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가오슝-빌딩숲-앞의-연지담과-절-탑

 타이완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타이난과 가오슝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도시이다. 두 도시는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을 갖고 있으며, 맛있는 음식과 다채로운 문화, 따뜻한 기후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직접 두 곳을 여행하며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각 도시별 분위기, 음식 문화, 교통과 여행 편의성 측면에서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도시별 분위기 차이

 타이완 남부의 대표 도시 타이난과 가오슝은 서로 다른 분위기와 개성을 지니고 있다. 두 곳 모두 대만 특유의 문화와 따뜻한 기후, 풍부한 먹거리로 사랑받지만, 실제로 여행해 보면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타이난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역사적 유산이 풍부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골목마다 전통 건물과 사원이 남아 있으며, 도시 전체에 고즈넉한 느낌이 흐른다. 반면, 가오슝은 항구 도시이자 제2의 도시로,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고층 빌딩과 넓은 도로, 예술과 쇼핑이 어우러진 모습은 타이난과 완전히 다르다. 나는 타이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숙소 주변이었던 안핑 옛 거리는 오래된 벽돌 건물과 좁은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었고, 중간중간 전통찻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찻집에 들어가 재스민 차를 마셨는데, 안에서 바라본 골목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치메이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유럽풍 외관과 클래식한 전시물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도심 곳곳에는 오랜 시간이 쌓인 건물과 문화가 남아 있어, 도시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느껴졌다. 특히 밤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일찍 문을 닫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반대로 가오슝은 활기가 넘치는 도시였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공항과 연결된 MRT를 이용해 숙소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도시 전체가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얼 예술특구에 방문했을 때는 벽화와 설치 미술, 거리 공연 등으로 가득한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예전에는 항구 창고였던 곳이 예술 지구로 탈바꿈한 이곳은 여행자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문화 공간이다. 거리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고, 다양한 전시와 체험 부스도 준비돼 있었다. 활기차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밤거리를 비교해도 두 도시는 완전히 다르다. 타이난에서는 저녁 8시만 넘으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 거리가 조용해졌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산책하기 좋았다. 나는 남편과 함께 여행을 해서 한적한 밤거리를 걷는 것이 무섭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여행한다면, 밤늦게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반면, 가오슝의 류허 야시장이나 시즈완 해변 근처는 밤 11시가 넘어도 활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늦은 밤까지 망고 빙수를 먹으며 시장을 구경했는데, 다양한 음식과 활기찬 분위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밤에도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점은 여행자 입장에서 큰 장점이었다. 사람들의 태도에서도 차이가 느껴졌다. 타이난에서는 상점 주인이나 거리에서 마주친 현지인들이 느긋하고 조용한 말투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가오슝에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빠르게 응대해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페에서 주문하자마자 커피를 바로 받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 도시의 분위기를 더 뚜렷하게 만들어주었다. 결론적으로, 타이난은 조용하고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이기 때문에 느리게 걷고 천천히 음미하는 여행이 어울린다. 반면, 가오슝은 활동적이고 현대적인 스타일의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편리한 교통과 다양한 문화 공간, 활기찬 밤 문화까지 갖추고 있어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2. 음식 문화와 로컬 맛집

