장했다. 나는 금요일 정오 예배 시간에 맞춰 방문했는데, 수만 명의 신자들이 질서 있게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다. 철제 기둥과 대리석 마감의 조화도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국립 모스크이다. 이곳은 전통적인 돔 대신, 우산 모양의 콘크리트 지붕을 갖춘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전통 이슬람 요소가 잘 어우러져서 건축학적 의미가 크다. 내부를 둘러보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기도실, 세정 공간, 복장 규정 등 모든 공간이 신자들의 예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현장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는데, 그의 설명 덕분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슬람 건축은 소리를 설계에 반영하는 점도 흥미롭다. 돔 구조 덕분에 이맘의 목소리가 내부에 울려 퍼지며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푸트라 모스크에서 실제로 그 소리를 들었을 때, 공간이 주는 울림이 종교적 감동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람 형상을 쓰지 않고, 기하학무늬나 글씨로만 장식한다는 점이다. 반복적인 문양이 주는 정돈된 느낌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특히, 이러한 방식은 비잔틴 건축과 페르시아 양식,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건축 미학이 혼합되면서 발전하였다. 동남아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현지 문화와 융합되며, 독특한 지역적 해석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로 구현되었다. 예를 들어, 전통 말레이식 목조 모스크는 자연 재료를 활용해 열대 기후에 적합한 구조를 지니며,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단순한 종교시설을 넘어 환경에 적응한 지속 가능한 건축물로도 평가받는다. 시각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기능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너렛은 단지 상징적 구조물이 아니라, 예전에는 기도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으며, 도시 내의 시각적 중심축으로도 기능해왔다.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은 같은 모스크라도 지역에 따라 표현 양식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행을 할 때마다 새로운 모스크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동남아의 이슬람 건축은 눈으로 보는 미와 함께,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동시에 담고 있는 공간이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문화적 깊이가 살아 있는 장소이기에 꼭 한번 직접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2. 식민지 시대의 건축 양식

 동남아시아는 오랜 기간 유럽 열강의 식민 통치를 받으면서,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나라별 지배 방식에 따라 각 도시의 건축 양식도 뚜렷하게 다르다. 이들 건축물은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와 문화, 종교, 정치적 영향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19세기 후반부터 영국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주요 행정 건물이 영국식 고딕이나 무어 양식으로 지어졌다. 쿠알라룸푸르의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은 그 대표적인 예다. 붉은 벽돌과 하얀 돔, 아치형 창문이 조화를 이루는 이 건물은 지금도 쿠알라룸푸르 중심에서 쉽게 눈에 띈다. 나는 밤에 이곳을 찾았는데, 조명이 비친 건물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는 영국 총독의 행정청사로 사용됐고, 현재는 독립기념행사 등 국가 공식행사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말라카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도시이다. 따라서 다양한 식민지 건축 양식이 남아 있는 곳이다. 특히 네덜란드 광장에는 스타다이스 교회와 시계탑이 있다. 모두 벽돌색 외관이 인상적이며, 광장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말라카 구시가지를 돌았는데, 특히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 교회 앞에서 열린 결혼식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유럽풍 고딕 양식 건물이 지금도 지역 사회의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다. 호찌민시에는 프렌치 콜로니얼 양식 건물이 많다. 그중에서도 노트르담 대성당과 사이공 중앙 우체국은 꼭 들러야 할 장소다. 나는 이곳을 세 번이나 방문했는데, 특히 이른 아침의 조용한 풍경 속에서 건축미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중앙 우체국은 아치형 철제 천장이 아름답고, 대성당은 두 개의 뾰족한 첨탑과 붉은 벽돌 외벽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의 설계에 에펠탑을 만든 구스타브 에펠이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흥미로웠다. 필리핀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며 스페인풍 건축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는 중세 유럽의 성벽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 안에 위치한 산 아구스틴 교회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교회로, 웅장한 내부와 돌계단이 고풍스럽다. 나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하며, 스페인 선교사들이 교회를 세운 역사와 당시 필리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 건축물은 단순히 외국 양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다. 