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을 몇 번 다녀온 분들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는 이제 좀 질린다"는 것입니다. 저도 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를 다녀왔고, 8년 뒤 다시 찾았을 때 그 말의 의미를 몸소 실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를 두 번 이상 가본 사람들은 어디로 향할까요?
버스 파업, 이탈리아 여행의 불편한 진실
2024년 9월, 시에나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피렌체로 돌아가려던 순간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더니 창구가 모두 닫혀 있었고, 직원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버스 파업이었습니다. 왕복으로 미리 구입해 둔 티켓은 결국 환불받지 못했고, 다행히 기차역이 가까워 기차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꽤 당혹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키오페로(Sciopero), 즉 노동 파업이 연중 수차례 발생합니다. 스키오페로란 이탈리아어로 파업을 뜻하며, 버스뿐 아니라 기차, 항공까지 범위가 넓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예고 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일정이 틀어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중교통 관련 파업 신고 건수는 매년 수백 건에 달합니다(출처: 이탈리아 교통부 MIT).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버스 티켓은 절대 왕복으로 미리 사지 말 것. 돌아오는 티켓은 현지에서 직접 끊는 편이 낫습니다. 소도시 여행에서는 특히 버스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안 이동 수단인 트레노(Treno), 즉 기차 노선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도 필수입니다. 트레노란 이탈리아어로 기차를 의미하며, 소도시 접근 시 버스보다 일정이 안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도시 여행을 계획할 때 교통 관련해서 꼭 챙겨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버스 티켓은 편도로만 구입하고, 귀환 티켓은 현지에서 구매한다.
- 목적지 기차역 위치를 미리 지도에 저장해 두고 대안 경로로 활용한다.
- 이탈리아 국철 트렌이탈리아(Trenitalia) 앱을 설치해 실시간 운행 정보를 확인한다.
- 파업 여부는 출발 전날 숙소 스태프에게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 피렌체, 로마처럼 거점 도시에서 당일치기로 움직이는 일정을 짜면 리스크가 줄어든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소도시,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차 없이도 갈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각보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이 꽤 많습니다. 다만 모든 소도시가 그런 건 아니라서, 출발 전에 루트를 잘 짜야 합니다.
제가 신혼여행 때 처음 방문한 시에나는 피렌체에서 버스로 약 1시간 15분 거리입니다. 8년 전만 해도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에 여유롭게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었는데, 2024년 9월에 다시 찾았을 때는 광장이 인산인해였습니다. 캄포 광장이란 시에나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부채꼴 모양의 광장으로, 약간의 경사가 있어 마치 자연스러운 계단처럼 사람들이 앉아 쉬는 공간입니다. 그 경사에 앉아 피스타치오 크림이 든 크루아상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여유로운 분위기는 이제 많이 희석된 것 같아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시에나가 이제 "너무 유명해진 소도시"라면, 아시시(Assisi)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곳입니다. 로마에서 기차로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가깝지는 않지만, 저는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움브리아 평원을 보며 가는 그 시간 자체가 좋았습니다. 아시시는 성 프란체스코(San Francesco)의 고향으로 유명하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출처: UNESCO World Heritage List). 시에나보다 관광객이 덜 붐비면서도 골목마다 중세의 분위기가 잘 살아 있어, 개인적으로는 시에나보다 더 좋았습니다.
북부 쪽으로 눈을 돌리면 친퀘테레(Cinque Terre)가 있습니다. 친퀘테레란 이탈리아어로 '다섯 마을'을 뜻하며, 리구리아 해안 절벽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섯 개의 마을을 통칭합니다. 피사에서 기차로 라스페치아(La Spezia)까지 이동한 뒤 로컬 기차로 환승하면 접근할 수 있어 대중교통만으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습니다. 다섯 마을 중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곳은 베르나차(Vernazza)였는데, 절벽과 바다 사이에 낀 그 작은 항구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관광지가 된 소도시, 그래도 가볼 이유가 있는가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생기지 않나요? "이탈리아 소도시가 다 유명해졌는데, 굳이 갈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2024년에 시에나를 다시 갔다가 8년 전 감동을 되찾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잠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관광객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그 장소가 매력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과 동선입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란 특정 관광지에 관광객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현지 환경과 주민 삶을 해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유럽 주요 도시들이 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이탈리아 소도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움직이면 같은 장소도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피사의 사탑의 경우, 오전 7시에 도착하면 광장에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패키지 관광객들이 몰리는 10시 이전에 모든 걸 끝내는 전략이 실제로 효과적입니다.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 중에는 아직 대중에게 덜 알려진 곳들도 많습니다. 풀리아(Puglia) 지방의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는 절벽 위에 세워진 도시로, 바다 동굴 식당인 그로타 팔라체세(Grotta Palazzese)로 유명합니다. 이 식당은 세계에서 가장 이색적인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히며, 코스 요리 1인당 150~180유로 수준입니다. 같은 풀리아 지방에 있는 알베로벨로(Alberobello)는 트룰로(Trullo)라고 불리는 독특한 원뿔형 지붕의 가옥으로 유명한데, 이 건축 양식이 생겨난 배경이 흥미롭습니다. 14세기에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붕을 쉽게 허물 수 있는 구조로 집을 지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탈세가 낳은 예술품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장소입니다.
마테라(Matera)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시(Sassi)라고 불리는 동굴 주거지가 도시 전체에 걸쳐 남아 있는데, 사시란 암석을 깎아 만든 동굴 형태의 주거 공간을 뜻합니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남아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며,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동굴 숙소인 사소 호텔에서 1박을 하면 고대 도시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유명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각 도시마다 이야기가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버스 파업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지만, 그 당황스러운 순간조차 나중에는 여행의 일부로 남습니다. 이탈리아를 처음 가신다면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먼저 보시고, 두 번째 방문부터 소도시로 눈을 돌려 보시길 권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로마에서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아시시나 오르비에토(Orvieto)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리 없는 선택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FiaCZWik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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