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에서 4월 초는 일본 여행의 절정으로 꼽힌다. 특히 도쿄는 도시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들며, 어디를 가든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도쿄 벚꽃 명소인 우에노 공원, 신주쿠 교엔, 그 외 근교에서 꽃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실제로 내가 여행하면서 경험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추천 명소와 여행 팁을 정리해 보았다.
1. 도심에 위치한 우에노 공원
도쿄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 중 하나인 우에노 공원은 일본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봄철 명소이다. 도쿄 도심에 위치한 이 공원은 약 1,200그루 이상의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 벚꽃이 만개하면 장관을 이룬다. 정식 명칭은 ‘우에노 온시 공원(上野恩賜公園)’이다. 도쿄 메트로 긴자선 또는 JR 야마노테선을 이용해 우에노 역에서 하차하면 도보 5분 이내로 쉽게 도착할 수 있다. 교통이 매우 편리해서 반나절 일정으로도 부담 없이 방문 가능한 점이 큰 장점이다. 한국의 여의도 공원처럼, 꽃이 피는 시즌이 아니더라도 현지인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이곳은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이 모여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도쿄 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 우에노 동물원 등 주요 시설이 이곳에 위치해 있으며, 공원 중심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는 벚꽃 시즌에 특히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왕벚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선 길을 걷다 보면 분홍빛 꽃잎이 머리 위를 덮고, 바람에 날려 흩날리는 꽃잎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시기에는 매년 ‘우에노 벚꽃 축제(うえの桜まつり)’가 열린다. 약 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며,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밤에 즐기는 '요자쿠라'이다. 1,000여 개의 등이 꽃길을 따라 설치되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축제 기간 동안 공원 입구부터 중앙 산책로까지 다양한 먹거리 노점이 늘어서며, 일본식 야키소바, 다코야키, 찹쌀떡 등 제철 간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 '하나미' 문화도 꼭 경험해 봐야 할 포인트다. 조용히 꽃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저녁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축제 기간 중엔 주말에 특히 혼잡하므로, 평일 오전 시간대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 축제는 단순한 꽃놀이를 넘어, 일본의 전통과 계절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내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던 건 2021년 4월 초였다. 연못 근처 산책로를 걷다 흩날리는 꽃잎이 물에 떨어지는 풍경을 본 순간,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경험은 벤치에 앉아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을 먹은 일이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의 소박한 식사가 그 어느 고급 식사보다 값졌다. 또 저녁 무렵 다시 찾았을 땐 조명이 밝혀진 벚꽃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요자쿠라 아래 커피를 마시며 바라본 야경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우에노 벚꽃 축제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 팁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첫째, 벚꽃 개화 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일정을 조정하면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돗자리와 간단한 간식을 챙겨가면 공원에서 여유롭게 벚꽃을 감상하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셋째, 아침 8시 이전에 방문하면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사진도 여유 있게 찍을 수 있다. 넷째, 저녁에는 조명이 켜지므로 낮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야간 방문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는 봄철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므로 얇은 외투나 머플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우에노 공원은 봄이라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이다. 단순히 꽃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의 전통적인 '하나미(꽃구경)'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2. 도쿄 벚꽃 명소 베스트인 신주쿠 교엔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신주쿠 교엔은 전통 정원과 도시 풍경이 어우러진 특별한 벚꽃 명소이다. 이곳은 에도 시대 도쿠가와 가문의 저택 부지였으며, 메이지 시대에는 황실 정원으로 사용되다 1949년부터 일반에게 개방되었다. 현재는 도쿄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도심 속 쉼터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정식 명칭은 '신주쿠 교엔 국립공원(新宿御苑)'이다. JR 신주쿠역 또는 도쿄 메트로 마루노우치 노선, 도에이 신주쿠 노선 등을 이용해 도보 10~15분 이내로 쉽게 도착할 수 있다. 특히 신주쿠 3초메역에서는 도보 5분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곳은 약 58.3헥타르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일본식 정원, 프랑스식 정원, 영국풍 정원이 함께 조성되어 있다. 이로 인해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분위기의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엔 약 65종, 1,100그루 이상의 벚나무가 있다. 품종별로 개화 시기가 달라 꽃을 즐길 수 있는 시즌이 길게 이어진다는 점이 이곳만의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3월 말에서 4월 초가 절정이며, 시차를 두고 꽃이 피기 때문에 방문 시기 선택에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신주쿠 교엔은 '겹벚꽃' 명소로도 유명하다. 겹벚꽃은 꽃잎이 여러 겹으로 풍성하게 피어 화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개화 시기가 일반 꽃보다 1~2주 늦은 4월 중순경이다. 이곳에는 '이치요(一葉)', '간잔(関山)', '후겐조(普賢象)' 등 다양한 품종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겹벚꽃은 크고 색이 진해 사진 촬영에도 적합하며, 프랑스식 정원과 일본식 정원 주변이 특히 아름답다. 