동남아의 열대 기후에 맞춰 설계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의 식민지 건물은 유럽식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고온다습한 환경을 고려해 넓은 처마, 개방형 복도, 자연 환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식민지 건축은 현지 특성과 결합돼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함께 추구한 구조로 발전했다. 이러한 건축물들이 현재 다양한 용도로 다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행정청, 박물관, 호텔, 카페 등으로 리모델링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나는 조지타운의 오래된 식민지 저택을 개조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대리석 바닥, 높은 천장, 창문 테두리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었고, 내부에는 당시 사진과 도면이 전시되어 있어, 건축 속에 녹아 있는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한국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그 시기의 건물을 보존했다면 역사적 자료로 쓰일 수 있고,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처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 지역의 식민지 건축은 더 이상 낡은 과거가 아니다. 그 자체로 역사이고 문화이며, 지금도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 이어지는 공간이다. 여행 중 이런 건축물들을 볼 때는 단순히 건물만 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시대적 배경을 함께 떠올려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3. 사진 스폿 추천

 이 지역에는 건축미가 뛰어난 장소들이 많아, 여행 중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명소들이 많다. 유럽 식민지 시대 건물부터 이슬람 모스크, 전통 가옥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이 공존하며, 그 자체로 훌륭한 촬영 배경이 된다. 특히 빛과 구도만 잘 맞추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직접 여행하며 경험한 사진 스폿들과 촬영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추천하는 사진 스폿은, 위에서 언급한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푸트라 모스크다. 분홍빛 외관과 인공 호수에 비친 반사 덕분에 이곳은 언제나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은 장소다. SNS에서 인도네시아 여행 사진을 찾다 보면, 많이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일몰 무렵, 호수 건너편에서 삼각대를 이용해 촬영하면 모스크의 실루엣이 수면에 아름답게 비친다. 나도 해 질 무렵 자리를 잡고 장노출로 촬영했는데, 하늘과 물이 어우러진 색감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가장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미리 도착해 장소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페낭 조지타운의 스트리트 아트와 전통 건물 거리이다. ‘형제가 자전거를 타는 벽화’는 유명한 사진 스폿이지만, 그 벽을 둘러싼 건물 또한 촬영 가치가 있다. 전통 페라나칸 양식 건축물과 벽화가 어우러져 색감이 풍부하고, 자연광만으로도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는 오전 8시 전에 도착해 조용한 거리에서 사진을 찍었고, 나무 창틀과 타일 바닥이 배경이 되어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이곳은 관광객이 항상 붐비는 곳이다. 따라서 사진 촬영이 목적이라면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 번째 사진 스폿은, 위에서 언급한 베트남 호찌민시의 사이공 중앙 우체국이다. 외부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 스타일로 세련된 붉은 벽돌로 꾸며져 있고, 내부는 높은 아치형 천장과 대칭 구조가 인상적이다. 나는 광각 렌즈를 활용해 정면에서 중앙 구도로 촬영했고, 결과물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방문객이 많아 인물 없는 사진을 찍으려면 개장 시간 직후가 가장 좋다. 이 외에도 사진 찍기 좋은 건축물은 많다. 마닐라의 산 아구스틴 교회는 내부가 어둡고 중후한 분위기로 흑백 사진에 잘 어울린다. 말라카의 네덜란드 광장은 빨간색 외관의 건물들이 강한 색감을 만들어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의 마스지드 자멕은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다. 나는 해 질 무렵 강가에 앉아 촬영했는데, 돔 위로 내려앉는 황금빛 햇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건축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빛과 구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해 뜨기 전후나 해 질 무렵의 ‘골든아워’는 가장 좋은 조명을 제공한다. 특히 건축물의 직선과 대칭을 살리는 구도는 사진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가능하다면 수직과 수평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중요하며, 스마트폰이라도 그리드 기능을 켜면 촬영에 도움이 된다. 흐린 날에는 빛이 고르게 퍼져 부드러운 사진을 찍기에 좋고, 햇빛이 강한 날에는 그림자를 활용해 입체감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지역의 이국적인 분위기, 풍부한 자연광, 다양한 건축 양식은 사진에 깊이를 더해 준다. 건축물과 그 주변 분위기를 함께 담으면 여행의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유럽의 고딕 성당이나 로마의 유적만이 감동을 주는 건축은 아니다. 동남아에도 역사와 문화가 결합된 인상 깊은 건축물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 지역에서의 건축 여행은 유럽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