 타이난과 가오슝은 음식 문화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두 도시는 지리적 위치나 역사,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생활 방식 등 다른 점이 많다. 따라서 음식의 스타일 역시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다. 타이난은 전통이 오래된 도시로, 대만 요리의 뿌리라 불릴 만큼 오랜 시간 음식 문화가 자리를 잡아 왔다. 반면에 가오슝은 항구 도시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신선한 해산물 요리는 물론, 여러 재료를 접목한 퓨전 음식이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직접 두 도시를 모두 여행하며 다양한 음식을 접해본 결과, 각 도시만의 방식으로 고유한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이난은 ‘대만 전통 음식의 고향’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옛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식당들이 많다. 청나라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음식들이 지금도 사랑받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달콤한 양념을 특징으로 한다. 대표적인 메뉴인 단쯔면(擔仔麵)은 간장 베이스 국물에 얇은 면발, 다진 고기, 그리고 새우가 올라간 단출한 구성의 국수이다. 하지만 그 맛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나는 타이난의 유명한 로컬 맛집 ‘두샤오웨이’에서 단쯔면을 먹어봤는데, 각 테이블에 비치된 특제 소스를 기호에 맞게 넣어 먹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지니고 있어, 첫 숟가락부터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웠다. 타이난의 또 다른 대표 메뉴는 우육탕면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이지만, 타이난 스타일은 국물이 맑고 깔끔해 부담이 적다. 서문 야시장 인근의 한 식당에서 먹었을 때, 고기는 부드럽고 국물은 느끼하지 않아 끝까지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근처 디저트 가게에서 타로 볼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특히 기억에 남는다. 타로 음료는 한국에서도 자주 접하지만, 아이스크림 형태로 먹은 건 처음이었고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전통적인 한 끼 식사에 색다른 디저트를 더하면서, 타이난 음식의 깊이와 다양성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한편 가오슝은 도시 분위기만큼이나 음식도 활기차고 다채롭다. 바닷가에 인접해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다. 또한 여러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덕분에 다양한 퓨전 요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방문했던 곳은 치진 어시장이다. 이곳은 손님이 원하는 해산물을 고르면 현장에서 바로 요리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신선도는 말할 것도 없고 조리 방법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회, 조개찜, 새우튀김을 주문해 먹었고, 간이 세지 않아 재료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시즈완 근처에서의 저녁 식사는 그날 하루의 피로를 싹 풀어줄 만큼 만족스러웠다. 류허 야시장에서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망고 빙수이다. 부드러운 눈꽃빙수 위에 잘 익은 망고 조각과 연유, 망고 시럽이 듬뿍 올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진다. 무더운 날씨에 이만한 간식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대만식 망고 빙수를 접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 맛본 그 맛은 훨씬 신선하고 진했다. 퓨전 음식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미도 역 근처의 브런치 카페에서 단쯔면 소스를 활용한 크림 파스타를 먹은 적이 있다. 전통적인 맛과 현대적인 조리법이 잘 어우러진 흥미로운 메뉴였다. 맛 역시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고, 남편도 무척 좋아했다. 이런 색다른 시도들이 가오슝 음식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타이난은 전통 방식 그대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많고, 가오슝은 다양한 식문화를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도시다. 두 도시 모두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 많아 큰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 여행 중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닌, 그 지역의 문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이 두 도시에서 확실히 느꼈다.

3. 교통과 여행 편의성 비교

 타이난과 가오슝은 교통 체계와 여행 편의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두 도시 모두 다양한 관광지를 갖추고 있어 자유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실제 여행 시 체감하는 교통의 편리함은 확연히 다르다. 나는 두 도시에서 다양한 교통수단을 직접 이용해 보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교통 시스템과 여행자 친화도를 비교해 보았다. 먼저 타이난은 전통적인 도시 구조를 가진 곳이다. 고속철도(HRS) 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불편함이 크다. 나는 이곳의 고속철도역에 도착한 후, 다시 로컬 기차로 갈아타야 했고, 기차 배차 간격이 길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후 택시로 숙소에 이동했는데, 기사와 영어로 대화가 잘되지 않아 번역 앱을 사용해야 했다. 이런 점은 초행자에게 꽤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시내에는 지하철이 없어 버스나 택시를 주로 이용해야 한다. 구글 지도에서 버스 노선을 찾을 수 있지만, 배차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도착 시간도 정확하지 않다. 실제로 안핑 옛 거리에서 야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30분 넘게 정류장에서 서 있었던 경험이 있다. 무더운 날씨에 기다리다 지쳐 결국 택시를 이용했다. 이처럼 타이난에서는 교통에 대한 계획을 잘 세워야 효율적인 여행이 가능하다. 반면 가오슝은 대만 남부 최대 도시답게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고속철도, MRT, 공항이 모두 연결돼 있어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나는 공항에 도착한 후 MRT를 타고 미도 역에 위치한 숙소까지 한 번에 이동했는데, 소요 시간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하철 노선이 단순하고 역마다 영어 표기가 잘 되어 있어 외국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가오슝의 MRT는 주요 관광지와 연결돼 있어 여행 동선 짜기에도 좋다. 보얼 예술특구, 시즈완 해변, 류허 야시장 등 주요 명소는 모두 접근이 가능하다. 나는 시즈완에서 일몰을 본 후, MRT를 타고 류허 야시장까지 이동했는데, 20분도 걸리지 않아 매우 효율적이었다. 또한 교통카드(iPASS, EasyCard)를 사용하면 MRT와 버스를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충전도 간편하다. 이 도시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인 YouBike도 활성화돼 있다. 나는 보얼 예술특구 인근에서 YouBike를 이용해 주변을 돌아봤는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자전거 주행이 편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대여와 반납이 가능해 접근성도 뛰어났다. 반면 타이난에도 YouBike가 있지만, 대여소가 적고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활용하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보면, 타이난은 교통 시스템이 단순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구조다. 짧은 일정으로 방문할 경우에는 이동 시간으로 인해 관광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가오슝은 공항, 고속철, MRT가 모두 잘 연결돼 있고, 대중교통이 직관적이어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쉽게 여행할 수 있다.

 타이난과 가오슝은 각각 고유한 특색과 매력을 지닌 도시이다. 타이난은 조용하고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며, 가오슝은 현대적인 도시 감성과 다양한 볼거리, 편리한 교통 인프라를 자랑하는 곳이다.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두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여유가 있다면 둘 모두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