꽃이 만개하는 시기에는 사람도 덜 붐비고, 독특한 색감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에서 꽃을 감상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시기였다. 이곳은 다양한 품종의 벚꽃을 시기별로 즐길 수 있어 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내가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평일 아침이었다. 첫 번째 기억은 일본식 정원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연못과 벚꽃, 그리고 다리 위 풍경이 조화를 이뤄 마치 엽서 같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프랑스식 정원의 잔디밭에서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꽃을 감상한 순간이다. 바람에 꽃잎이 천천히 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온실 주변에서 꽃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이다.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꽃잎을 가까이서 담을 수 있어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장소였다. 나는 가을에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가 줄지어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도쿄 여행 중에 이곳을 꼭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주쿠 교엔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첫째, 입구에서 제공하는 안내 지도를 받아 정원 구조와 벚꽃 위치를 미리 파악하면 더욱 효율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둘째, 일본식 정원 주변 다리와 연못, 그리고 대형 벚나무 아래는 인기 사진 명소이므로 이른 시간대에 방문하면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셋째, 공원 내에는 상점이 거의 없으므로 음료나 간식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한 도시락이나 디저트를 챙겨 가면 나무 아래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신주쿠 교엔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엔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여름과 겨울에는 운영 시간이 다르니, 사전에 확인 후 방문해야 한다.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우에노 공원보다 덜 혼잡한 편이다. 하지만 벚꽃 시즌에는 입장 대기 줄이 길어질 수 있어 이른 시간대 방문 또는 사전 예약을 권장한다. 날씨가 쌀쌀할 수 있으니 가벼운 외투나 머플러도 함께 챙기면 좋다. 이곳은 조용하고 정돈된 분위기 덕분에 혼자 여행하거나 가족 단위 관광객 모두에게 어울리는 장소이다. 북적이는 인파 없이 여유롭게 벚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3. 근교 명소
도쿄는 근교로 조금만 나가면 한적하면서도 풍경이 뛰어난 벚꽃 명소들이 많다. 특히 반나절 또는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기 좋은 장소가 많아, 여유롭게 꽃을 감상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대표적인 근교 명소로는 요코하마 산케이엔, 가마쿠라 츠루오카 하치만구, 가와고에 히카와 신사 등이 있다. 이들 명소는 각각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도쿄 시내에서 기차나 버스로 1시간 이내에 접근 가능해 교통도 편리하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다녀온 곳은 요코하마 산케이엔이었다. 요코하마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이 전통 정원은, 4월 초가 되면 정갈한 일본식 정원과 분홍빛 꽃잎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연못 옆 정자에서 바라본 풍경이었다. 전통 건축물과 꽃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는 다실 앞에서 녹차와 화과자를 먹으며 꽃을 감상했던 시간이다. 조용한 정원 속에서 따뜻한 말차를 마시며 느꼈던 그 여유는 지금도 인상 깊다. 세 번째는 뒷길로 이어진 작은 언덕길을 따라 산책하던 순간이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정원의 풍경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절경이었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곳은 가마쿠라 츠루오카 하치만구이다. JR 요코스카 노선을 타고 약 1시간이면 도착하며, 가마쿠라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사찰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벚꽃길은 입장 전부터 방문객을 설레게 한다. 붉은 사찰 건물과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은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며, 이 시즌에는 지역 축제와 전통 공연이 열려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주말에는 사람이 많고 상점가가 붐비므로, 이른 아침 방문을 추천한다. 세 번째는 가와고에 히카와 신사이다. 도부토조 노선을 타면 도쿄 이케부쿠로 역에서 약 1시간이면 도착하며, 역에서 도보 또는 버스로 이동 가능하다. 작은 강을 따라 핀 벚꽃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특히 밤에는 조명이 설치되어 분위기가 더욱 낭만적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순간은 꽃이 만개한 날, 강가 벤치에 앉아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떨어지는 꽃잎과 흐르는 물을 함께 감상하던 시간이다. 히카와 신사는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로도 유명해 커플 방문객도 많다. 도쿄 근교 명소를 방문할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첫째, 축제 기간에는 기차나 버스가 매우 붐빌 수 있어 평일 혹은 오전 시간대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둘째, 공공 화장실과 편의시설이 도심보다 적은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셋째, 봄철 날씨는 변덕스러우므로 가벼운 외투나 우산을 챙기면 도움이 된다. 이처럼 도쿄 근교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벚꽃 명소가 많아, 도심을 벗어나 보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봄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자연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근교 지역에서의 벚꽃 여행은 도쿄 도심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동을 선사하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봄에 일본 도쿄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위에서 소개한 명소들과 팁들을 참고하여 좀 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일정을 계획해 보길 바란다. 나만의 벚꽃 여행 추억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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